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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허, 죄송하다고?”

우해영은 헛웃음을 삼켰다. 곁눈으로 그 두 사람을 바라보다 이내 술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씨 가문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다쳐서 돌아오다니. 정말 죄송하다면 목숨으로 사죄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가주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됐어!”

우해영은 술잔을 테이블 위로 탁 내려놓았다.

“니들 죄를 물을 거였으면 지금껏 살려두지도 않았어. 너희를 살려둔 건 아직도 너희들의 개만도 못한 목숨이 쓸모가 있어서야.”

“이제 그만 일어나.”

우해영이 말했다.

두 사람은 우해영의 눈치를 보다 서로를 한번 보고는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에서 명성이 자자한 음양 듀오가 여자 앞에서 쩔쩔맨다는 건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너희에게 줄 임무가 있어. 오늘 밤, 김씨 고택으로 잠입해 내가 말하는 물건을 찾아와.”

우해영은 느릿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가주님, 김씨 고택에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두 사람 중 하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우해영에게 물었다.

“가라면 가. 물건이 있고 없고 너희들이 판단할 일이 아니야!”

우해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어어 말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날이 밝기 전에 돌아와.”

“네!”

이윽고 두 사람은 어둠 속에 사라져 버렸다.

——

“하객 명단이요?”

테이블 위에 놓인 종잇장을 보며 김서진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슥슥 닦았다.

“당신에게 모두 맡긴다고 했잖아요.”

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한소은에게 물었다.

“전에 당신한테 한번 보여줬었죠. 이번에 조금 변동이 있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요.”

한소은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안 봐도 돼요. 당신이 정한 대로 해요.”

김서진은 젖은 수건을 한쪽으로 던져두고 자연스럽게 한소은의 옆에 가 앉았다. 팔로 그녀의 허리를 둘러 안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얼굴을 비볐다.

임신해서인지 지금의 한소은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온몸에서 부드럽다 못해 물이 나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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