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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그녀가 테이블 옆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벽에 표구되어 걸려있는 그림을 훑어보았다.

“그냥 단순히 하정원 씨의 미술관을 참관하러 왔을 뿐이야.”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낮에 올 줄 몰라?”

그가 그림에서 시선을 거두며 답했다.

“낮엔 시간이 안 나.”

하정원이 혀를 차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표구를 계속했다.

“이 밤에 미술관 참관하러 왔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뭐야.”

진여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너 말 좀 예쁘게 해.”

“난 쭉 이랬거든.”

하정원이 순간 뭔가를 떠올렸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참, 나 이제 당신 동생이잖아. 그럼, 오빠로서 존중을 해줘야 하나?”

진여훈이 헛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께서 우리 남매보고 잘 지내라고 하셨잖아. 설마 이렇게 얼렁뚱땅 넘기려고?”

“그 말 들어봤어?”

“무슨 말.”

하정원이 씩 웃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 당신은 뭐 나랑 잘 지낼 마음이 있기나 해?”

진여훈은 답을 하지 않았다.

하정원이 손을 휙휙 내저었다.

“됐어. 나도 당신과 내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거든. 당신이 나를 욕하지 않는 걸로 아주 감사하다고 생각해.”

그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정원이 다시 표구에 집중했다. 그녀는 그가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 고개를 드니 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왜 아직도 안 가고 거기 서 있어?”

진여훈이 창밖을 내다봤다.

“비와.”

그녀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당신 차 있잖아. 비 오는 게 무슨 걱정이야.”

“그럼 넌, 돌아갈 차 있어?”

하정원이 순간 멍해졌다. 몇초 후 그녀는 빗줄기가 장대같이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설마 나 데리러 온 거야?”

그는 대답이 없었다.

하정원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진여훈은 자신을 싫어했다. 이혼하고도 자신을 싫어하는데,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데리러 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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