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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하정원은 육진우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16살부터 유학을 시작하면서 연애를 일찍 시작하기도 했다. 기껏해야 포옹과 키스이기는 하지만 보는 게 많은지라 동년배보다 훨씬 일찍 도를 텄다.

외국의 개방적인 교육 방식 덕분에 서로 마음이 생긴 성년 남자는 순정 따위를 제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요즘 국내에도 이런 사람이 많이 생기는 추세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목적으로 연애를 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었다.

하정원을 좋아하는 남자 중 대부분이 다 그녀의 몸매에 눈독을 들인 타입이었다. 그래서 육진우의 순수함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정원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 번도 함부로 대한 적 없었다. 키스하는 것도 먼저 허락받는 사람이니 말이다.

육진우는 언제 어디서나 하정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이는 하정원이 지금껏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진여훈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진여훈은 육진우와 완전히 달랐다. 육진우에게 믿고 기댈 수 있는 안정감이 들었다면, 진여훈에게는 알고 싶어지고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이튿날, 하늘에서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에 하정원의 손이 빨갛게 얼었다. 그녀는 손을 입가에 대고 연신 입김을 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운 진여훈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 걸어왔다. 그러고는 하정원의 앞에 멈춰서서 우산을 그녀에게로 향해 기울였다.

"추운데 왜 밖에서 기다렸어?"

"빨리 올 줄 알고..."

하정원은 10분이나 일찍 밖으로 나왔다. 진여훈은 차갑게 얼어버린 그녀의 손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마음이 급했어?"

"아니거든."

하정원은 손을 빼내며 부정했다. 진여훈은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서 그녀의 목에 둘러줬다. 갑자기 풍겨오는 진여훈의 냄새에 그녀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뭐... 따듯하기는 하네.'

진여훈은 하정원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차 앞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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