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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진여훈이 잠깐 침묵했다.

“예전에도 왔었나요?”

“네. 왜요?”

“아닙니다.”

그가 시선을 내려뜨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조사를 보냈던 사람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상대편이 말했다.

“도련님, 제가 Eden 씨에게 직접 물었는데, Eden 씨는 하정원 씨와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두 번 정도 마주쳤을 뿐 연락처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기를 그날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하정원 씨와 마주쳤는데, 하정원 씨가 전시회에서 그와 접점이 있었던 이유로 밥 한번 샀을 뿐이랍니다.”

진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때 누군가가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일곱,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삼촌, 정원 언니 찾으러 왔어요?”

진여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하정원 그 여자는 언니라고? 자신이 그렇게 늙어 보이나?

그가 숨을 들이마시고 허리를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마주치며 답했다.

“그런데 왜?”

여자아이가 물었다.

“그럼 정원 언니한테 잘해줄 거예요?”

그가 멈칫거리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삼촌, 정원 언니는 되게 좋은 사람이니까 괴롭히면 안 돼요. 언니는 우리한테 종이학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종이별 접는 방법도 알려주고, 그리고 글이랑 그림이랑 피아노도 가르쳐줘요. 삼촌이 만약 언니 괴롭히면 우리가 화낼 거예요.”

진여훈의 동공이 흔들렸다.

“안 괴롭혀.”

“그럼 손가락 걸어요. 그 말 지키셔야 해요.”

여자아이가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가 멈칫거리더니 곧바로 소리 내어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고 여자아이와 약속했다.

“지킬게.”

하정원은 육진우가 생전에 머물렀던 방에 앉아있었다. 원장이 계속 청소하고 있었기에 방은 육진우가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방에는 스케치판이 가득했다. 육진우는 그림 그리기 좋아했고 재능도 있었다. 그 이유로 하정원은 그림을 배웠고 그를 위해 전시회를 열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가 남긴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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