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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식사하는 동안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승엽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추측만 하고 있었다. 태도로 보면 괜찮은 것도 같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무튼,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식사를 마친 승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해영 씨, 이 팔찌 마음에 들어요?”

“좋아…….”

해민은 말을 하다말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원래는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 팔찌는 언니에게 준 것이라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싫다는 뜻인가요?”

그녀가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는 승엽이 다시 물었다.

‘그 선물이 싫었구나.’

‘그래도 팔에 차고 있는 것을 보면,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뜻인데. 역시 엄마 말이 맞아. 여자에게는 큰 선물을 해야 해.’

“그럼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뭐예요? 알려주면 제가 사줄게요.”

승엽이 호기롭게 말했다.

해민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다가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설령 자신이 눈앞의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사양하지 마세요. 비록 제가 당신만큼 돈이 많지 않을지 몰라도 내 여자를 위해 돈을 쓰는 데는 절대 인색하지 않으니까요!”

말을 마친 승엽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 여자는 마음과 말이 달랐고, 혹시 해영도 그럴지 몰랐다. 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요! 식사를 마치고 어차피 소화를 좀 시켜야 했는데 잘됐어요. 아래층이 백화점인데, 우리 구경하러 가요.”

해민은 언니 해영이 준 ‘과제’ 때문에 온 것이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둘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나란히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해민은 상품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렇게 혼자 나와 백화점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이렇게 조용히 걸을 수 있고 햇볕을 쬘 수 있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해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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