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43화

진여훈은 덤덤히 웃었다.

“시간은 많아.”

하정원은 잠깐 넋을 놓았다. 진여훈의 미소는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가 웃을 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녀 앞에서는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정원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오빠로서 동생인 그녀를 알아가고 싶다는 뜻인 줄로 알았다.

“그렇게 한가하면 혼자 천천히 알아보든가.”

하정원은 턱을 쳐들고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어차피 난 알려주지 않을 거니까.”

하정원은 코웃음을 치며 방으로 향했다.

진여훈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강유이는 구석에서 고개를 내밀었고 강시언과 강해신은 강유이의 뒤에 서 있었다. 그들은 벽 뒤에 숨어 엿보는 강유이가 어이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진여훈이 강유이를 발견했다.

그는 강유이를 향해 다가가더니 강유이의 시야를 가렸다.

“볼 만큼 다 봤어?”

강유이는 머쓱하게 볼을 긁적이며 씩 웃었다.

“삼촌, 나 일부러 엿본 건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

진여훈은 눈알을 굴렸다.

“어린애가 뭘 궁금해해.”

강유이는 입을 비죽일 뿐 대꾸하지 않았다.

강해신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삼촌이 전 아내랑 다시 잘 될지 궁금해서 그런 거죠.”

진여훈은 흠칫하더니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강해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강유이가 강해신의 팔을 잡고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좋은 얘기 좀 해주면 안 돼?”

희망을 줘야 할 거 아닌가?

강해신이 대꾸하기도 전에 강시언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타이밍이 중요하죠. 숙모는 엄마랑 달라요. 이어준다고 해서 꼭 이어질 리 없어요. 그러다가 도리어 숙모가 도망갈 수도 있어요. 전 숙모 같은 성격이면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0부터 다시 시작하라니.

진여훈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강시언을 바라봤다.

강시언과 강해신은 그야말로 판박이었다. 그러나 강시언이 강해신보다 더 차분했다. 평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