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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설마 봄바람 난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니야!”

당황해서 허둥지둥 고개를 흔들며 해민이 변명했다.

“난…… 난 그 사람 좋아하지 않아요.”

“좋아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대신이라는 것을 잊지 마. 그 남자와 진짜 연애하라고 내보낸 게 아니란 말이야. 우해민, 넌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내 그림자라는 걸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고개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암담한 눈빛을 한 해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언니. 난 영원히 언니의 그림자고, 언니하고 겨룰 수 없다는 걸.”

이 말에 해영이 냉소를 터뜨렸다.

“너도 네가 어울리는 지 좀 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뭘 가지고 나와 겨룰 건데?”

“잘 들어. 이런 하찮은 것도 그 남자가 나에게 사 준 거야. 단지 네가 불쌍해 보였을 뿐이야. 물론 앞으로도 내 대신 나가서 그 남자를 상대할 때 이걸 차고 있으면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니야.”

이 팔찌가 자신에게 사준 것이라는 말을 들은 해민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자, 해영은 기분이 좋아졌다.

‘당연한 거 아냐? 나랑 얼굴이 닮았다고, 내 대신 두 번 나갔다고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았던 거야? 영원히 내 그림자 뒤에 묻혀 살아야 하는 주제에 말이야.’

집에서든, 여기서든, 우씨 집안에 아가씨는 한 명 밖에 없다. 그런데 ‘둘째 아가씨’라고 불릴 주제도 안되는 저를 고용인들에게 ‘해민 아가씨’라고 부르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제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

“너 좀 똑똑하게 굴어. 그 사람이 조그만 것도 알아채지 못하게 해. 만약 내 일에 무슨 착오라도 생기면 그 뒤는 어떻게 될지 알지?”

해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민을 노려보았다.

어깨를 움츠린 해민이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알, 알았어요…….”

“음, 오늘 우유는 마셨어? 몸무게는 쟀고?”

고개를 끄덕인 해영이 다시 물었다.

“쟀어요. 46kg였어요. 우유도 마셨어요.”

해영이 눈썹을 찡그렸다.

“넌 어째서 살이 붙지를 않니? 네가 먹은 고기들은 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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