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2406 챕터

제951화

부지가 그리 넓지 않은 성남의 한 전원주택. 도심과의 멀리 떨어진 탓에 이 지역의 개발 가치는 높지 않았다. 자연 집값이 높지 않고 인가도 드물었으며, 이 저택의 주인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우해영의 차가 천천히 들어와서 멈춰 서자, 곧바로 쫓아 나온 고용인이 차문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해영은 다시 주차하도록 고용인에게 차 키를 던지고 곧장 집안으로 들어갔다.“아가씨 돌아오셨습니까?”집안에서 마중 나온 고용인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슬리퍼를 건네주며 구두를 벗는 것을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또 다른 고용인이 다가와 코트를 벗고 환복을 도왔다. 이런 전체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고, 그녀 역시 익숙한 모습이었다.두 팔을 벌려 고용인들의 시중을 받던 해영이 눈을 가느다랗게 좁히며 물었다.“그녀는?”“해민 아가씨는 방 안에 있습니다.”고용인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음.”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팔을 내리고 가볍게 움직였다. 두 걸음도 채 떼지 않았을 때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렸다.“잠깐.”옷을 들고 나가려던 고용인을 불러 세운 그녀는 다가가 코트 주머니에서 쥬얼리 박스를 꺼내 한 번 쳐다보았다.“가도 돼.”해영은 아래층에 있는 방으로 내려갔다. 하루 두어 시간 정도만 해가 들어오는 이 반지하 방에 우해민이 거주하고 있었다.물론 집에는 이런 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3층 건물에는 방도 많았고, 창고, 헛간만해도 여러 칸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해민을 이 반지하방에서 지내게 했다.그 이유는 단 하나, 해민이 자신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이미 이렇게 뛰어난 자신이 있는데, 왜 부모님은 저런 쓸모없는 인간을 또 낳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자신과 똑 닮은 얼굴을 하고서 비실거리는 해민의 모습을 보기만 하면 화가 났다.다행히 그녀를 남긴 것도 나름 쓸모가 있어서 어쨌든 병신 쓰레기를 기른 것만은 아닌 셈이다.해영은 방문을 열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기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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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설마 봄바람 난 건 아니겠지?’“아니, 아니야!”당황해서 허둥지둥 고개를 흔들며 해민이 변명했다.“난…… 난 그 사람 좋아하지 않아요.”“좋아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대신이라는 것을 잊지 마. 그 남자와 진짜 연애하라고 내보낸 게 아니란 말이야. 우해민, 넌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내 그림자라는 걸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고개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암담한 눈빛을 한 해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 언니. 난 영원히 언니의 그림자고, 언니하고 겨룰 수 없다는 걸.”이 말에 해영이 냉소를 터뜨렸다.“너도 네가 어울리는 지 좀 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뭘 가지고 나와 겨룰 건데?”“잘 들어. 이런 하찮은 것도 그 남자가 나에게 사 준 거야. 단지 네가 불쌍해 보였을 뿐이야. 물론 앞으로도 내 대신 나가서 그 남자를 상대할 때 이걸 차고 있으면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니야.”이 팔찌가 자신에게 사준 것이라는 말을 들은 해민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자, 해영은 기분이 좋아졌다.‘당연한 거 아냐? 나랑 얼굴이 닮았다고, 내 대신 두 번 나갔다고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았던 거야? 영원히 내 그림자 뒤에 묻혀 살아야 하는 주제에 말이야.’집에서든, 여기서든, 우씨 집안에 아가씨는 한 명 밖에 없다. 그런데 ‘둘째 아가씨’라고 불릴 주제도 안되는 저를 고용인들에게 ‘해민 아가씨’라고 부르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제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너 좀 똑똑하게 굴어. 그 사람이 조그만 것도 알아채지 못하게 해. 만약 내 일에 무슨 착오라도 생기면 그 뒤는 어떻게 될지 알지?”해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민을 노려보았다.어깨를 움츠린 해민이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알, 알았어요…….”“음, 오늘 우유는 마셨어? 몸무게는 쟀고?”고개를 끄덕인 해영이 다시 물었다.“쟀어요. 46kg였어요. 우유도 마셨어요.”해영이 눈썹을 찡그렸다.“넌 어째서 살이 붙지를 않니? 네가 먹은 고기들은 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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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알, 알았어요…….”해민의 목소리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해민을 향해 입에 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난 해영이 손을 휘휘 저었다.“됐어. 넌 잠자코 있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내가 한 말 기억해!”“기억해!”해민은 마치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해민에게 화를 내는 것도 귀찮았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었다니까.’해영이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방 안에서 해민은 쥬얼리 박스 안의 진주 팔찌를 보았다. 한 알 한 알 모두 둥글고 윤택이 나는 진주는 정말 예뻤다! 언니에게 사준 것이지 그녀에게 준 것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그녀에게 뭔가를 사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신경 쓰지 사람도 없을 것이고. 항상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언니였다. 언제나 언니만 눈부시게 빛이 났다. 자신은 그저 미운 털 박힌 그림자일 뿐이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팔찌를 꺼내 손목에 차 보았다. 그녀의 손목이 아주 가는 편이다. 몸이 마르다 보니 손목 역시 해영보다 더 가늘었다. 그런데 진주 팔찌는 해민의 손목에 딱 맞았다. 여유 공간이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만약 이 팔찌를 언니가 손목에 찬다면 분명 꽉 조였을 것이다. 남자는 정말 사이즈를 잘 못 맞췄다!……김승엽이 집에 돌아오니, 그의 어머니, 김씨 집안 노부인이 이미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희색이 만연한 모습으로 집안의 물건을 보며 말했다.“승엽아, 왔니? 어서 와서 좀 보거라. 내가 오늘 특별히 나가서 물건들을 좀 많이 샀단다. 이것들 해영이에게 잘 맞을 지 한 번 보거라. 해영이가 좋아할까?”그런데 승엽은 도시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해영이가 좋아할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손을 휘젓고는 소파에 무겁게 몸을 던진 승엽이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노부인은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었다.“무슨 일이니?”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여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의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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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아들의 혼란스럽고 초조한 모습을 본 노부인이 말을 꺼냈다.“자, 아들, 엄마에게 그때 둘이 뭐 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 보렴. 엄마가 여자의 마음을 읽어 볼게. 네가 무심결에 한 행동이나 말이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했을 지도 있잖니?”‘!!!’승엽은 옆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면서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아이고, 어머니 농담하지 마세요. 해영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머니가 어찌 알겠어요? 해영 씨랑 나이차가 얼마나 나는데…….”“왜, 엄마가 나이 많아서 못 미덥다는 거냐?” 노부인은 아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불쾌한듯 말했다.“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어머니도 해영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거라는 거죠.”“그 거야 모르는 거지…….” 노부인은 자신감이 넘치는 듯 강한 의욕을 내비치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간과한 게 하나 있는데…… 우리는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여자에 대해서는 이 에미가 목석 같은 우리 아들녀석보다 훨씬 잘 알 거다. 자, 자, 얼른 얘기해. 안 그러면 이 에미는 간다. 아들 혼자 천천히 잘 생각해 보렴!”나가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노모를 본 승엽은 옛말에 구두장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느니 엄마한테 털어놓고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승엽은 재빨리 얼른 손을 뻗어 노부인을 붙잡았다.“알겠어요. 우리 어머니를 누가 말려요? 말씀드릴게요.”“오늘 쇼핑 나갔다가 해영 씨 주려고 진주 팔찌를 샀어요. 선물 사고 나오는데 그녀가 글쎄 맞은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에요.”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서?”“혼자가 아닌 웬 남자랑요. 참고로 그 남자는 제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다른 남자랑 맞선 보는 걸 딱 걸린 게 아닌가 싶어요! 어머니, 이미 약혼까지 한 사람이 외간남자와 커피 마신다는 게 말이 돼요?!”돌이켜 생각해보니 또 다시 화가 치밀었다. 이야기를 듣던 노부인은 눈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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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승엽은 엄마의 얘기를 듣고 바로 의기소침해졌다.“네. 하고 싶어요!”“그러려면 해영 씨를 잘 어르고 달래야 해!”승엽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걸치고는 한숨을 내쉬며 노부인이 말했다.“내가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어. 완전 쑥맥이야.”“여자들은 말이야, 어르고 달래야 해. 네가 다짜고짜 따지고 들면 상대방 체면이 뭐가 되니? 게다가 그룹의 오너로 매일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상대하겠어? 그런데 고작 이런 것도 견디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우씨 집안에 도움이 되겠어?”엄마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 승엽은 생각하고 수긍했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하지만, 저도 사과했다고요! 바로 사과했는데…… 여전히 화가 안 풀린 거 같아요. 찬 바람이 쌩하고 불어요.”“아유, 걔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한두 마디로 달랜다고 될 거 같니?” 노부인은 정색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음…… 해영 씨를 불러내서 비싼 선물도 사주고 다시 정중하게 사과도 하면 아마 그녀도 기분이 좋아지고 곧 괜찮아질 거야.”“…….”승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고작 그 정도로 된다구요?”승엽은 엄마의 말이 왠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그럼! 엄마가 좀 전에 뭐라고 그랬어? 여자는 어르고 달래야 한다고 했잖아. 엄마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엄마의 말이 미심쩍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늘 해영의 싸늘한 태도를 생각하니 다시금 혼란스럽고 간담이 서늘했다.“참, 진주 팔찌를 선물했다고?”“네.”“받았니?”승엽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받았어요!”“그럼 됐어! 선물을 받았다는 건 너한테 마음이 있다는 거야. 안 그럼 받지도 않았을 테니까!” 노부인은 다소 안심한 듯 말했다. “잘 해봐. 아직 기회가 있어. 잘 잡아야 해.”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 승엽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번호를 확인한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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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얼굴 안색도 안 좋고, 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심지어 눈까지 감고 짜증난 모습도 보이던데…… 설마 아직 화가 덜 풀렸을까?’‘그럼 화도 안 풀렸는데 왜 만나자고 한 걸까? 아니, 화가 풀렸다면 왜 또 저러는 거지?’그녀의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어제의 전례가 있으니 무턱대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꺼냈다.“해영 씨, 뭐 좋아하세요? 편하게 주문하세요. 여기 프랑스식 디저트가 아주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것 드시고 싶은 거라도…….”“아니요, 배가 고프지 않아요!”무의식 중에 말이 나와 버렸다.말을 뱉고 해미는 바로 후회했다. ‘우해영은 이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텐데…… 이러면 안되는데…….’그리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꺼냈다. “A세트 주세요.”사실 세트가 무엇인지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 단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무거나 주문했다.“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승엽이 웃으면서 메뉴판을 건넸다.몇 초 간의 정적이 흘렀다. 해민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없이 상대방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자꾸 시선은 피하게 된다. 너무 힘들다.“저는…….”“저는…….”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뗐다. 둘 다 깜짝 놀라 멍 때렸다. 그리고는 또 바로 입을 다물었다.“먼저 말씀하세요.”승엽이 웃으며 신사적으로 말했다.“먼저 말씀하세요!” 그녀는 단지 이 적막을 깨고 싶었을 뿐이다. 승엽이 말을 꺼낼 준비가 된 이상 자신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된다. 잘 됐다. 마침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난감하단 차였다.“먼저 말씀하시죠. 전 나중에 해도 돼요.” 그녀가 사양하는 줄 알고 승엽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먼저 말씀하세요!” 미간을 찌푸리며 해민이 말했다. 그녀는 지금 불안하고 긴장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데이트는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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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해영 씨, 저를 용서해주실 건가요?”그가 다시 되물었다.“저는…….”해민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자신은 언니가 아니니 그녀를 대신해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죄송합니다. 제가 또 깜빡했어요. 해영 씨.” 승엽은 곧 바로 진심어린 모습으로 사과했다.“용서를 하고 안 하고는 모두 해영 씨 마음이에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제가 해영 씨 결정을 좌우해서는 안 되죠.”“아니, 저는…….”“알겠어요, 미안해요.” 그녀의 말을 끊고 승엽은 의기소침해졌다.“사과 받을게요!”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와 버린 말에 해미 자신도 깜짝 놀랐다. “진심이에요? 정말 저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깜짝 놀라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승엽은 고개를 들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이런 눈빛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며칠 전 승엽과 만났을 때, 그녀를 보는 눈빛도 이랬다. 그리고 그녀에게 키스할 때는 지금 눈빛보다 더 뜨거웠다.“저는 사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아요. 승엽씨도 마음에 두지 말아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녀는 정말 모른다. 그래도 언니가 정략결혼으로 마음 굳혔으니 이 결혼이 잘 성사되게 하려면 이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 그가 많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만일 승엽이 자신이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중도 포기하면 이 결혼은 물 건너간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정말 기억 안 나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크게 뜨고 승엽이 재차 물었다.어제 분명히 그렇게 화를 냈는데, 자신을 한바탕 패고 싶은 기세였는데? 지금은 화가 나지 않는다고? 정말 이런 식의 사과방식이 먹힌 걸까?“네.”“잘 됐네요!”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고 보니 그녀의 두 손이 모두 책상 아래에 있는 것을 알았다. 어쩐지 방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기…… 손은 왜? 다치셨어요?”“아니에요!” 해미는 당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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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다른 칭찬할 것도 많은데, 왜 하필 얼굴을 칭찬하는 걸까? 내 얼굴은 해영과 똑같으니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해영인지 아니면, 나인지 모르겠다.’ “예뻐요. 정말 너무 예쁘네요. 해영 씨만큼 예쁜 여자는 없는 것 같아요.”김승엽이 아첨하며 말했다. 어느 정도 진심이 들어있는 것도 같았다.승엽의 눈에 해영은 확실히 아주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다.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차가운 아름다움이랄까? 그녀보다 예쁜 여자가 없다고 말한 것은 과장된 표현이었다. 다른 사람은 차치하고 서진이 녀석이 결혼해서 데리고 온 여자는 정말 아름다웠다. 서진의 아내는 첫눈에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아름다움은 아니었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그런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서진과 결혼했으니, 아무리 아름다워도 소용없었다. 그는 김씨 집안의 재신을 원했지, 여자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달랐다. 그녀는 예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무궁무진한 부를 가져다줄 수 있고, 그가 김씨 집안의 재산을 되찾는 것을 도울 수 있는 여자였다. 달콤한 말로 달래면 곧 넘어올 것만 같았다.해민은 손으로 뺨을 가볍게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럼…… 어제의 내가 예뻐요, 아니면 오늘의 내가 예뻐요?”‘???’그녀의 질문에 승엽은 멍해져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무슨 질문이 이래!’‘어제의 나는 뭐고, 오늘의 나는 또 뭐야? 아니, 예쁜 것도 날짜별로 나누는 거야?’‘만약 우리가 사귀게 되면, 매일 나를 쫓아다니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건 목숨이 달린 질문이잖아?’“그렇게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인가요?” 그가 머뭇거리는 걸 본 해민은 실망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당연히 언니겠죠. 다들 언니를 좋아하니까.’“아니,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제가 사실대로 말하기를 원해요?” 승엽은 그녀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며 그녀가 화를 내고 또 태도를 바꿀까 봐 걱정했다.“솔직히 말씀해 주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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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식사하는 동안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승엽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추측만 하고 있었다. 태도로 보면 괜찮은 것도 같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무튼,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식사를 마친 승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해영 씨, 이 팔찌 마음에 들어요?”“좋아…….”해민은 말을 하다말고 생각했다. “괜찮아요.”원래는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 팔찌는 언니에게 준 것이라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싫다는 뜻인가요?” 그녀가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는 승엽이 다시 물었다.‘그 선물이 싫었구나.’‘그래도 팔에 차고 있는 것을 보면,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뜻인데. 역시 엄마 말이 맞아. 여자에게는 큰 선물을 해야 해.’“그럼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뭐예요? 알려주면 제가 사줄게요.”승엽이 호기롭게 말했다. 해민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다가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괜찮아요.”설령 자신이 눈앞의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사양하지 마세요. 비록 제가 당신만큼 돈이 많지 않을지 몰라도 내 여자를 위해 돈을 쓰는 데는 절대 인색하지 않으니까요!”말을 마친 승엽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 여자는 마음과 말이 달랐고, 혹시 해영도 그럴지 몰랐다. 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요! 식사를 마치고 어차피 소화를 좀 시켜야 했는데 잘됐어요. 아래층이 백화점인데, 우리 구경하러 가요.”해민은 언니 해영이 준 ‘과제’ 때문에 온 것이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둘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나란히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해민은 상품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렇게 혼자 나와 백화점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이렇게 조용히 걸을 수 있고 햇볕을 쬘 수 있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해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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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언니는 가끔, 해민에게 자신을 대신해 사무실에 있으라고 시키곤 했다. 그때는 대충 몇 마디만 하면 됐고, 그것이 어려우면 정색하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으면 됐다. 그러면 상대방이 의아한 얼굴로 알아서 나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해민은 언니의 신분을 대신해 밖에 나와서 혼자 다녀야 했고, 눈앞의 남자와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이상한 말도 해야 하니 배로 견디기 힘들었다.승엽은 여전히 해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해민은 무언가 일이 잘 안되는 것만 같아 초조 해졌다. 하지만 그때 승엽이 대답했다. “그렇게 해요! 저는 당신이 말한 것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어?’해민은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또 이어서 말했다.“결혼하려면 서로 솔직해지는 것이 좋아요. 그렇다면 당신도 저에게 좀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요?”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뜻은 분명했다. ‘당신이 나에게 재산을 공개하라고 한 이상, 당신도 당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사실대로 알려줘야 합니다.’그러나 해민은 그의 말뜻을 잘못 이해했다. 그녀는 재산이나 지분 따위는 알지 못했다. 다만, ‘솔직히’라는 단어가 마음에 꽂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솔직하지 않았다. 자신은 우해영이 아닌 우해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것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만약 언니가 알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그녀는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해민의 모습을 본 승엽은 마음이 풀어지며, 그녀가 실제로 얼마나 ‘용맹한' 여자인지 잊어버리고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지 마세요. 다치잖아요.”승엽은 해민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눌러 입술을 깨물지 못하게 했다. “…….”이 다정한 동작은 해민의 볼을 빨갛게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점점 가까워지는 승엽의 얼굴을 보며 심장이 마구 쿵쾅대는 것을 느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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