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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얼굴 안색도 안 좋고, 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심지어 눈까지 감고 짜증난 모습도 보이던데…… 설마 아직 화가 덜 풀렸을까?’

‘그럼 화도 안 풀렸는데 왜 만나자고 한 걸까? 아니, 화가 풀렸다면 왜 또 저러는 거지?’

그녀의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어제의 전례가 있으니 무턱대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해영 씨, 뭐 좋아하세요? 편하게 주문하세요. 여기 프랑스식 디저트가 아주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것 드시고 싶은 거라도…….”

“아니요, 배가 고프지 않아요!”

무의식 중에 말이 나와 버렸다.

말을 뱉고 해미는 바로 후회했다.

‘우해영은 이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텐데…… 이러면 안되는데…….’

그리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꺼냈다.

“A세트 주세요.”

사실 세트가 무엇인지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 단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무거나 주문했다.

“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승엽이 웃으면서 메뉴판을 건넸다.

몇 초 간의 정적이 흘렀다. 해민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없이 상대방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자꾸 시선은 피하게 된다. 너무 힘들다.

“저는…….”

“저는…….”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뗐다. 둘 다 깜짝 놀라 멍 때렸다. 그리고는 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먼저 말씀하세요.”

승엽이 웃으며 신사적으로 말했다.

“먼저 말씀하세요!”

그녀는 단지 이 적막을 깨고 싶었을 뿐이다. 승엽이 말을 꺼낼 준비가 된 이상 자신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된다. 잘 됐다. 마침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난감하단 차였다.

“먼저 말씀하시죠. 전 나중에 해도 돼요.”

그녀가 사양하는 줄 알고 승엽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먼저 말씀하세요!”

미간을 찌푸리며 해민이 말했다. 그녀는 지금 불안하고 긴장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데이트는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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