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521 - 챕터 1530

2771 챕터

제1521화

이건 난륜 아닌가?진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아이들의 이혼에 대해 자네들과 상의하려 하는 게 아니겠나?”그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하 씨 집안 사람들은 상당히 괴이하게 느껴졌다.그들이 아는 진철은 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이런 말에 하진석은 동의할 수 없었다.“어르신, 어르신께서 지금 저희 두 가문이 맺은 혼인을 애들 장난으로 취급하시는 겁니까?”진철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잠깐 침묵했다.“하 회장, 우리 두 가문 사이의 관계는 굳이 혼인으로만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네.”그가 하정원을 돌아보았다.“그래서 내가 정원이를 내 손녀로 들이고 싶다는 거네.”“지금 그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결정인 줄은 아시는 겁니까.”하진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다른 사람을 살필 겨를도 없이 말을 이었다.“어르신이 직접 들인 손주며느리를 손녀로 삼겠다뇨. 부부에서 남매가 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랍니까!”진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그러면, 자네 딸이 계속 염문설을 일으키고, 자네한테 반항하며 살아가게 하는 게, 그게 자네가 바라는 모습인가!”하진석이 그대로 얼어붙었다.그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하진석 자네는 너무 고집스러워.”“그해에 벌어졌던 비극을 벌써 잊은 건가? 자네 딸이 어쩌다 오늘 이 모양이 되었는데!”하정원이 경악하며 진철을 바라보았다. 그가 어떻게 그 해 일에 대해 알고 있지?하진석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두 가문이 함께한 식사 자리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곧이어 하진석이 떠났고 식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강성연과 반지훈이 방으로 돌아왔다. 방금 그들의 대화에서 하진석이 그 해 일을 엄청나게 금기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훈 씨.”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저 정말 너무 궁금해요. 어떡하죠?”반지훈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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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나를 원망하느냐?”하정원이 두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할아버님께서 저를 아껴주신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할아버님을 원망하지는 않아요.”그녀가 일부러 온갖 염문설을 뿌리고 다니며, 진 씨 가문의 체면도 깎아내렸는데도 진철은 한 번도 그녀를 나무란 적이 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녀가 진철한테 미안한 점이 더 많았다.“원망하지 않는다니 다행이구나.”진철이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너희들이 이혼해도 너는 계속 내 손녀야. 너랑 여훈이 부부가 될 수 없다면, 남매로 지내는 건 괜찮지 않겠어?”하정원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사실… 다 제 잘못이에요. 할아버님, 그 사람을 탓하지 마세요.”진여훈이 그녀를 싫어한 이유는, 그녀를 정말로 소문 속 그런 여자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거리낌 없이 그 많은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있었다.그렇게 너무 자기 생각만 하다 보니 할아버지가 자신한테 베푼 친절을 간과하고 있었다.확실히 그녀가 너무 이기적이었다.오늘날까지 할아버지가 그녀를 걱정하는 모습에 그녀는 더욱 자괴감이 들었다.“나도 안다. 이번 일은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할아비는 그저 너희들이 나처럼 살지 말길 바랐을 뿐이야.”그는 개탄했다. 젊었을 적 그 역시 이익을 탐했고 야심도 있었다.하지만 연이 죽고 난 뒤 그는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다.그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연의 복수를 위해 살았었다. 그러면서 황당하고 어리석은 일을 벌이기도 했었다.그 사이에 복수의 대상을 잘못 고른 적도 있었다.하진석은 하정원의 아버지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저질렀지만, 하정원은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할 뿐 복수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걸 선택했다.이렇게 가슴 아픈 아가씨를 그가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하정원이 서재에서 나왔다. 고개를 드니 진여훈이 복도에 서 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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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그가 운전석을 툭툭 치며 기사한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하정원이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차가 그녀의 눈에서 점점 멀어져갔다.하정원이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내가 뭐 그쪽 차 아니면 타고 갈 차가 없는 줄 알아!”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사실 연락처에는 몇 명 없었다.그녀의 차는 집 차고에 주차되어 있었다. 이혼 수속하러 나왔기에 지갑도 두고 온 상태였고 텔레뱅킹도 되지 않았다. 진여훈이 자신을 버리고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그녀는 이혼 후 진 씨 놈이 더 이상 자신한테 못되게 굴지 않을 거로 생각했었다.허, 완전한 착각이었다.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었던 그녀는 결국 자기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몰래 숨어 그들이 법원에서 나온 장면부터 그녀가 그에게 버려지는 장면까지 속속들이 찍고 있었다는 사실을.-다음날.진철이 책상 위로 잡지를 내던졌다.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이게 네가 나한테 약속했던 거냐.”진여훈이 잡지를 바라보았다. 그건 바로 어제 그들이 법원에서 이혼 수속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었다.두 사람은 우선 이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할아버지와 약속했었다. 그런데 하필 그 장면이 파파라치한테 찍혔을 줄이야. 이제 언론에서도 그들의 이혼 사실을 추측하고 있었다.그가 입술을 깨물더니 조금 있다 입을 열었다.“어차피 언론에서도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었는데, 지금 밝혀진다고 해서 뭐 다를 게 있겠어요.”할아버지가 하정원을 손녀로 들인다는 사실도 어차피 공개해야 할 일이었다.진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너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너 정원이 생각은 해 봤어?”“내가 너희 이혼을 허락한 건 맞지만, 분명 정원이를 손녀로 삼겠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라고 당부했잖니. 그런데 이게 뭐냐. 언론에서 이 사진을 근거로 정원이한테 어떤 기사를 쏟아낼지 생각이나 해 봤어?”하정원과 그의 이혼이 사실로 밝혀지면 언론에서는 하정원의 행실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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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강성연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두 가문이 억지로 사돈을 맺고 정원 씨가 진 씨 가문으로 들어왔어. 너는 정원 씨가 너희 집안의 얼굴에 먹칠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외부인들은 너희 진 씨 가문을 동정하고 있어. 그런 여자를 집에 들였다고.”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진짜 온갖 비난을 듣고 있는 사람은 하정원 씨 한 사람뿐이었다고. 재밋거리가 필요한 사람들도 오직 정원 씨만 비웃었어. 근데 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 왜냐면 그게 바로 그 사람이 원했던 결과였으니까.”“결혼하기 전부터 정원 씨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자기 명성을 떨어트리기 시작했어. 너는 이 결혼이 불만족스럽고, 그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겠지. 그러면 정원 씨는 이 결혼에 만족했을까? 이제와서 두 사람이 이혼하게 된 게, 어쩌면 정원 씨가 애초에 가장 바라고 있던 결과일 수도 있어.”“확실히 가장 멍청한 건 정원 씨가 맞아. 네 말 그대로야. 정원 씨의 염문설은 그녀 스스로가 쌓아 올린 거지. 본인은 신경도 쓰고 있지 않지만 말이야. 그런데 과연 세상 어떤 여자가 정말로 자기 명성이 더럽혀지는 걸 신경 쓰지 않을까?”만약 그녀가 하정원의 과거를 몰랐다면, 그녀 역시 하정원이 왜 기를 쓰고 자기 명성을 떨어트리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정원은 자기 명성을 신경 쓰지 않은 게 아니었다.단지 그녀의 심장이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이미 죽어버린 사람은 세상에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시체와도 같이.그녀의 아버지는 분명 그 일의 주모자이자, 이 비극을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잃게 만들어 놓고, 여전히 그녀에게 각종 혼인을 주선해 주었다.어쩌면 사실 그녀는 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가 약한 사람이었다면 진작 죽어버렸을 수도 있었다.아무도 그녀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모른다. 단지 그녀의 겉모습만 보고 그녀를 나쁜 여자로 단정 지어 버렸다.그녀를 둘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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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나중에 그녀는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제야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기자가 일부러 하정원의 말을 왜곡해서 기사를 낸 탓에, 하정원은 “방탕하고 건방진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덕분에 새해 연휴가 다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사이버폭력을 당했다.모든 사람은 하정원이 건방지고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혼 후에는 횡포를 부리며 기자한테 대들기까지 했으니, 각종 언론과 댓글에는 그녀의 욕설이 난무했다.화가 난 진철이 악성 기사를 낸 잡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진철이 그들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잔뜩 겁을 먹은 잡지사 사장이 당장 연예부로 달려가 물었다.“어제 인쇄한 잡지 오천 부는?”“다 출간했는데요.”잡지사 사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당장 배포한 곳에 연락해. 그 잡지들 당장 돌려받아야 한다고. 그거 출간하면 안 돼. 큰일 난다고!”부서 사람들이 오전 내내 바쁘게 일했지만 회수한 잡지는 삼천 부가 조금 넘는 정도였다. 이미 천 부가 넘는 잡지는 사람들에게 팔고 없었다.잡지사 사장이 머리를 잡아 뜯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새해 연휴에 이 기사로 이목을 많이 끌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철이 하정원을 위해 직접 나설 줄이야!진철이 군오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그라고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는 하정원과 진여훈이 이혼했으니 진 씨 가문에서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상관하지 않을 줄 알았다.그가 물었다.“남은 천 부는 누가 사 갔어?”부하가 답했다.“천 씨 가문의 따님이요.”잡지사 사장이 입을 다물었다.천 씨 가문의 딸이라면, 하 씨 가문과 트러블을 일으켰던 그 여자?천지현은 곧바로 자신이 사들인 잡지 천 부를, 폭로 전문인 다른 잡지사에 넘겨, 잡지 사천 부를 추가 발행했다.그녀는 하정원이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하정원이 이틀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자, 한혜숙이 직접 진 씨 가문으로 찾아왔다. 그녀의 물음에 진철이 놀라 되물었다.“집에 안 들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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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하정원이 시선을 내려뜨리며 미소 지었다.“사실 제가 별로 한 것도 없는걸요. 전 그냥 아이들한테 종이학과 별을 접는 방법을 가르쳤을 뿐이에요. 그것도 다 예전에 육진우가 가르쳐줬던 거고요…”원장이 그녀한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원아, 네가 지금껏 진우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진우는 좋은 애였어. 다만 안타깝게도…”그녀가 갑자기 원장의 말을 끊었다.“원장님, 거기까지만요.”“정원아, 넌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원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역시 슬프긴 마찬가지였다.“이제는 너 자신을 좀 사랑해 줘.”하정원이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마음속 그 한 가닥이 그 순간, 툭 하고 끊어져 버린 것만 같았다.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몇 년간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오해해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다만 육진우는 예외였다.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억누르고 있던 고통이 화산처럼 폭발해 버렸다.원장이 가슴 아파하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원장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정원아 이제 그만 진우를 잊어.”“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그녀가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원장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목메어 울었다.“만약 저까지 그를 잊으면 누가 그를 기억해요. 그 사람은 저 때문에 죽었는데.”원장은 가슴이 아팠다.육진우는 보육원에서 자라난 아이였다. 그는 아무런 집안 배경 없이 어릴 때부터 원장의 손에서 키워졌다.원장한테 육진우는 자기 아들과 마찬가지였다.육진우는 말도 잘 들었고 철이 빨리 들었었다. 햇살처럼 밝은 아이라 웃기 좋아했고 모든 사람한테 친절한 남자아이였다.그는 한평생 착하게 살았지만, 하정원과 연애를 하고 좋지 못한 결말을 맞았다.하진석은 그가 자기 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몰래 두 사람을 제지했다. 심지어 자기 딸을 이용해 납치 사건까지 계획했다.원래 그는 그 일을 통해 육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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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진여훈이 잠깐 침묵했다.“예전에도 왔었나요?”“네. 왜요?”“아닙니다.”그가 시선을 내려뜨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조사를 보냈던 사람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상대편이 말했다.“도련님, 제가 Eden 씨에게 직접 물었는데, Eden 씨는 하정원 씨와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두 번 정도 마주쳤을 뿐 연락처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기를 그날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하정원 씨와 마주쳤는데, 하정원 씨가 전시회에서 그와 접점이 있었던 이유로 밥 한번 샀을 뿐이랍니다.”진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때 누군가가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일곱,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삼촌, 정원 언니 찾으러 왔어요?”진여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하정원 그 여자는 언니라고? 자신이 그렇게 늙어 보이나?그가 숨을 들이마시고 허리를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마주치며 답했다.“그런데 왜?”여자아이가 물었다.“그럼 정원 언니한테 잘해줄 거예요?”그가 멈칫거리더니 입술을 깨물었다.“삼촌, 정원 언니는 되게 좋은 사람이니까 괴롭히면 안 돼요. 언니는 우리한테 종이학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종이별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그리고 글이랑 그림이랑 피아노도 가르쳐줘요. 삼촌이 만약 언니 괴롭히면 우리가 화낼 거예요.”진여훈의 동공이 흔들렸다.“안 괴롭혀.”“그럼 손가락 걸어요. 그 말 지키셔야 해요.”여자아이가 손가락을 내밀었다.그가 멈칫거리더니 곧바로 소리 내어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고 여자아이와 약속했다.“지킬게.”하정원은 육진우가 생전에 머물렀던 방에 앉아있었다. 원장이 계속 청소하고 있었기에 방은 육진우가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방에는 스케치판이 가득했다. 육진우는 그림 그리기 좋아했고 재능도 있었다. 그 이유로 하정원은 그림을 배웠고 그를 위해 전시회를 열었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가 남긴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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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하정원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가 그의 손을 쳐내며 새빨개진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맞아. 내가 선택한 길이야. 그게 뭐 어때서. 이건 내 일이야. 당신들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자격 없다고.”“그래서.”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스스로 원한 타락의 길에서 정말로 원하는 건 찾았어? 그렇게 자기 명성을 깎아내리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하정원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바닥을 향해 늘어뜨린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실렸다.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온단 말인가?아무리 그녀가 바라고 바라도, 그런 기적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일은 이미 벌어졌다. 육진우의 죽음은 그녀의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그가 화장되던 날, 그녀는 자기 손으로 직접 그의 마지막을 보내주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 남자 대신 자기 목숨을 내줄 수도 있었다.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쳐냈다.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그렇다고 해도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야.”진여훈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하정원이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그는 신경 쓰지 않았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알게 되었어도 그는 그저 그녀가 멍청하고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죽어버린 사람 때문에 자신을 망가뜨리고 타락한 삶을 살아가다니. 그녀를 동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미 죽어버린 남자가 더 불쌍했다.“그 남자가 자기 목숨까지 바쳐서 당신을 살려냈는데, 당신은 그 소중한 목숨을 이렇게 허비하고 있다니. 차라리 그 남자가 아니라 당신이 죽어버리는 게 더 나았겠어.”순간 하정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간 모든 화면이 정지된 것 같았다.진여훈이 그녀한테 가까이 다가갔다.“당신은 그 남자가 당신 때문에 자기 목숨을 바친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해?”“그는 당신을 살리기를 선택했지만, 이런 결과는 당신 스스로가 자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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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렸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육진우의 일로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어머니의 걱정을 간과하고 있었다.이제 보니 그녀 주위의 사람들은 지금껏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이기심을 받아주고만 있었다. 단지 그녀가 증오와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눈이 멀어 그들의 마음을 몰랐던 것뿐이었다. 사실 그녀한테도 그녀를 관심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녀는 육진우의 죽음을 겪고 자신은 행복하게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에서야 그의 진짜 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그가 그녀를 살린 건 그녀가 자책감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서가 아니었다.이틀 뒤.진철은 언론에 하정원을 자기 양손녀로 들인다는 소식을 공포했다. 그와 동시에 하정원이 자기 손자와 이혼한 원인은 하정원의 품행 때문이 아니라, 두 사람의 성격 차이로 진일보 알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그는 언론에 하정원의 품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고, 왜곡된 진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엄하게 꾸중했다.진철이 직접 나서서 하정원의 편을 든 건 지금껏 그녀를 욕했던 사람들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인 것과 다름없었다.하정원은 빠르게 실시간 검색 일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마리아 보육원 원장도 나서서 하정원의 편을 들어주었다.곧이어 하정원이 지금껏 몰래 전시회를 열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일도 밝혀졌다. 하정원은 비밀리에 기부와 공익활동을 하면서 그녀 이름 대신 “우진 미술관”의 이름을 남겼다.그 때문에 아무도 우진 미술관의 배후 사장이 하정원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배운 것도 없고, 재능도 없이 방탕하기만 한 하 씨 가문의 아가씨가 이렇게 예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우진 미술관은 작년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했다. 미술관에 전시된 모든 초상화나 유화는 사람이건 풍경이건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그림 속에서 빛이 났다.강성연과 반지훈이 우진 미술관에 도착했다. 미술관에 손님들이 들끓는 걸 보니 그들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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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그녀가 테이블 옆으로 걸어가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아니.”그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벽에 표구되어 걸려있는 그림을 훑어보았다.“그냥 단순히 하정원 씨의 미술관을 참관하러 왔을 뿐이야.”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낮에 올 줄 몰라?”그가 그림에서 시선을 거두며 답했다.“낮엔 시간이 안 나.”하정원이 혀를 차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표구를 계속했다.“이 밤에 미술관 참관하러 왔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뭐야.”진여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너 말 좀 예쁘게 해.”“난 쭉 이랬거든.”하정원이 순간 뭔가를 떠올렸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참, 나 이제 당신 동생이잖아. 그럼, 오빠로서 존중을 해줘야 하나?”진여훈이 헛웃음을 지었다.“할아버지께서 우리 남매보고 잘 지내라고 하셨잖아. 설마 이렇게 얼렁뚱땅 넘기려고?”“그 말 들어봤어?”“무슨 말.”하정원이 씩 웃었다.“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 당신은 뭐 나랑 잘 지낼 마음이 있기나 해?”진여훈은 답을 하지 않았다.하정원이 손을 휙휙 내저었다.“됐어. 나도 당신과 내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거든. 당신이 나를 욕하지 않는 걸로 아주 감사하다고 생각해.”그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정원이 다시 표구에 집중했다. 그녀는 그가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 고개를 드니 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왜 아직도 안 가고 거기 서 있어?”진여훈이 창밖을 내다봤다.“비와.”그녀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 차 있잖아. 비 오는 게 무슨 걱정이야.”“그럼 넌, 돌아갈 차 있어?”하정원이 순간 멍해졌다. 몇초 후 그녀는 빗줄기가 장대같이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설마 나 데리러 온 거야?”그는 대답이 없었다.하정원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진여훈은 자신을 싫어했다. 이혼하고도 자신을 싫어하는데,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데리러 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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