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래다줄게.”진여훈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조용한 분위기가 하정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뭐라 얘기하고 싶은데 진여훈이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됐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이미 그의 앞에서 두 번이나 울었었다. 처음엔 육진우의 방에서, 두번 째는 경찰서 밖에서였다.차는 하정원의 집 앞에 멈춰 섰고 진여훈은 그녀를 문앞까지 바래다줬다.한혜숙은 심각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진여훈과 하정원이 함께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그제야 천천히 일어났다.“정원아, 왔니?”“엄마, 저...”“됐어. 아무 얘기도 하지 마.”한혜숙은 부드럽게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아빠가 한 결정, 엄마는 다 이해해.”한혜숙은 하정원의 앞에 서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네 아빠가 잘못한 거잖아. 결과가 어떨지는 법원 판결에 맡기자. 우리는 네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알겠지?”하정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한혜숙은 진여훈을 바라봤다.“여훈이도 왔으니 여기서 밥 먹고 가.”하정원이 그 대신 거절하려 했다.“아뇨...”진여훈이 대답했다.“네.”하정원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한혜숙은 싱긋 웃더니 도우미에게 저녁을 준비하라고 일렀다.-하진석이 예전 사건을 자수했다는 걸 알게 돈 진철은 거실에서 반지훈과 대화를 나눌 때 그 이야기를 거론했다.강성연은 꽤 놀랐다. 당시 납치 사건은 하진석이 꾸민 일이었지만 그는 납치범들에게 정말로 사람을 다치게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납치범은 그의 뜻을 어겼고 큰 재앙이 찾아왔다. 사람을 죽인 건 하진석의 뜻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나 납치 사건이 그 때문에 시작되었으니 간접적으로 육진우를 죽인 셈이었다.하진석의 지위와 인맥이라면 충분히 혐의를 벗을 수 있었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하진석은 스스로 죗값을 치르려 했다.반지훈은 찻잔을 들었다.“변호사가 항소하려는데 거부했다면서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