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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김 씨 고택.

김서진의 할머니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김서진의 집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그날 손자에게 당한 수모에 화가 가시지 않았다.

“엄마.”

김지영이 흰죽 한 그릇을 들고 노부인의 침대 옆에 앉았다.

“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사실 처음부터 어떻게 될 줄 알고 찾아간 거잖아요. 서진이 그 애 성격이 어떤지 엄마도 잘 아시면서.”

“그놈 이름 꺼내지도 마!”

노부인이 큰 목소리로 김지영에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연신 기침하기 시작했다.

김지영이 한 손으로 노부인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며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

“이것 보세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신 게 그 영악한 계집애가 바라는 거라고요. 지금 얼마나 으쓱해 댈지 모르겠네요. 서진이도 참, 가족 편을 들어주지 않고 그런 여자 편을 들어주다니.”

“그 계집애는 정말 영악하다 못해 무섭더군. 그래도 차씨 집안의 딸이라길래 예의가 바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례할 줄이야. 웃어른한테 그렇게 대드는 사람이 어딨어? 차 씨 영감이 애를 잘못 키웠어!”

생각하면 할수록 노부인은 화가 났다. 아무리 손주를 싫어했어도 할머니인데 위엄은커녕 다른 사람 앞에서 손주에게 쫓겨나다니!

쫓겨난 것도 모자라 김서진은 그녀더러 다시는 자기 집에 발을 들이지 말란다! 노부인은 손주의 그런 태도가 너무 못마땅했다.

할머니가 손주 집에 가는 건 지극히 정상인 일인데 그런 계집애 때문에 자기와 대들며 체면을 깎아내리다니.

겉으론 김씨 집안의 어르신이지만 김서진은 단 한 번도 행사에 할머니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도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었다. 마치 그녀가 투명 인간인 것처럼 대했다.

‘양심 없는 놈. 제 어미하고 똑같아!’

“엄마, 그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내가 말했었잖아요. 내 말은 믿지 않고 굳이 거기로 찾아가셔서 이런 일만 당하시고.”

김지영이 노부인을 좋게 타이르면서 흰 죽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 화 그만 내시고 죽 좀 드세요. 이러다 정말 쓰러지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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