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우해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녀가 집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은 게 눈에 보여 김승엽은 더 이상 그녀를 막지 않고 따라갔다.“해영 씨!”주차장까지 따라 나간 김승엽은 한 손으로 그녀가 차 문을 열려는 것을 막아 나섰다. 우해영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더욱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느끼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혹시 내게 불만이 있는 건가요?”“아, 아니요.”우해영은 당황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눈을 본 순간 김승엽은 자기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얼마나 맹렬하고 기세 높은지, 그녀 밑에서 일하는 두 킬러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이미 신물이 나도록 들었었다. 그렇게 사납고 무서운 여자가 자기 앞에서 이렇게 단순 무구한 눈빛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도 잠시, 김승엽은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납득이 갔다. 어쩌면 그녀가 싸움에 강한 여자일지 몰라도 감정 방면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다른 방면에서 너무 뛰어나다 보니 온 신경을 거기에 쏟아붓느라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앞에서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한 번도 누구와 연애를 한 적 없는 소녀가 이렇게 멋지고 품격 있는 남자를 보니 설레어서 긴장하는 게 맞지. 안 그러면 아까 왜 날 때리지 않았겠어? 분명 내게 반한 거야.’김승엽은 온종일 부자연스러웠던 그녀의 행동들이 모두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김승엽은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마 앞으로 내려온 잔 머리카락을 슥 넘기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불만이 없다면 내가 마음에 든다는 말이군요.”“아, 아니에요.”우해영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침을 꼴깍 삼켰다.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은 그렇다 할 정도로 미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해영 씨, 난 당신이 좋아요. 아니, 사랑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난 당신에게
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