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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내일...”

김승엽은 너무 기뻐 단번에 승낙하려 했지만 이렇게 빨리 대답하면 그녀에게 잡히리라 생각해 일부러 머뭇거렸다.

“내일은...”

“왜요? 내일 시간 안 돼요?”

“안 되는 게 아니고, 좀 불편해요. 내일 우리집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해영이 말을 끊었다.

“안되면 됐어요.”

김승엽이 뭐라 말하기도 전이 우해영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

“당신이 안 되면 다른 사람 찾으면 되니까요.”

우해영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김승엽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아니요. 내일 괜찮아요!”

“정말이요?”

“네, 괜찮아요.”

김승엽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우해영이 생각을 바꿀까 봐 겁이나 내일 당장 만나자고 쐐기를 박았다.

“안된다면 무리할 거 없어요. 내일 집에 일이 있다면서요?”

아무렇지 않다는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김승엽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아까는 그저 장난을 친 거뿐이에요. 그럼...”

김승엽은 이 변덕스러운 여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데이트할 때까지만 해도 고분고분하게 자기가 하는 말에 다 따랐으면서 집에 돌아가니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김승엽은 조금 겁이 났다.

“앞으로 이런 장난은 하지 마세요. 난 장난 같은 거 딱 질색이에요.”

우해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딱 잘라 말했다.

“아, 네. 알았어요.”

김승엽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전에 이런 장난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럼, 내일 점심쯤에 당신 집으로 가서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네, 그래요.”

김승엽은 그저 그녀가 하는 말에 대답만 했다.

“데리러 갈까요?”

“뚝!”

그가 더 말하기도 전에 우해영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어느새 김승엽의 등줄기는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생각만 해도 살이 떨려왔다. 심지어는 이대로 그녀와의 결혼을 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에 그에게 보여주었던 말 잘 듣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 뒤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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