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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화

하정원은 말문이 막힌 듯 멈칫하며 진여훈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듣고 있었어?"

진여훈은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가서 거리를 좁혔다. 벽에 드리워진 두 사람의 그림자는 다정한 자세로 꼭 붙어있었다.

"네가 나를 그리고 있다고 말할 때부터."

"그거 너 아니거든."

진여훈은 눈살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정원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진여훈은 멀어져가는 하정원의 팔을 잡아당겼다. 예고 없이 뒤로 당겨진 하정원은 중심을 잃고 그의 품으로 쓰러졌다. 그는 하정원을 벽에 대고 머리를 숙여 입술에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

하정원은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뭘?"

진여훈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물었다.

"나 어때?"

"네... 네가 뭐?"

하정원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진여훈은 두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싸며 또다시 물었다.

"그날 밤 나 어땠어?"

하정원은 머뭇거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파르르 떨리는 눈초리로 말했다.

"장난치지 마."

"장난 아니야."

진여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며 끈질기게 물었다.

"나 진짜 어땠어?"

하정원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동공 지진을 했다. 진여훈을 밀어내기 위해 그의 가슴에 놓인 손은 주먹 모양으로 잡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정원은 그날 밤 약간의 설렘을 느꼈다. 진여훈과의 스킨십도 싫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육진우 한 명만 바라볼 줄 알았다. 하지만 몸의 반응은 생각과 달랐다. 그녀는 약간 부끄러운 감도 들었다, 마치 배신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하정원은 오랜 시간 동안 육진우를 향한 마음을 지켜왔다. 다른 사람의 방해는 받고 싶지도, 받을 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정원은 진여훈을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포기하고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았어."

"확실해?"

끝도 없이 질문하는 진여훈에 하정원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진여훈은 하정원의 목을 감싸더니 예고 없이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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