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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알, 알았어요…….”

해민의 목소리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해민을 향해 입에 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난 해영이 손을 휘휘 저었다.

“됐어. 넌 잠자코 있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내가 한 말 기억해!”

“기억해!”

해민은 마치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

해민에게 화를 내는 것도 귀찮았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었다니까.’

해영이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방 안에서 해민은 쥬얼리 박스 안의 진주 팔찌를 보았다. 한 알 한 알 모두 둥글고 윤택이 나는 진주는 정말 예뻤다! 언니에게 사준 것이지 그녀에게 준 것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녀에게 뭔가를 사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신경 쓰지 사람도 없을 것이고. 항상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언니였다. 언제나 언니만 눈부시게 빛이 났다. 자신은 그저 미운 털 박힌 그림자일 뿐이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팔찌를 꺼내 손목에 차 보았다. 그녀의 손목이 아주 가는 편이다. 몸이 마르다 보니 손목 역시 해영보다 더 가늘었다. 그런데 진주 팔찌는 해민의 손목에 딱 맞았다. 여유 공간이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

만약 이 팔찌를 언니가 손목에 찬다면 분명 꽉 조였을 것이다. 남자는 정말 사이즈를 잘 못 맞췄다!

……

김승엽이 집에 돌아오니, 그의 어머니, 김씨 집안 노부인이 이미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희색이 만연한 모습으로 집안의 물건을 보며 말했다.

“승엽아, 왔니? 어서 와서 좀 보거라. 내가 오늘 특별히 나가서 물건들을 좀 많이 샀단다. 이것들 해영이에게 잘 맞을 지 한 번 보거라. 해영이가 좋아할까?”

그런데 승엽은 도시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해영이가 좋아할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손을 휘젓고는 소파에 무겁게 몸을 던진 승엽이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

“…….”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노부인은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었다.

“무슨 일이니?”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여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의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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