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2406 챕터

제931화

김서진이 거짓말을 한 게 뻔했다. 누가 업어갈 정도로 잠이 들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차에서 병실까지 가는 내내 깨지 않았다는 건 더욱 말이 안 되었다.“자주 아프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프니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어요!”한소은은 살짝 몸을 움직여 보았다. 아직도 회복이 덜 되었는지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손에는 링거까지 맞고 있었다. “이건 해열제인가요?”이미 여러 개 비워진 링거병을 보며 한소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그건 영양주사예요. 의사가 당신 지금 아무 약이나 막 쓰면 안 된다고 했어요.”김서진이 물 한 잔을 따라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세심하게 빨대까지 꽂아 그녀가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했다.“의사가 왜 그런 말을 한 거예요? 혹시 내가 어떤 약에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유발하나요?”한소은은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어려서부터 아픈 적이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고 이렇게 입원해서 링거까지 맞는 일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어떤 약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다. 이번에 입원하면서 알아낸 건지 한소은은 매우 궁금했다.“아니에요. 지금 당신 몸 상태가 조심해야 하는 시가라서 그래요. 게다가 의사가 영양실조라고 해서 영양주사를 맞고 있는 거예요. 당신 몸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몸조리 잘해야 한대요.”김서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 몸이 약을 쓸 수 없을 만큼 허약하다는 건가요?”어리둥절한 한소은의 표정을 보며 김서진이 가벼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따라준 물을 모두 마시자, 물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티슈로 그녀의 입을 살짝 닦아 주었다.조심스럽게 그녀의 시중을 들어주면서 김서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보며 웃기만 했다.그가 지금 매우 기분 좋은 상태인 건 알 것 같다. 귀가 입에 걸릴 듯 웃는 그를 보며 한소은은 더욱 어리둥절했다.“도대체 왜 웃는 거예요? 당신 웃음이 조금 소름 돋는 건 알고 있
더 보기

제932화

김서진은 그녀가 불안해한다는 걸 느끼고 확신에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정말이에요. 의사가 벌써 8주가 되어 간다던데 당신 몰랐던 거예요?”의사가 처음으로 임신할 경우 임신에 대한 지식도 적고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바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했다고 김서진이 말했다.한소은은 그의 말에 납득했다. 확실히 뉴스에서 임신한 지 몇 개월이 되어서야 발견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었던 거 같았다. 하지만 조금만 자기의 몸에 신경을 썼더라면 전혀 눈치채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김서진의 물음에 한소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두 달 가까이 생리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원래도 생리 주기가 불규칙했었고 그 두 달간 일이 많아 매우 바빴기에 그저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었다.“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건 줄 알았어요.”“당신 정말 바보 같네요!”김서진이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콧등에 톡 하고 쳤다. 임신한 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그녀를 혼내주고 싶었다.그녀는 자기가 임신한 줄도 모르고 아프면서 병원에는 가려 하지도 않고 또 그 두 사람이 난동을 피우는 것까지 다 받아주었다. ‘정말 자기 자신이 강철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나 봐.’한소은이 의식을 잃고 김서진의 품에 안겨 병원에 왔을 때 진찰하던 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게다가 임신까지 확인되어 쓸 수 있는 약이 별로 없었다.“아참. 당신이 집에서 약을 먹었다고 했잖아요. 무슨 약인지 알아요?”김서진은 의사가 물었던 말을 기억하고 그녀에게 바로 물어보았다.“그냥 보통 해열제에요.”한소은은 그가 왜 이런 물음을 묻는지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어떤 해열제예요?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해요? 아기에게 영향이 갈지 의사가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어요.”김서진은 그녀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뒷말을 흐리며 말했다.하지만 한소은은 바로 그가 하는 말의 중점을 콕 집어 물었다.“혹시 아기에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나요?”‘그래서
더 보기

제933화

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 갑자기 찾아온 아기는 정말 서프라이즈였다. 마치 하늘이 내린 선물 같았다.사실 저번 임신 소동이 있고 난 뒤 한소은은 김서진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반응을 보니 그런 걱정을 했다는 게 무색해질 정도로 그가 기뻐하는 것 같았다.역시 아기를 가지려 노력하는 것 보다 인연이 닿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맞는 일이다.“결혼식을 서둘러야 할 것 같네요.”한소은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얌전히 다시 누웠다. 어쩐 지 벌써 한 아기의 엄마가 되어 모성애가 가슴이 벅차도록 솟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임신했으니 이젠 잘 쉬어야 했다. 아기를 위해서라도 몸조리를 잘해야만 한다.“결혼식을 서두르는 건 좋은데 당신은 신경 쓸 거 없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사람을 시켜서 하게 하면 되니까 당신은 어디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한소은의 눈에 비친 그가 명령하는 모습은 더없이 멋져 보였다. 한소은은 그가 자기를 걱정하는 걸 잘 알았기에 고분고분 머리를 끄덕였다.“알았어요!”——황도 노래방에서 김승엽이 한 손에는 술병을 쥐고 눈살을 찌푸렸다. 조용히 앉아 있는 여자를 보며 내심 생각했다.‘여기 온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걸까?’소문에 의하면 우씨 집안의 아가씨는 생각이 깊고 야망이 큰 여자다. 김승엽의 어머니도 진즉에 우해영의 성격이 좋지 않다고 했었지만, 그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상대하기 어려운 줄 몰랐다.오늘 두 사람이 예의상 만나 함께 그다지 즐겁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식사를 했다. 하지만 우해영은 줄곧 머리를 숙이고 그에게 눈길 한번을 주지 않았다. 김승엽은 그녀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만약 이 결혼이 그녀와의 정략결혼이 아니고 두 집안이 얻는 이득이 없었다면 김승엽은 지금 옆에 앉아 고개만 숙이고 있는 여자가 자기와 선을 보러 나왔다는 걸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럼에도 우해영이 가진 권력과 집안 배경, 그리고 자기를 지지
더 보기

제934화

말이 끝나자, 김승엽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정작 농담을 들은 우해영은 웃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지 못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색하며 대답했다.“난 옆방으로 넘어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담을 뚫고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말문이 막혔다. 어디서 이런 이상한 여자가 나왔는지 궁금해졌다.‘우씨 가문이 이름 모를 섬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더니 사회와 너무 동떨어져 그 집안사람들이 모두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김승엽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순순히 그녀의 말에 순응했다.“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해영 씨는 옆방으로 넘어갈 수 없어요. 내가 어리석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군요.”조용히 그의 모습을 보던 우해영은 나지막이 말했다.“당신은 어리석지 않아요.”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김승엽의 마음속에 박혔다. 앞서 못마땅했던 기분이 그녀의 말에 사르르 녹아버렸다.“그렇다면 우해영 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 거 같아요? 당신 눈에는 내가 어때 보이나요?”“......”우해영은 말없이 입술만 오므렸다. 그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는 것인지 그저 대답하기 싫어서 입을 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작은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김승엽은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성격이 답답하고 조금은 멍청해 보였지만 그녀의 얼굴만큼은 정말 예뻤다.‘다른 건 둘째 치고 얼굴 하나는 정말 이쁘네.’이 순간 김승엽은 성격이 괴팍하고 사나우며 재미가 없다는 그녀에 대한 소문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이렇게 예쁜 얼굴에 자기를 도와줄 세력과 집안 배경까지 있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하는데 그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녀와 정을 쌓는 것이다. 농담 같지 않은 농담도 하고 그녀에게 모두 맞춰주고 있지만 정작 그녀의 반응은 담담했다.‘그렇다면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나?’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우해영
더 보기

제935화

홀로 노래를 마친 김승엽은 고개를 돌려 여전히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한 우해영을 한참 바라보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김승엽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해영 씨,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우해영은 그의 물음에 눈을 깜빡이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거절하는 것 같지 않자, 김승엽은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그런 게 아니라면 내가 마음에 든다는 거군요. 그럼, 이 결혼 이대로 진행해도 되는 거죠?”김씨 가문이 이 결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씨 가문의 심드렁한 반응에 김승엽은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아무래도 우씨 가문을 넘보는 집안이 많았기에 김승엽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진행 시키고 싶었다.사실 김씨 가문의 능력과 재력으로 이렇게까지 우씨 가문에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김씨 가문의 권력은 모두 김서진 그 자식 손에 있다. 자기가 그의 작은 삼촌이라 해도 손에 쥐고 있는 실권이 별로 없었고 가질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해 명문가인 우씨 가문은 이런 그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다.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김승엽의 뒤에는 김씨 가문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김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될 수도 있다. 우씨 가문도 이런 가능성을 보고 그를 선택한 것이다.“해영씨......”김승엽이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에 올리며 스킨십을 하려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그녀와 가까워 지면 앞으로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김승엽은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몸을 붙였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에 살짝 닿은 순간, 우해영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펄쩍 뛰었다. 손에 쥐고 있던 와인잔이 엎어지면서 와인이 김승엽의 바지에 쏟아졌다.“죄송합니다!”갑자기 벌어진 일에 우해영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반면, 그녀의 반응에 놀란 김승엽이 두 팔로 가슴 앞을 막으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우씨 가문이 고대 무술 가문이라는 건 누구나 잘 아는
더 보기

제936화

말을 마친 우해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녀가 집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은 게 눈에 보여 김승엽은 더 이상 그녀를 막지 않고 따라갔다.“해영 씨!”주차장까지 따라 나간 김승엽은 한 손으로 그녀가 차 문을 열려는 것을 막아 나섰다. 우해영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더욱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느끼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혹시 내게 불만이 있는 건가요?”“아, 아니요.”우해영은 당황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눈을 본 순간 김승엽은 자기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얼마나 맹렬하고 기세 높은지, 그녀 밑에서 일하는 두 킬러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이미 신물이 나도록 들었었다. 그렇게 사납고 무서운 여자가 자기 앞에서 이렇게 단순 무구한 눈빛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도 잠시, 김승엽은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납득이 갔다. 어쩌면 그녀가 싸움에 강한 여자일지 몰라도 감정 방면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다른 방면에서 너무 뛰어나다 보니 온 신경을 거기에 쏟아붓느라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앞에서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한 번도 누구와 연애를 한 적 없는 소녀가 이렇게 멋지고 품격 있는 남자를 보니 설레어서 긴장하는 게 맞지. 안 그러면 아까 왜 날 때리지 않았겠어? 분명 내게 반한 거야.’김승엽은 온종일 부자연스러웠던 그녀의 행동들이 모두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김승엽은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마 앞으로 내려온 잔 머리카락을 슥 넘기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불만이 없다면 내가 마음에 든다는 말이군요.”“아, 아니에요.”우해영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침을 꼴깍 삼켰다.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은 그렇다 할 정도로 미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해영 씨, 난 당신이 좋아요. 아니, 사랑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난 당신에게
더 보기

제937화

갑작스럽게 뺨을 맞고 그녀에게 밀쳐지기까지 한 김승엽의 얼굴에 화난 기색은커녕 오히려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우해영이 급히 차 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그녀의 차가 주차장을 떠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차가 완전히 주차장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손을 들어맞았던 뺨을 어루만졌다. 사실 그녀가 때린 뺨은 아프지 않았다. 화가 나서 때린다기보다 그저 부끄러움에 작은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우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정말 때리려 작정했다면 지금쯤 김승엽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그 정도로 힘껏 때리지 않았다는 건 화가 났다는 게 아니라 그저 부끄러워서 그런 것 뿐일 거야. 이 정도로 부끄럼이 많다니. 재밌는걸.’방금 그 키스는 분명 그녀의 첫 키스였을 것이다.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키스도 해보지 못한 숙맥이라니, 생각만 해도 김승엽은 흥분되었다.그녀가 이러한 배경과 능력이 있으면서도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일 줄은 김승엽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그녀를 살살 구슬려 우씨 가문의 재산뿐만 아니라 우씨 가문의 가업, 그리고 고대 무술 가문으로써 축적해 둔 모든 것들이 다 자기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그때가 되면 김서진 그 자식이 아무리 제 앞에서 날뛰어도 한방에 밟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한편, 차에 앉은 우해영은 여전히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녀는 김승엽이 자기에게 그런 짓을 할 거란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입술이 맞닿은 느낌도 이상했지만, 혀를 내밀다니......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징그러운 거 같으면서도 징그럽지 않은, 그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오늘 하루 종일 그런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김승엽이 이상하다 생각했고 자기 또한 이상해진 것 같았다.“이제 좀 그만 떨지?”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전해져 왔다. 그녀를 사색에서 끌어내는 목소리에 더욱 덜덜 떨었다
더 보기

제938화

우해영은 우씨 가문의 무술 체질을 타고나 무술에 재능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배우는 무술마다 뛰어나게 완성할 정도였다. 반면, 우해민은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겁도 많아 무술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대 무술 가문에 있어서 이런 약하고 겁많은 딸은 쓸데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는 없는 사람 취급했다.우씨 가문은 섬에 살면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우씨 가문에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두 아가씨가 성년이 되고 나서 우해민은 우씨 가문 사람들에게 투명 인간 취급당했다. 겁이 많고 연약한 우해민은 종종 우해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소문대로 우해영은 정말 무서운 여자다. 여러 방면에서 뛰여난 그녀와 비교가 되면서 우해민은 더욱 무시당했다. 모두 우씨 가문에 큰 아가씨만 있다고 생각하며 우해민이라는 둘째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우해영은 겁에 질린 우해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았을 때 눈빛에는 혐오감으로 가득했다.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 놀라울 만큼 똑같았다. 우해영은 이렇게 완벽한 자기가 있는데 왜 자기와 얼굴이 같은 쌍둥이 여동생이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똑같은 얼굴 덕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피해 갈 수 있으니 또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작 김씨 집안과의 정략결혼이라니, 그것도 아무 권력도 가진 재산도 별로 없는 김승엽이 자기와 결혼하겠다는 망상을 품은 게 가소로웠다.그러나 그가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어 얻고 싶은 걸 얻게 하면 나중에 그를 손에 쥐고 주무르기 쉽다.우해영은 당연히 이런 하찮은 사람과 결혼하기 싫었다. 자기와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여동생이 어쩌면 크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자기를 대신해 김승엽과 정략결혼을 하는 건 우해민이 이득을 보는 셈이다.“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우해영이 차가운 말투
더 보기

제939화

김 씨 고택.김서진의 할머니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김서진의 집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그날 손자에게 당한 수모에 화가 가시지 않았다.“엄마.”김지영이 흰죽 한 그릇을 들고 노부인의 침대 옆에 앉았다.“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사실 처음부터 어떻게 될 줄 알고 찾아간 거잖아요. 서진이 그 애 성격이 어떤지 엄마도 잘 아시면서.”“그놈 이름 꺼내지도 마!”노부인이 큰 목소리로 김지영에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연신 기침하기 시작했다.김지영이 한 손으로 노부인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며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이것 보세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신 게 그 영악한 계집애가 바라는 거라고요. 지금 얼마나 으쓱해 댈지 모르겠네요. 서진이도 참, 가족 편을 들어주지 않고 그런 여자 편을 들어주다니.”“그 계집애는 정말 영악하다 못해 무섭더군. 그래도 차씨 집안의 딸이라길래 예의가 바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례할 줄이야. 웃어른한테 그렇게 대드는 사람이 어딨어? 차 씨 영감이 애를 잘못 키웠어!”생각하면 할수록 노부인은 화가 났다. 아무리 손주를 싫어했어도 할머니인데 위엄은커녕 다른 사람 앞에서 손주에게 쫓겨나다니!쫓겨난 것도 모자라 김서진은 그녀더러 다시는 자기 집에 발을 들이지 말란다! 노부인은 손주의 그런 태도가 너무 못마땅했다.할머니가 손주 집에 가는 건 지극히 정상인 일인데 그런 계집애 때문에 자기와 대들며 체면을 깎아내리다니.겉으론 김씨 집안의 어르신이지만 김서진은 단 한 번도 행사에 할머니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도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었다. 마치 그녀가 투명 인간인 것처럼 대했다.‘양심 없는 놈. 제 어미하고 똑같아!’“엄마, 그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내가 말했었잖아요. 내 말은 믿지 않고 굳이 거기로 찾아가셔서 이런 일만 당하시고.”김지영이 노부인을 좋게 타이르면서 흰 죽을 앞으로 내밀었다.“이제 화 그만 내시고 죽 좀 드세요. 이러다 정말 쓰러지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안 먹어!
더 보기

제940화

노부인이 김승엽을 낳을 때 큰아들이 금방 결혼할 때였다. 그래서 김승엽은 김서진보다 몇 살 많지 않았다.김승엽이 태어나고 노부인은 온 신경을 막내아들에게 쏟아부었다. 거기에다 큰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첫 번째 손주인 김서진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남의 자식을 이뻐하는 것 보다 자기의 막내아들에 더욱 많을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사실 그녀 마음속으로는 김씨 가문의 재산과 가업을 모두 김승엽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큰아들에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큰아들이 일찍이 세상을 떠난 탓에 심혈을 기울여 손자를 후계자로 키우려 했다.다행히 김서진은 할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모두 뛰어났다. 후에 몸이 아주 좋지 않던 김서진의 할아버지가 가업을 김서진에게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겼다.유서가 공개되고 한동안 김씨 집안이 시끄러웠다. 김서진의 할머니는 발을 벗고 나서서 김서진이 가업을 물려받는 것에 반대했다. 심지어 유서의 진정성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후에 김서진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시끄러웠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았다.집안 내부의 일이었기에 갈등이 아무리 심해도 밖의 사람들은 이 일들을 잘 몰랐다. 김서진이 조금 손을 썼는지 기자들도 이런 일을 보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도 노부인은 한이 남아있다. 만약 자기의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았다면 지금쯤 자기는 편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죽을 먹고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김승엽이 재빠르게 티슈로 어머니의 입을 닦아 주었다. 노부인은 그제야 김승엽에게 정색하며 물었다.“우씨 가문 아가씨와는 어떻게 되었어?”“내가 나섰는데 안 될 리가 있겠어요?”김승엽이 콧방귀를 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곧 예쁜 손자 안겨드릴게요!”노 부인은 그를 째려보았다.“손주는 무슨, 내가 필요한 건 손주가 아니야! 우씨 가문이 널 도울 수 있는지가 문제란 말이야!”우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는 건 오로지 그 가문의 세력
더 보기
이전
1
...
9293949596
...
24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