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531 - 챕터 1540

2771 챕터

제1531화

어떤 것들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봐야 한다.-날이 화창하고 볕이 따뜻한 날이었다.하정원은 세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서 놀았다. 그런데 하필 그곳에서 민서율과 진여훈 두 사람을 만났다.두 사람은 그들보다 늦게 도착했다.강유이는 웃으며 그들에게 달려갔다.“서율 오빠, 여훈 삼촌!”강시언과 강해신은 하정원을 바라봤고 하정원은 팔짱을 두르며 혀를 찼다.“내 동생이 언제부터 저 녀석이랑 같이 놀았지?”게다가 진여훈이 놀이공원을 온다고?정말 희한한 일이었다.민서율은 그들을 보고 말했다.“우연이네요.”강해신은 코웃음을 쳤다.“그러게, 정말 우연이네요.”우연이다 못해 뜻밖이었다.하지만 민서율은 혼자가 아니라 진여훈과 함께 있었기에 굳이 따지고 들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아이들은 무리 지어 저희끼리 놀러 갔다.그렇게 하정원과 진여훈 두 사람은 그곳에 버려졌고 한참 뒤에야 하정원이 어렵사리 입을 뗐다.“어젯밤에는 고마웠어.”어제 그가 우산을 남겨준 덕에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었다.진여훈은 덤덤히 대꾸했다. “그런데 넌 언제부터 놀이공원에 올 만큼 한가했어?”하정원은 진여훈을 훑어봤다. 오늘 그는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어 놀기 좋은 차림이었다.진여훈이 이렇게 캐주얼하게 입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보통은 조금 정식적인 차림이거나 정장을 입었었다.진여훈은 그녀를 바라봤다.“너도 시간이 있는데 나는 시간 있으면 안 돼?”하정원은 시선을 옮기며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너랑 같아?”그녀는 원래 한가해지고 싶으면 한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진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정원은 길가에 인형 뽑기 기계가 있는 걸 보고 문득 하고 싶어져 그곳으로 다가가 동전을 게임머니로 바꿨다.등 뒤에서 진여훈의 목소리가 들렸다.“할 줄 알아?”“날 얕보는 거야?”하정원은 스틱을 잡고 조종하기 시작했다.“난 인형 뽑기 고수야.”하지만 그 말은 곧 부정당했다.인형을 집긴 집었지만 꺼내지는 못했다. 매번 중요한 순간에 인형이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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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그들은 저녁이 되어서야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원래 강유이 등 세 아이는 하정원과 같은 차를 타려 했는데 하필 네 아이가 같은 차를 타게 됐다.하정원은 그들이 자신을 버리는 걸 보고 혀를 찼다.“진짜 너무해.”아이들은 분명 사전에 짜놓았을 것이다.진여훈은 차창을 내리고 시선을 들었다.“안 가?”하정원은 당황했다.그러나 그녀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코웃음을 쳤다.“난 네 차 안 앉을래.”그날 진여훈이 구청에 자신을 버리고 간 일을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진여훈이 또 무슨 속셈인지 누가 알겠는가?진여훈은 하정원이 여전히 그 일로 삐져 있는 걸 알고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이번에는 진짜 바래다줄게.”“진짜 바래다준다고?”하정원은 코웃음을 쳤다.“네가 날 고속도로에 버릴지 내가 어떻게 알아?”예전이었다면 하정원의 반박에 진여훈은 인내심이 닳아 기사더러 출발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안 그래.”하정원은 그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왠지 이혼하고 나니 진여훈이 이상하게 변한 것 같았다.하지만 하정원은 결국 차에 탔다.가는 길 내내 차 안은 조용했고 아무도 그 고요한 분위기를 깨부수지 않았다.진여훈은 고개를 돌려 하정원을 바라봤다. 그녀는 줄곧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창문 유리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딴 데 팔린 것 같기도, 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 어쩐지 조금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다.진여훈은 시선을 거둔 뒤 헛기침했다.“밥 뭐 먹고 싶어?”하정원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너랑 내가 밥을 먹는다고?”진여훈은 그녀를 보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렇지 않으면?”하정원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솔직히 얘기해 봐.”그녀는 진여훈에게 바짝 다가갔다.“설마 귀신이라도 씐 거야?”운전하던 기사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진여훈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그녀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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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지현아,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천지현의 아버지는 안색이 흐려졌다.그도 진씨 집안 체면을 고려해야 했다. 설사 진씨 집안이 정말 하정원을 이미지 메이킹 해줬다고 해도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천지현은 이를 악물었다.“허튼소리라뇨? 하정원만 아니었으면 전 이미 경원 씨랑 결혼했을 거예요. 다른 사람의 남자친구를 빼앗는 불여우가 제 앞에서 깨끗한 척하고 있잖아요.”“진여훈 씨, 당신 이 여자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이런 빌어먹을 여자에게 홀린 거예요?”천지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하정원을 바라봤다.“빌어먹을, 벌써 진씨 집안을 손에 넣어서 자기편을 만들다니. 내가 보기엔 아마 할아버지와 손자의 시중을 드...”“짝!”천지현의 아버지가 천지현의 뺨을 때렸다. 천지현은 넋이 나갔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아빠?”천지현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너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알고 있어?”진여훈의 앞에서 진여훈의 할아버지까지 입에 담다니, 만약 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의 성격을 봤을 때 천지현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천지현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전 사실대로 얘기했을 뿐이에요. 쟤 같은 여자는...”“하정원이 어떤 여자인데요? 그리고 천지현 씨도 그렇게 떳떳하지는 않을 텐데요.”진여훈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천지현은 두려움이 들었다.“무... 무슨 뜻이죠?”진여훈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은 김씨 집안 큰 도련님 김경원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네요. 그는 이미 결혼했어요. 다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 뿐이죠.”“말도 안 돼요!”천지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거짓말하지 말아요. 경원 씨에게 여자가 많다고 해도 그는 솔로예요. 저야말로 그의 떳떳한 여자친구라고요!”진여훈은 소매를 느슨하게 만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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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천지현은 바닥에 자빠졌다. 김경원의 뒤로 그가 감싸는 여자와 여덟 살 된 아들을 본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천지현의 아버지는 그 모습을 더는 보고 있기 힘들었다. 딸 때문에 그는 체면을 심하게 구겼다.“그만해. 나랑 돌아가.”“안 갈 거예요.”천지현은 그를 떨쳐냈다.“오늘 똑똑히 물어야겠어. 김경원, 이 짐승만도 못한 놈. 감히 날 가지고 놀아?”김경원은 등 뒤의 아내를 달래며 그녀더러 아들을 데리고 먼저 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고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천지현을 바라봤다.“가지고 놀았다고?”김경원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너도 그때 나랑 자고 싶었잖아. 내가 언제 강요했어? 너도 그냥 놀아본 거였잖아. 너처럼 뻔뻔하고 끈질긴 여자는 정말 처음이야.”천지현의 아버지는 김경원이 자신의 딸을 모욕하자 안색이 순식간에 흐려졌다.“김경원, 선 넘지 마.”“선 넘지 말라고요? 선 넘은 건 당신 딸이죠. 제가 여자 여럿 만난 건 사실이에요. 당신 딸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고요. 그런데 수치도 모르고 저한테 달라붙잖아요. 짜증 나서 헤어지자고 했더니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제 아내랑 아들에게까지 손을 쓰려고 했어요.”김경원은 자신의 정장을 툭툭 털며 말했다.“자기가 먼저 들이대 놓고 제가 일편단심이길 원하더라고요. 심지어 결혼을 해달라니 꿈 깨라고 해요. 자기가 뭐라고?”“김경원!”천혁재는 화가 났다. 하지만 구경꾼들이 점점 더 늘어나니 더 이상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 그는 천지현을 노려봤다.“이제 이놈이 어떤 놈인지 알겠어? 이제 마음 접어. 나랑 돌아가.”“안 갈래요. 아빠, 저 그냥 못 넘어가요.”천지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김경원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는 천지현이 내뱉은 사랑이라는 말을 하찮게 생각하는 듯했고 심지어 싫은 듯했다.천혁재는 천지현의 뺨을 때리며 화를 냈다.“정신 좀 차려. 창피하지도 않니?”하정원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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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화

그가 만났던 여자들은 그의 돈을 탐냈다. 돈만 받으면 끈질기게 달라붙지 않고 흔쾌히 헤어졌다. 아무래도 일방적인 감정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천지현은 김경원에게 성가신 인물이었다.천지현은 천씨 집안의 딸이고 천지현이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김경원은 그녀에게 여자친구라는 신분을 줬지만 외부에 공개한 적은 없고 그저 천지현의 몇몇 지인들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천지현과 헤어진 이유는 관계가 지속되면 천지현이 그의 집까지 찾아와 난리를 피울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또 그는 아내와 아들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그녀와 작별을 고했다.그런데 김경원이 예전에 하정원에게 작업을 건 적이 있어서 하정원은 천지현이 자기 남자친구를 빼앗아 갔다고 오해했다. 하정원은 누명을 쓴 셈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진여훈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하정원은 자신이 그렇게 염불을 외우던 팔보채를 먹느라 진여훈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했다.같은 시각, 진씨 집안.진철은 원래 진여훈이 돌아오면 함께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강유이가 말했다.“외증조할아버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삼촌 밥 집에 와서 먹지 않을 거예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강유이를 바라봤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강유이는 비밀스럽게 웃었다.“삼촌 외숙모랑 같이 있어요. 오늘 분명 외식할걸요.”강유이는 하정원을 당숙모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 되어 고치고 싶지 않았다.진철은 웃으면서 그릇과 젓가락을 들었다.“그럼 됐다. 걔네 기다리지 말고 우리는 먼저 먹자.”진여훈은 늦은 시간에 하정원을 집까지 바래다줬다. 하정원은 하루 종일 놀아서 피곤한 상태인 데다가 밥까지 배불리 먹은 탓에 잠이 쏟아져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하정원의 집에 도착해서 기사는 차를 멈춰 세웠고 고개를 돌려 하정원을 깨울 생각이었는데 진여훈이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그 뜻을 알아챈 기사는 곧바로 고개를 돌린 뒤 담배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하정원은 고개를 돌려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차가 멈췄지만 그녀는 여전히 깨지 않았다.진여훈은 차에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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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6화

진여훈은 하정원을 침대 위에 내려놓은 뒤 침대로 그녀의 머리를 바쳤다. 하정원은 줄곧 깊은 잠에 빠져 경계심이 전혀 없었다.진여훈은 그녀 대신 이불을 덮어주고 침대 옆에 잠깐 서 있다가 조명을 끄고 침실에서 나왔다.한혜숙은 그가 위층에서 내려오자 천천히 일어났다.“여훈아.”진여훈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비틀어 그녀를 바라봤다.“어머님, 무슨 일 있으세요?”“정원이 데려다줘서 고마워.”“별거 아니에요.”그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그러면 전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여훈의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혜숙은 감개했다. 그녀는 사실 진여훈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하정원은 왜 그의 좋은 점을 보지 못하는지 의문이었다.하정원은 일찍 잠이 들어 일찍 깼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아침 여섯 시였다.그러나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침실에 누워있는 걸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제 차에서 잠든 것 같은데 언제 돌아온 거지?하정원은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서는 도우미가 일어나 아침을 하고 있었다.“아가씨, 벌써 깨셨어요?”하정원은 탁자 앞에 서서 물을 한 잔 따른 뒤 뭔가 떠올리고 말했다.“저 어젯밤 어떻게 돌아왔어요?”도우미는 웃으며 말했다.“진여훈 도련님이 바래다주셨어요.”컵을 들던 하정원의 손이 멈칫했다.“그 사람이 저 데려다준 건 알아요. 그런데... 누가 절 방에 데려다준 거예요?”그녀는 최근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런데 하필 어제 죽은 것처럼 자서 기억이라고는 전혀 없었다.도우미가 대답했다.“당연히 진여훈 도련님이 방까지 안아주셨죠.”하정원은 넋이 나갔다.수십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봤지만 진여훈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녀를 방까지 안아다 주는 게 아니라 기껏해야 깨웠을 것이다.그런데 도우미가 그녀를 속일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진여훈이...정말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김경원 결혼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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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하정원은 멍청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녀와 진여훈을 이어주려 하고 있었다.이혼까지 했는데 왜 그러는 걸까?“숙모, 삼촌 싫어해요?”“네 삼촌이 날 싫어하는 거야.”강유이는 하정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그러면 숙모는 삼촌 싫어해요?”하정원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네 삼촌이 날 싫어하는데 나도 당연히 싫지.”“우리 삼촌이 숙모를 싫어하지 않는다면요?”“...”하정원은 뜸을 들였다.“그래도 싫어.”“왜요?”강유이의 시선이 그녀를 지나쳐 뒤쪽으로 향했다.하정원은 컵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거만하고 위선적이고 성격도 나쁘고 전혀 다정하지 않잖아.”압박감 어린 그림자가 그녀의 뒤에 섰다.“그게 나에 대한 네 평가야?”하정원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돌렸다. 진여훈이 금테 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은 채 그녀의 뒤에 꼿꼿이 서 있었다. 안경을 쓰면 외모가 가려진댔는데 진여훈만큼 안경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매너가 좋고 말수가 적어 보이며 내성적인 듯하면서도 은근히 사악한 느낌이 들어 더 매력적이었다.하정원은 입을 뻐끔거리며 말했다.“내가 뭐 잘못 말했어?”진여훈이 거만하지 않고 위선적이지 않으며 사납지 않다고?진여훈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하정원을 바라봤다.“그거 루머 생성이야.”하정원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루머는 무슨, 난 사실만 얘기해.”진여훈은 더는 그녀와 다투지 않았다. 그는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았고 하정원은 의아한 듯 물었다.“이게 뭐 하는...”진여훈은 덤덤히 말했다.“아침 먹으려고.”강유이가 웃었다.“삼촌도 저처럼 아침을 안 먹었나 보네요.”하정원은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아침을 먹든 말든 왜 자신에게 얘기한단 말인가?그녀가 언제 먹지 말라고 한 적이 있나?정말 이상한 남자였다.그런데 강유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활짝 웃어 보였다.“숙모, 삼촌. 전 오빠들이랑 같이 밥 먹을게요. 천천히 드세요!”“어... 유이야...”하정원은 강유이를 부르려 했지만 강유이는 이미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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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결혼한 지 3년이 되어도 단 한 번도 그녀와 아침을 먹은 적이 없고 심지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다니, 갑자기 이혼한 뒤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구니 놀라지 않을 수 있는가?진여훈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멈췄다.“싫은 건 맞아.”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말했다.“하지만 정략결혼으로 묶인 게 싫었던 거야.”하정원은 살짝 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니까 지금은 이혼해서 싫지 않다는 거야?”“넌 이혼해서 기쁜 거 아니었어?”진여훈이 반문했다.하정원은 말을 하려다 말고 시선을 내려뜨렸다.그러했다. 이혼해서 자유의 몸이 됐으니 당연히 기뻤다.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이상했다.다른 한편, 강성연과 반지훈은 두 아이를 데리고 같은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강유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강성연은 시선을 들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너 숙모랑 아침 먹는 거 아니었어?”“숙모는 곁에 삼촌이 있잖아요. 제가 방해하면 안 되죠.”꽤 자발적이었다.반지훈은 강유이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나랑 네 엄마도 있는데 왜 우리는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그건 다르죠. 엄마가 원하면 아빠가 애정행각을 하잖아요.”강유이는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하지만 숙모랑 삼촌은 다르죠. 원래도 위태로운 사인데 방해꾼인 제가 그곳에 있으면 분위기 깨잖아요?”강해신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분위기를 깨든 깨지 않든 위태로운 관계인 건 틀림없지.”강유이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오빠, 희망을 좀 가지라고.”강해신은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해신이 말도 일리가 있어. 두 사람은 예전부터 서로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잖아.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면 좀 이상하긴 하지.”“예전에 줄곧 자신을 싫어하다가 갑자기 좋아한다고 그러면 진심인 건지 아니면 농담인 건지 누가 알겠어?”게다가 하정원은 이미 죽은 남자를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 집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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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뭔가 눈치챈 하정원은 고개를 번쩍 들며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아빠.”하진석은 잠깐 멈칫했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하정원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무슨 책임을 진다는 거예요?”하진석은 고개를 쳐들고 심호흡했다.“속죄지.”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떠났다.하정원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 있었다.그녀가 뒤따라갔지만 하진석은 이미 차를 타고 떠났다.비 때문에 차가 흐릿하게 보였다.하진석은 경찰서로 가서 몇 년 전 납치사건의 주모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당시 납치범들이 하진석의 이름을 대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법의 제재를 피했기 때문이다.이제 그는 스스로 자백했고 변호사를 둘 생각도 없었다. 경찰들은 그의 얘기를 듣고 모두 의아해했다.당시 하진석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정보를 숨겼다. 그들은 하정원이 납치당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주모자가 하진석이라니.하진석은 경찰을 따라 취조실에서 나왔고 하정원이 복도에 있었다.“아빠!”하진석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부랴부랴 도착한 하정원을 바라봤다. 하정원의 어깨와 바짓단은 빗물에 젖었고 얼굴에도 빗물의 흔적이 있었다. 서늘하고 축축하며 안색이 창백했다.하진석은 한숨을 쉬었다.“정원아, 돌아가.”하정원은 눈시울이 붉어져 울었다.“아빠, 저 아빠 용서했어요.”그가 말한 속죄는 자수였다.하지만 어찌 됐든 그는 그녀의 친아버지였다. 비록 그가 했던 일 때문에 그를 미워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더 이상 그가 밉지 않았다.하진석은 흠칫하더니 이내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경찰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하정원은 등 뒤에서 울먹이며 외쳤다.“아빠, 엄마랑 같이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들이 복도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정원은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공허한 복도에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서 있었다. 마치 세상에 오롯이 혼자 남은 듯 말이다.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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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내가 바래다줄게.”진여훈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조용한 분위기가 하정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뭐라 얘기하고 싶은데 진여훈이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됐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이미 그의 앞에서 두 번이나 울었었다. 처음엔 육진우의 방에서, 두번 째는 경찰서 밖에서였다.차는 하정원의 집 앞에 멈춰 섰고 진여훈은 그녀를 문앞까지 바래다줬다.한혜숙은 심각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진여훈과 하정원이 함께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그제야 천천히 일어났다.“정원아, 왔니?”“엄마, 저...”“됐어. 아무 얘기도 하지 마.”한혜숙은 부드럽게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아빠가 한 결정, 엄마는 다 이해해.”한혜숙은 하정원의 앞에 서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네 아빠가 잘못한 거잖아. 결과가 어떨지는 법원 판결에 맡기자. 우리는 네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알겠지?”하정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한혜숙은 진여훈을 바라봤다.“여훈이도 왔으니 여기서 밥 먹고 가.”하정원이 그 대신 거절하려 했다.“아뇨...”진여훈이 대답했다.“네.”하정원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한혜숙은 싱긋 웃더니 도우미에게 저녁을 준비하라고 일렀다.-하진석이 예전 사건을 자수했다는 걸 알게 돈 진철은 거실에서 반지훈과 대화를 나눌 때 그 이야기를 거론했다.강성연은 꽤 놀랐다. 당시 납치 사건은 하진석이 꾸민 일이었지만 그는 납치범들에게 정말로 사람을 다치게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납치범은 그의 뜻을 어겼고 큰 재앙이 찾아왔다. 사람을 죽인 건 하진석의 뜻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나 납치 사건이 그 때문에 시작되었으니 간접적으로 육진우를 죽인 셈이었다.하진석의 지위와 인맥이라면 충분히 혐의를 벗을 수 있었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하진석은 스스로 죗값을 치르려 했다.반지훈은 찻잔을 들었다.“변호사가 항소하려는데 거부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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