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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나를 원망하느냐?”

하정원이 두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할아버님께서 저를 아껴주신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할아버님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녀가 일부러 온갖 염문설을 뿌리고 다니며, 진 씨 가문의 체면도 깎아내렸는데도 진철은 한 번도 그녀를 나무란 적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녀가 진철한테 미안한 점이 더 많았다.

“원망하지 않는다니 다행이구나.”

진철이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너희들이 이혼해도 너는 계속 내 손녀야. 너랑 여훈이 부부가 될 수 없다면, 남매로 지내는 건 괜찮지 않겠어?”

하정원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다 제 잘못이에요. 할아버님, 그 사람을 탓하지 마세요.”

진여훈이 그녀를 싫어한 이유는, 그녀를 정말로 소문 속 그런 여자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거리낌 없이 그 많은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있었다.

그렇게 너무 자기 생각만 하다 보니 할아버지가 자신한테 베푼 친절을 간과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녀가 너무 이기적이었다.

오늘날까지 할아버지가 그녀를 걱정하는 모습에 그녀는 더욱 자괴감이 들었다.

“나도 안다. 이번 일은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할아비는 그저 너희들이 나처럼 살지 말길 바랐을 뿐이야.”

그는 개탄했다. 젊었을 적 그 역시 이익을 탐했고 야심도 있었다.

하지만 연이 죽고 난 뒤 그는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연의 복수를 위해 살았었다. 그러면서 황당하고 어리석은 일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 사이에 복수의 대상을 잘못 고른 적도 있었다.

하진석은 하정원의 아버지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저질렀지만, 하정원은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할 뿐 복수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걸 선택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아가씨를 그가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하정원이 서재에서 나왔다. 고개를 드니 진여훈이 복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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