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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진여훈은 하정원의 어깨에 기대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일부러 나를 취하게 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하정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나, 그러게 누가 마시지도 못하는 술로 자존심을 세우래?"

하정원은 자신이 진여훈의 주량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고 생각했다. 주제에 체면을 지키려는 그가 웃기기도 했다.

"하정원."

진여훈은 그녀의 귀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하정원은 어깨를 흠칫 떨며 옆으로 피했다.

"왜?"

허스키한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심장 떨리는 핑크빛 분위기에 하정원은 약간의 위기감이 들었다.

사실 하정원도 경험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육진우와 꽤 깊은 사이였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육진우는 특유의 다정함과 부드러움으로 그녀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줬다.

하정원이 육진우를 잊지 못하는 데는 젊은 나이에 사별한 이유도 있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 때문도 있었다. 육진우와의 기억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수많은 명장면과 같았다. 그가 존재했던 흔적과 기억은 거품과 같이 약하면서도, 감정을 파도치게 할 정도로 강했다.

육진우가 죽은 다음 하정원은 단 한 번도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 없었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육진우와 같은 남자가 없을 것 같았다.

진여훈과 결혼한 3년 동안은 서로 미워하기 바빠서 더욱 마음이 흔들릴 새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 선을 넘을락 말락 한 거리에 놓이게 되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한 쪽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말이다.

술에 취한 남자, 무의식적인 충동, 이 모든 것이 황당한 일로 이어지는 중요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진여훈이다. 하정원을 없애지 못해서 안달 난 전 남편 진여훈 말이다. 만약 그와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일부러 함정을 팠다는 어이없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정원은 애써 이성의 끈을 잡으며 진여훈을 밀어냈다.

"야, 일단 놔 봐."

진여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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