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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김승엽의 눈빛이 마치 뜨거운 불덩이라도 된 듯 해 우해민은 자기의 귓불이 익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숨기며 우해민이 급히 말했다.

“그래요. 귀 뚫을게요!”

그녀의 대답에 그제야 만족한 듯 김승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영 씨, 정말 잘 생각했어요!”

“……”

점원이 그녀를 데리고 한쪽의 작은 칸막이로 된 곳으로 갔다. 전문 귀를 뚫는 기계가 있어 사실 뚫는 건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바늘이 귀를 뚫고 지나갈 때 조금 따끔하긴 했다.

이 정도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김승엽은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겼다. 이건 거의 매일이다시피 무술을 연습하는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성격이 웬만한 남자보다도 드세기로 소문난 사람이 귀를 뚫는 걸 무서워한다니!

이런 그녀의 모습에 김승엽은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사실 김승엽은 우해민이 고리형 귀걸이를 사든 귀찌형 귀걸이를 사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귀찌형 귀걸이를 계산하려던 순간, 자기가 설득해서 우해민이 귀를 뚫게 된다면 온전히 자기를 위해 귀를 뚫은 게 된다는 생각에 되든 안 되든 일단 말하고 본 것이다.

우해영, 우씨 가문의 아가씨, 우씨 가문의 가주가 자기를 위해 귀를 뚫다니. 그녀가 자기를 위해 피를 흘렸다는 생각에 김승엽은 자기가 자랑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자기에게 설득당해 귀를 뚫는다는 건 그녀의 마음속에 자기의 위치가 남다르다는 걸 증명한다.

그저 즉흥적인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자기의 말을 따라주었다. 그녀의 마음에 분명 자기가 있다고 짐작했다.

귀를 뚫고 나서 직원은 바로 그녀가 처음에 봐둔 귀걸이를 착용해 주었다.

“이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재질로 만든 귀걸이예요. 며칠 동안은 귀가 잘 아물도록 귀걸이는 빼지 마세요.”

“네.”

우해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승엽이 계산을 하고 나가자, 직원이 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

“고객님, 여자친구가 정말 예쁘세요.”

“여자친구가 아니라 약혼녀예요.”

직원을 한번 흘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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