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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뭔가 눈치챈 하정원은 고개를 번쩍 들며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빠.”

하진석은 잠깐 멈칫했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하정원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책임을 진다는 거예요?”

하진석은 고개를 쳐들고 심호흡했다.

“속죄지.”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떠났다.

하정원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 있었다.

그녀가 뒤따라갔지만 하진석은 이미 차를 타고 떠났다.

비 때문에 차가 흐릿하게 보였다.

하진석은 경찰서로 가서 몇 년 전 납치사건의 주모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당시 납치범들이 하진석의 이름을 대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법의 제재를 피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스스로 자백했고 변호사를 둘 생각도 없었다. 경찰들은 그의 얘기를 듣고 모두 의아해했다.

당시 하진석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정보를 숨겼다. 그들은 하정원이 납치당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주모자가 하진석이라니.

하진석은 경찰을 따라 취조실에서 나왔고 하정원이 복도에 있었다.

“아빠!”

하진석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부랴부랴 도착한 하정원을 바라봤다. 하정원의 어깨와 바짓단은 빗물에 젖었고 얼굴에도 빗물의 흔적이 있었다. 서늘하고 축축하며 안색이 창백했다.

하진석은 한숨을 쉬었다.

“정원아, 돌아가.”

하정원은 눈시울이 붉어져 울었다.

“아빠, 저 아빠 용서했어요.”

그가 말한 속죄는 자수였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는 그녀의 친아버지였다. 비록 그가 했던 일 때문에 그를 미워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더 이상 그가 밉지 않았다.

하진석은 흠칫하더니 이내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경찰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하정원은 등 뒤에서 울먹이며 외쳤다.

“아빠, 엄마랑 같이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들이 복도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정원은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공허한 복도에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서 있었다. 마치 세상에 오롯이 혼자 남은 듯 말이다.

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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