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42화

“난 반지훈의 외할머니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여훈이 할머니도 저버렸어. 난 그녀가 원하는 감정을 줄 수 없었고 그녀는 결국 우울함에 잠겨서 삶을 마감했어. 심지어 여훈이 아버지는 그 일 때문에 날 미워했어. 그래서 내가 여훈이 이놈을 몇 배나 더 아끼는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이니까.”

하정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진철은 고개를 들어 하정원을 바라봤다.

“정원아, 내가 너와 여훈이 이혼을 동의한 건 너희가 나처럼 되길 바라지 않아서야. 난 너희 둘이 서로를 원망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

“동시에 난 너희가 서로 편견을 내려놓고 서로를 다시 알아갔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어떤 사람과 일들은 마음속에 숨겨두고 기억 속에 새겨져 잊을 수 없지만 삶은 계속되잖아.”

하정원은 들고 있던 체스를 꼭 쥐면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정원은 서재에서 나와 고개를 들었다가 복도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흠칫했다.

진여훈은 창가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정원은 팔짱을 두르고 그에게 다가갔다.

“설마 엿들은 건 아니지?”

진여훈은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뭐 엿들을 게 있다고.”

하정원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비록 그가 남의 대화를 엿들을 만큼 한가한 사람은 아니지만 혹시 누가 알겠는가?

“하정원.”

진여훈은 하정원의 이름을 불렀고 하정원은 의아해했다. 진여훈이 거리를 좁혔다.

“너 그렇게 얄밉지는 않네.”

하정원은 살짝 당황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뭐라고?”

진여훈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고정됐다.

“우리가 정략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난 아마 너에 대해 알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억지로 치러진 결혼식이었고 서로 상관도 없는 낯선 여자와 결혼했기 때문에 알아갈 마음이 없었다.

재벌 간의 결혼에서 부부들은 서로 체면만 지켜주면 충분했다. 하정원이 얌전히 지내며 허울뿐인 아내의 자리를 지킨다면 그에게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