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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언니는 가끔, 해민에게 자신을 대신해 사무실에 있으라고 시키곤 했다. 그때는 대충 몇 마디만 하면 됐고, 그것이 어려우면 정색하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으면 됐다. 그러면 상대방이 의아한 얼굴로 알아서 나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해민은 언니의 신분을 대신해 밖에 나와서 혼자 다녀야 했고, 눈앞의 남자와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이상한 말도 해야 하니 배로 견디기 힘들었다.

승엽은 여전히 해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해민은 무언가 일이 잘 안되는 것만 같아 초조 해졌다. 하지만 그때 승엽이 대답했다.

“그렇게 해요! 저는 당신이 말한 것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

해민은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또 이어서 말했다.

“결혼하려면 서로 솔직해지는 것이 좋아요. 그렇다면 당신도 저에게 좀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뜻은 분명했다.

‘당신이 나에게 재산을 공개하라고 한 이상, 당신도 당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사실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해민은 그의 말뜻을 잘못 이해했다.

그녀는 재산이나 지분 따위는 알지 못했다. 다만, ‘솔직히’라는 단어가 마음에 꽂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솔직하지 않았다. 자신은 우해영이 아닌 우해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것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만약 언니가 알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그녀는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해민의 모습을 본 승엽은 마음이 풀어지며, 그녀가 실제로 얼마나 ‘용맹한' 여자인지 잊어버리고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지 마세요. 다치잖아요.”

승엽은 해민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눌러 입술을 깨물지 못하게 했다.

“…….”

이 다정한 동작은 해민의 볼을 빨갛게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점점 가까워지는 승엽의 얼굴을 보며 심장이 마구 쿵쾅대는 것을 느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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