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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진여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똑같이 잔을 들어 하정원과 건배했다.

“밥도 안 먹었는데 날 취하게 만들려고?”

하정원은 천천히 술을 마셨다.

“어차피 집까지 데려다 줄 기사가 있잖아. 그래도 취하는 게 무서워?”

그의 시선이 유리창 속 그녀에게 향했다.

“나 취하게 만든 뒤에 거리에 버려둬서 뉴스에 나오게 하려고?”

“...”

하정원은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진여훈을 취하게 만들어 망신을 줄 생각은 있었다.

진여훈은 손끝으로 컵을 만지며 시선을 들었다.

“내가 맞췄어?”

하정원은 잔을 내려놓았다.

“난 그렇게 지나친 사람은 아냐.”

진여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면 네게 날 취하게 할 능력이 있어야 할 텐데.”

하정원은 믿지 않았다.

“그래. 두고 보자고.”

밤은 점차 깊어졌고 네온사인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거리를 비췄다.

검은색 차가 천천히 골목길에 들어섰다.

하정원은 취기가 오른 상태였는데 진여훈은 의자에 기대어 꼼짝하지 않았다. 하정원은 거리를 좁히고 그의 뺨을 툭툭 쳤다.

“진여훈?”

그에게서 반응이 없자 하정원은 더욱더 우쭐했다.

“겨우 이 정도면서 안 취할 거라고? 당당한 진씨 집안 도련님이 여자보다도 주량이 약하네.”

기사는 백미러를 힐끗 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는 진여훈의 집에 도착했고 하정원은 창밖을 바라봤다.

“절 먼저 데려다주는 거 아니었어요?”

기사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저 혼자서는 도련님을 부축하지 못합니다.”

하정원은 그를 훑어봤다. 건장해 보이는 남자가 진여훈을 부축하지 못한다고?

기사는 그녀의 시선에 불편해져서 뒷좌석을 바라봤다,

“날도 어두우니 하정원 씨께서는 도련님 집에서 묵으시죠.”

어차피 진여훈의 집에 그녀가 묵을 방도 있으니 하정원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요.”

하정원은 뒷좌석 문을 열었고 기사가 진여훈을 부축해 차에서 내렸다. 그가 하정원에게 몸을 기대는 바람에 하정원은 살짝 비틀거렸는데 다행히도 기사가 반응이 빨랐다.

하정원은 혀를 찼다. 그녀는 진여훈의 주량이 이렇게 약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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