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여훈이 잠깐 침묵했다.“예전에도 왔었나요?”“네. 왜요?”“아닙니다.”그가 시선을 내려뜨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조사를 보냈던 사람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상대편이 말했다.“도련님, 제가 Eden 씨에게 직접 물었는데, Eden 씨는 하정원 씨와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두 번 정도 마주쳤을 뿐 연락처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기를 그날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하정원 씨와 마주쳤는데, 하정원 씨가 전시회에서 그와 접점이 있었던 이유로 밥 한번 샀을 뿐이랍니다.”진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때 누군가가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일곱,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삼촌, 정원 언니 찾으러 왔어요?”진여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하정원 그 여자는 언니라고? 자신이 그렇게 늙어 보이나?그가 숨을 들이마시고 허리를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마주치며 답했다.“그런데 왜?”여자아이가 물었다.“그럼 정원 언니한테 잘해줄 거예요?”그가 멈칫거리더니 입술을 깨물었다.“삼촌, 정원 언니는 되게 좋은 사람이니까 괴롭히면 안 돼요. 언니는 우리한테 종이학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종이별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그리고 글이랑 그림이랑 피아노도 가르쳐줘요. 삼촌이 만약 언니 괴롭히면 우리가 화낼 거예요.”진여훈의 동공이 흔들렸다.“안 괴롭혀.”“그럼 손가락 걸어요. 그 말 지키셔야 해요.”여자아이가 손가락을 내밀었다.그가 멈칫거리더니 곧바로 소리 내어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고 여자아이와 약속했다.“지킬게.”하정원은 육진우가 생전에 머물렀던 방에 앉아있었다. 원장이 계속 청소하고 있었기에 방은 육진우가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방에는 스케치판이 가득했다. 육진우는 그림 그리기 좋아했고 재능도 있었다. 그 이유로 하정원은 그림을 배웠고 그를 위해 전시회를 열었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가 남긴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림 속
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