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61 - 챕터 970

2452 챕터

제961화

“아니요, 싫어요.”우해민은 급히 손을 저었다. 잠시 고민하다 김승엽을 보며 말했다.“난 다이아몬드 반지를 좋아하지 않아요.”김승엽이 문득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참, 당신은 자주 무술 연습을 하죠...”그가 머뭇거리다 점원을 한번 보더니 이내 말을 바꾸었다.“확실히 어울리지 않네요.”“그렇다면 목걸이는 어때요?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괜찮은데.”점원은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신상을 추천했다.“저희 가게에 신상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입고 되었거든요. 정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한번 해보실래요?”“사실, 난 다이아몬드를 좋아하지 않아요.”우해민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에게 있어서 다이아몬드는 그저 돌덩어리에 불과했다. 그것보다 그녀는 진주 팔찌가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건 그가 자기에게 준 선물이 아니라 언니에게 준 선물이다. 이 사실은 마치 가시처럼 그녀의 가슴속에 박혀 그녀를 괴롭혔다.“그럼 어떤 걸 좋아해요?”김승엽은 그녀를 다그치지 않고 인내심 있게 물었다.“난...”우해민은 자기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모른다. 이전부터 그녀에게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 자격조차 없었다.그녀는 씁쓸한 눈빛으로 카운터에 진열된 액세서리를 한번 훑어보다 가장 구석에서 시선이 멈추었다.우해민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그곳에는 한 쌍의 귀걸이가 있었다.“아, 귀걸이를 좋아하시군요!”“아니에요. 그저 둘러본 거뿐이에요”우해민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귓불을 만져 보았다. 귀를 뚫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점원이 말했다.“지금 귀걸이는 고리형과 귀찌형이 있어요. 귀를 뚫지 않아도 착용하실 수 있어요.”“정말요?”그 말에 우해민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직원이 웃으면서 귀찌형 귀걸이 두 쌍을 꺼내 우해민에서 보여주었다.“이 제품들은 모두 귀찌형의 귀걸이들이에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한번 착용해 보세요.”직원이 꺼내 준 귀걸이는 마침 우해민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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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김승엽의 눈빛이 마치 뜨거운 불덩이라도 된 듯 해 우해민은 자기의 귓불이 익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숨기며 우해민이 급히 말했다.“그래요. 귀 뚫을게요!”그녀의 대답에 그제야 만족한 듯 김승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해영 씨, 정말 잘 생각했어요!”“……”점원이 그녀를 데리고 한쪽의 작은 칸막이로 된 곳으로 갔다. 전문 귀를 뚫는 기계가 있어 사실 뚫는 건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바늘이 귀를 뚫고 지나갈 때 조금 따끔하긴 했다.이 정도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김승엽은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겼다. 이건 거의 매일이다시피 무술을 연습하는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성격이 웬만한 남자보다도 드세기로 소문난 사람이 귀를 뚫는 걸 무서워한다니!이런 그녀의 모습에 김승엽은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사실 김승엽은 우해민이 고리형 귀걸이를 사든 귀찌형 귀걸이를 사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귀찌형 귀걸이를 계산하려던 순간, 자기가 설득해서 우해민이 귀를 뚫게 된다면 온전히 자기를 위해 귀를 뚫은 게 된다는 생각에 되든 안 되든 일단 말하고 본 것이다.우해영, 우씨 가문의 아가씨, 우씨 가문의 가주가 자기를 위해 귀를 뚫다니. 그녀가 자기를 위해 피를 흘렸다는 생각에 김승엽은 자기가 자랑스럽다고 느껴졌다.그녀가 자기에게 설득당해 귀를 뚫는다는 건 그녀의 마음속에 자기의 위치가 남다르다는 걸 증명한다.그저 즉흥적인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자기의 말을 따라주었다. 그녀의 마음에 분명 자기가 있다고 짐작했다.귀를 뚫고 나서 직원은 바로 그녀가 처음에 봐둔 귀걸이를 착용해 주었다.“이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재질로 만든 귀걸이예요. 며칠 동안은 귀가 잘 아물도록 귀걸이는 빼지 마세요.”“네.”우해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김승엽이 계산을 하고 나가자, 직원이 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고객님, 여자친구가 정말 예쁘세요.”“여자친구가 아니라 약혼녀예요.”직원을 한번 흘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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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민이라고요?”김승엽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맞아요!”혹시나 그가 잘못 들었을까 봐 우해민이 다급하게 설명했다.“해영이 아니라 해민이요. 우리 둘만 있을 때는 해민으로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해민… 어릴때 불리던 이름인가요?”우해민의 말에 김승엽은 더욱 어리둥절 해졌다. 오늘따라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씨 가문 아가씨의 뒷조사를 한 것에 따르면 개명했다는 정보는 없었다.게다가 해민이라는 이름에 크게 의미는 없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한껏 기대하는 모습에 김승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의 대답에 우해민은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잠시 생각하더니 한마디 더 덧붙였다.“그렇다고 계속 해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 어떤 때에는 이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어질 수 있으니까.”“네?!”김승엽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그녀의 성격이 이상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이상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해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가 또 어떤 때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내 성격이 이상해서 싫어진 건 아니죠?”우해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그가 쭉 해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지만 나중에 언니와 함께 있을 때 그가 해민으로 불렀다간 이런 속셈을 가졌다는 걸 언니에게 들킬 게 뻔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김승엽은 연신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성격이 괴팍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화나게 할 용기는 없었다.“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잖아요. 난 이렇게 특별한 당신이 좋아요. 그렇다면 언제 해민으로 부르고 언제 해영으로 부를지 알려주세요.”그의 말에 우해민은 잠시 고민했다. 이윽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우리만 아는 암호를 만드는 건 어때요? 앞으로 내가 엽이라고 부를 때 당신도 날 해민이라고 불러줘요.”예상치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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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우해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처음 김승엽과 키스를 했을 때는 두려웠고 긴장했고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느낌이었다.이번에 김승엽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우해민은 이런 느낌이 여전히 이상했지만 싫지는 않았다.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렇게 자기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키스는커녕 손을 잡는다거나 심지어는 포옹조차 없었다. 지금 자기 앞에 있는 낯설고도 익숙한 이 남자가 자기에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이상했다. 하지만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사실 김승엽은 그녀를 떠보는 중이다. 처음 그녀에게 키스했을 때 그녀의 반응이 너무 컸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녀는 자기를 밀어내지 않았다. 피동적이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기에 김승엽은 용기를 내어 혀를 살짝 내밀었다.우해민은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이를 악물었다. 두려움과 긴장감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김승엽은 이런 여자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베테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살살 어루만지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민감한 허리 쪽에 가져가 살짝 주물렀다.얼마 지나지 않자, 긴장했던 우해민은 몸이 달아오를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속은 불타오르는 것 같았고 힘이 빠지면서 그의 몸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 김승엽이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쭉 밀어 넣었다.그 다음부터는 우해민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신기하고 특별한 느낌은 생각했던 거 처럼 기분이 나쁘거나 메스껍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구름을 걷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김승엽이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고 나서야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한 번의 키스에 힘이 빠져버린 우해민이 김승엽의 몸에 늘어지듯 기대었다. 어느새 김승엽의 손이 그녀의 옷을 헤치고 들어가 그녀의 등에 착 대고 있었다.“어때요?”김승엽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우해민은 당장이라도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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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김승엽의 품에서 벗어난 우해민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목소리도 차갑게 변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이만 집에 가야겠어요.”“왜요?”김승엽은 멍해졌다. 함께 영화를 보자고 해놓고 집에 가겠다는 그녀를 막연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영화를 보는 건 둘째 치고 그녀를 공략하기 위해 짜두었던 계획들을 시행하려 했었다. ‘왜 그러지? 아까까지는 좋았는데.’어떻게 된 건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자리를 일어서는 우해민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손을 획 잡아챘다.“해영 씨...”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해민 씨. 죽더라도 무슨 영문인지 알아야겠어요. 왜 나에게 이렇게 차가웠다 뜨거웠다 하는 거예요? 내 마음이 뜨거운 불가마에서 타들어 가는 느낌이란 말이에요.”고개를 돌린 우해민은 그를 한번 보더니 자기를 잡은 그의 손을 보고 머뭇거렸다.“해민 씨, 나에게 불만이 있는 거면 말해줘요.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그의 초조한 얼굴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해민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에서 자기의 손을 빼내었다.“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에요.”“?”“당신이 아니라, 내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요.”작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망설임과 막막함이 묻어 있었다.“만약 어느 날, 당신이 알고 있던 내가 내가 아니라면, 그때도 날 좋아해 줄건가요?”“......”김승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이, 당신이 아니라니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김승엽은 원래부터 그녀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지 알지 못했다. 지금 이런 말까지 하니 김승엽은 더욱 의심이 갈수 밖에 없었다.정신이 번쩍 든 우해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저 허튼소리를 한 거예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 내가 그랬었죠? 내 성격이 이상하다고. 개의치 마세요.”그러고는 다시 집으로 가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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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우해민은 소파에 앉은 우해영을 발견하지 못했다.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다가오자, 손을 저으며 빠르게 방으로 걸어갔다. 빨리 자기의 방에 들어가 쉬고 싶었다.“거기 서봐!”우해영의 차가운 말투는 우해민을 순간 멈춰 세웠다. 맨발인 데다가 빠르게 가고 있던 우해민이 그대로 나자빠질 뻔했다.몸을 휘청이다가 다행히 넘어지지 않게 바로 섰다. 지금 자기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우해민의 초라한 모습에 우해영은 더욱 화가 났다. 자기와 거의 똑같은 얼굴을 한 동생이 이렇게 쪽팔리게 산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언니, 일찍 왔네...”우해민이 당황해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려움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지도 못했다.“도둑처럼 어디 가는 거야. 지금 네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알기나 해?”“그, 그게아니라...”우해민은 찔리는 게 있었기에 목구멍으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나갔다가 금방 돌아온 거야. 언, 언니가 온 줄 몰랐어. 그만 방으로 돌아갈게.”우해영은 말이 끝나자마자 도망가려던 우해민을 다시 불러세웠다.“거기 서라고!”......우해민은 더 이상 발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녀가 무엇을 숨기려 한다는 걸 우해영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여기로 와봐.”내키지 않았지만, 언니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우해민은 언니에게 몇 발 다가갔다.“여기로 오라고!”다시 몇 발 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죽고 싶어?”우해영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우해민은 순간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앞으로 더 다가가 우해영과 세 발짝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그러자 우해영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번 훑었다. 몇 년 동안 자기 행세를 하게 하니 우해민은 어느새 키, 체형, 얼굴, 심지어는 헤어스타일마저 자기와 비슷했다. 특히 그 얼굴은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을 잘 아는 사람은 두 사람이 내뿜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단번에 눈치챌 것이다.우해영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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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우해민은 이제야 살았다는 듯 황급히 몸을 돌려 자기의 방으로 가려 했다.그녀가 뒤돌던 순간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우해영의 눈에 띄었다. 우해영은 흠칫 놀랐다. 자세히 보기도 전에 우해민은 벌써 후다닥 달려 자기의 시선 밖으로 나가버렸다.“거기 서봐!”우해영은 소파에서 확 일어서며 큰 소리로 우해민을 불러 세웠다.깜짝 놀란 우해민은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몸을 잔뜩 움츠리며 그녀에게 물었다.“언니, 무슨 일인데?”우해영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부릅뜬 두 눈은 우해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소름 돋을 만치 무서운 그녀의 눈빛에 우해민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귓불을 만졌다.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제야 우해영이 왜 자기를 불러세웠는지 알아차렸다.“언니,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바로 뺄게.”바들거리는 손으로 귀걸이를 빼내려 했지만 잘 빠지지 않았다. 그러자 우해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귀걸이를 획 잡아당겨 빼버렸다.“악!”살이 찢겨 나가는 고통에 우해민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귀는 금세 피로 물들었다.온몸이 떨릴 듯 아팠지만 우해민은 소리를 내 울지 못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 어려 있었다.우해영은 손에 쥐고 있던 귀걸이를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귀걸이를 던지려 했다.“안돼, 언니! 그건 김승엽이 선물 한 거야!”우해민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말에 귀걸이를 던지려던 우해영이 멈추었다.“뭐라고?”두 쌍의 같은 두 눈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우해영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 있었고 우해민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우해민은 언니를 정말로 많이 무서워했다. 이런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자기를 파묻어 숨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선물 받은 귀걸이를 던지려 하자 어디에서 용기가 솟아났는지 큰 소리를 지르자 언니를 멈추는데 성공했다.“언니, 그건 김승엽 씨가 선물한 거야. 꼭 사줘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점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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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분명 두 개의 몸인데 마치 동기화된 한 몸이 된 것처럼 더 이상 자기의 몸에 소유권이 없어졌다.귀걸이를 강제로 빼낸 아픔은 이제 얼얼해져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피도 멈추었다. 우해민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통쾌함을 느꼈다.오늘에야말로 자기의 몸이 자기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냈다. 귀를 뚫는 게 아팠지만, 온전히 자기가 선택해서 한 일이었다.우해영은 점차 진정을 되찾았다. 아까는 우해민이 자기의 말을 듣지 않고 함부로 귀를 뚫었다는 거에 화가 났지만, 지금은 진정되었다. 이제 와서 화를 내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아직 우해민이 자기를 대신해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 했다.우해민의 손에 귀걸이를 놓아주며 그녀를 쏘아보았다.“잘 챙겨. 잃어버리지 않게!”이제야 한시름 놓은 듯 작게 숨을 내쉬며 기쁜 마음으로 손에 놓인 귀걸이를 바라보았다.“민아. 너 설마 그 남자에게 빠진 거 아니지?”순간 우해민의 눈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 연신 고개를 저으며 우해영의 말에 대답했다.“아, 아니야! 언니 말 잘 듣고 있어. 그런 일은 없을 거야!”하지만 그녀는 우해영을 속일 수 없었다. “그래, 알았어.”“언니,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저...”“알았다고 했잖아. 방에 가서 쉬어. 이따가 아줌마보고 네 상처에 약 발라주라고 할게. 덧나지 않게 주의해. 더 이상 사고 치지 마. 알겠어?”“알았어.”우해민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오늘 내일은 허튼 생각 하지 말고 귀에 난 상처나 잘 치료해!”우해영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가버렸다.그녀의 뒷모습이 시선에서 사라져서야 우해민은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불안한 느낌이었지만 우해영이 그대로 간 걸 보니 한발 물러선 것 같았다.우해영은 화장실로 향했다. 손에 묻은 피를 씻어내는 그녀의 표정은 냉담했다.지금까지 그녀의 손에 묻은 피는 적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손에 피를 묻는 게 익숙해 아무렇지 않았지만, 오늘은 뭔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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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내일...”김승엽은 너무 기뻐 단번에 승낙하려 했지만 이렇게 빨리 대답하면 그녀에게 잡히리라 생각해 일부러 머뭇거렸다.“내일은...”“왜요? 내일 시간 안 돼요?”“안 되는 게 아니고, 좀 불편해요. 내일 우리집에...”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해영이 말을 끊었다.“안되면 됐어요.”김승엽이 뭐라 말하기도 전이 우해영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당신이 안 되면 다른 사람 찾으면 되니까요.”우해영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김승엽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아니요. 내일 괜찮아요!”“정말이요?”“네, 괜찮아요.”김승엽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우해영이 생각을 바꿀까 봐 겁이나 내일 당장 만나자고 쐐기를 박았다.“안된다면 무리할 거 없어요. 내일 집에 일이 있다면서요?”아무렇지 않다는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김승엽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아까는 그저 장난을 친 거뿐이에요. 그럼...”김승엽은 이 변덕스러운 여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데이트할 때까지만 해도 고분고분하게 자기가 하는 말에 다 따랐으면서 집에 돌아가니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김승엽은 조금 겁이 났다.“앞으로 이런 장난은 하지 마세요. 난 장난 같은 거 딱 질색이에요.”우해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딱 잘라 말했다.“아, 네. 알았어요.”김승엽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전에 이런 장난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럼, 내일 점심쯤에 당신 집으로 가서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네, 그래요.”김승엽은 그저 그녀가 하는 말에 대답만 했다.“데리러 갈까요?”“뚝!”그가 더 말하기도 전에 우해영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어느새 김승엽의 등줄기는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생각만 해도 살이 떨려왔다. 심지어는 이대로 그녀와의 결혼을 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에 그에게 보여주었던 말 잘 듣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 뒤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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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허, 죄송하다고?”우해영은 헛웃음을 삼켰다. 곁눈으로 그 두 사람을 바라보다 이내 술잔으로 시선을 돌렸다.“차씨 가문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다쳐서 돌아오다니. 정말 죄송하다면 목숨으로 사죄해야 하는 거 아닌가?”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가주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됐어!”우해영은 술잔을 테이블 위로 탁 내려놓았다.“니들 죄를 물을 거였으면 지금껏 살려두지도 않았어. 너희를 살려둔 건 아직도 너희들의 개만도 못한 목숨이 쓸모가 있어서야.”“이제 그만 일어나.”우해영이 말했다.두 사람은 우해영의 눈치를 보다 서로를 한번 보고는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밖에서 명성이 자자한 음양 듀오가 여자 앞에서 쩔쩔맨다는 건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너희에게 줄 임무가 있어. 오늘 밤, 김씨 고택으로 잠입해 내가 말하는 물건을 찾아와.”우해영은 느릿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가주님, 김씨 고택에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두 사람 중 하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우해영에게 물었다.“가라면 가. 물건이 있고 없고 너희들이 판단할 일이 아니야!”우해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어어 말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날이 밝기 전에 돌아와.”“네!”이윽고 두 사람은 어둠 속에 사라져 버렸다.——“하객 명단이요?”테이블 위에 놓인 종잇장을 보며 김서진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슥슥 닦았다.“당신에게 모두 맡긴다고 했잖아요.”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한소은에게 물었다.“전에 당신한테 한번 보여줬었죠. 이번에 조금 변동이 있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요.”한소은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안 봐도 돼요. 당신이 정한 대로 해요.”김서진은 젖은 수건을 한쪽으로 던져두고 자연스럽게 한소은의 옆에 가 앉았다. 팔로 그녀의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얼굴을 비볐다.임신해서인지 지금의 한소은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온몸에서 부드럽다 못해 물이 나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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