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해영은 우씨 가문의 무술 체질을 타고나 무술에 재능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배우는 무술마다 뛰어나게 완성할 정도였다. 반면, 우해민은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겁도 많아 무술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대 무술 가문에 있어서 이런 약하고 겁많은 딸은 쓸데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는 없는 사람 취급했다.우씨 가문은 섬에 살면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우씨 가문에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두 아가씨가 성년이 되고 나서 우해민은 우씨 가문 사람들에게 투명 인간 취급당했다. 겁이 많고 연약한 우해민은 종종 우해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소문대로 우해영은 정말 무서운 여자다. 여러 방면에서 뛰여난 그녀와 비교가 되면서 우해민은 더욱 무시당했다. 모두 우씨 가문에 큰 아가씨만 있다고 생각하며 우해민이라는 둘째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우해영은 겁에 질린 우해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았을 때 눈빛에는 혐오감으로 가득했다.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 놀라울 만큼 똑같았다. 우해영은 이렇게 완벽한 자기가 있는데 왜 자기와 얼굴이 같은 쌍둥이 여동생이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똑같은 얼굴 덕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피해 갈 수 있으니 또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작 김씨 집안과의 정략결혼이라니, 그것도 아무 권력도 가진 재산도 별로 없는 김승엽이 자기와 결혼하겠다는 망상을 품은 게 가소로웠다.그러나 그가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어 얻고 싶은 걸 얻게 하면 나중에 그를 손에 쥐고 주무르기 쉽다.우해영은 당연히 이런 하찮은 사람과 결혼하기 싫었다. 자기와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여동생이 어쩌면 크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자기를 대신해 김승엽과 정략결혼을 하는 건 우해민이 이득을 보는 셈이다.“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우해영이 차가운 말투
김 씨 고택.김서진의 할머니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김서진의 집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그날 손자에게 당한 수모에 화가 가시지 않았다.“엄마.”김지영이 흰죽 한 그릇을 들고 노부인의 침대 옆에 앉았다.“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사실 처음부터 어떻게 될 줄 알고 찾아간 거잖아요. 서진이 그 애 성격이 어떤지 엄마도 잘 아시면서.”“그놈 이름 꺼내지도 마!”노부인이 큰 목소리로 김지영에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연신 기침하기 시작했다.김지영이 한 손으로 노부인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며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이것 보세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신 게 그 영악한 계집애가 바라는 거라고요. 지금 얼마나 으쓱해 댈지 모르겠네요. 서진이도 참, 가족 편을 들어주지 않고 그런 여자 편을 들어주다니.”“그 계집애는 정말 영악하다 못해 무섭더군. 그래도 차씨 집안의 딸이라길래 예의가 바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례할 줄이야. 웃어른한테 그렇게 대드는 사람이 어딨어? 차 씨 영감이 애를 잘못 키웠어!”생각하면 할수록 노부인은 화가 났다. 아무리 손주를 싫어했어도 할머니인데 위엄은커녕 다른 사람 앞에서 손주에게 쫓겨나다니!쫓겨난 것도 모자라 김서진은 그녀더러 다시는 자기 집에 발을 들이지 말란다! 노부인은 손주의 그런 태도가 너무 못마땅했다.할머니가 손주 집에 가는 건 지극히 정상인 일인데 그런 계집애 때문에 자기와 대들며 체면을 깎아내리다니.겉으론 김씨 집안의 어르신이지만 김서진은 단 한 번도 행사에 할머니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도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었다. 마치 그녀가 투명 인간인 것처럼 대했다.‘양심 없는 놈. 제 어미하고 똑같아!’“엄마, 그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내가 말했었잖아요. 내 말은 믿지 않고 굳이 거기로 찾아가셔서 이런 일만 당하시고.”김지영이 노부인을 좋게 타이르면서 흰 죽을 앞으로 내밀었다.“이제 화 그만 내시고 죽 좀 드세요. 이러다 정말 쓰러지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안 먹어!
노부인이 김승엽을 낳을 때 큰아들이 금방 결혼할 때였다. 그래서 김승엽은 김서진보다 몇 살 많지 않았다.김승엽이 태어나고 노부인은 온 신경을 막내아들에게 쏟아부었다. 거기에다 큰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첫 번째 손주인 김서진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남의 자식을 이뻐하는 것 보다 자기의 막내아들에 더욱 많을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사실 그녀 마음속으로는 김씨 가문의 재산과 가업을 모두 김승엽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큰아들에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큰아들이 일찍이 세상을 떠난 탓에 심혈을 기울여 손자를 후계자로 키우려 했다.다행히 김서진은 할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모두 뛰어났다. 후에 몸이 아주 좋지 않던 김서진의 할아버지가 가업을 김서진에게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겼다.유서가 공개되고 한동안 김씨 집안이 시끄러웠다. 김서진의 할머니는 발을 벗고 나서서 김서진이 가업을 물려받는 것에 반대했다. 심지어 유서의 진정성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후에 김서진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시끄러웠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았다.집안 내부의 일이었기에 갈등이 아무리 심해도 밖의 사람들은 이 일들을 잘 몰랐다. 김서진이 조금 손을 썼는지 기자들도 이런 일을 보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도 노부인은 한이 남아있다. 만약 자기의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았다면 지금쯤 자기는 편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죽을 먹고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김승엽이 재빠르게 티슈로 어머니의 입을 닦아 주었다. 노부인은 그제야 김승엽에게 정색하며 물었다.“우씨 가문 아가씨와는 어떻게 되었어?”“내가 나섰는데 안 될 리가 있겠어요?”김승엽이 콧방귀를 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곧 예쁜 손자 안겨드릴게요!”노 부인은 그를 째려보았다.“손주는 무슨, 내가 필요한 건 손주가 아니야! 우씨 가문이 널 도울 수 있는지가 문제란 말이야!”우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는 건 오로지 그 가문의 세력
한소은이 임신한 후부터 김서진의 중점 보호 대상이 되었다. 사람을 고용해 그녀를 보살피는가 하면 그녀가 향수 실험실에 얼씬도 못 하게 문 마저 잠갔다. 이렇게까지 해도 모자랐는지 오이연에게 신신당부했다. 한소은이 실험실이나 향수 조향을 하려고 하면 바로 자기에게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실에서 잘라버린다는 위협까지 하면서 말이다.편하고 페이가 많은 일을 생각해서 오이연은 과감히 언니를 버리겠다 결심했다. 오이연은 김서진의 말을 명령처럼 따랐다. 한소은이 작업실에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였다.이에 한소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요즘 작업실에 일 적은 거 나도 알아. 그저 구경하러 온 거거든. 아무것도 안 건드릴 거니까 호들갑 떨지 말라고.”“안돼. 김서진 씨가 언니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어. 푹 쉬어야 한다고. 여기에 화학 약품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잖아. 아기한테 안 좋으니 집에 가서 쉬어.”자기 앞을 가로막은 오이연을 보며 한소은은 작게 한숨을 푹 쉬었다.“누가 너한테 월급 주는지 잘 생각해 봐! 누가 네 사장님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당연히 김서진 씨지!”오이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서진의 이름을 말했다. 순간 얼굴빛이 흐려진 한소은을 보고 급히 말을 바꾸었다.“아니, 언니가 사장님이야. 하지만 김서진 씨가 한 말이 맞아. 그래서 난 그 사람 말 들을 거야.”“오이연!”한소은은 다소 위협하는 말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오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도 언니는 들어가면 안 돼.”“너 계속 이러면 나 화낼 거야. 평생 너 안 본다 해도 이럴 거야?”한소은은 화가 난척하며 몸을 획 돌려 버렸다.“내가 여기서 나가면 다신 네 전화 안 받아줄 줄 알아.”한소은의 위협이 먹혔다. 오이연은 그녀가 정말 평생 자기를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확고했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오이연이 흔들리는 걸 단번에 알아차린 한소은은 곧바로 나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오이연이 그녀의 팔을
“언니가 한 말이 심했다고 인정하는 거야?”오이연이 그녀를 쏘아보며 화난 말투로 말했다.“그래, 내가 잘못했어. 정말 상전이 따로 없네!”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화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오이연을 자기 옆으로 앉히며 달래었다.“뭐? 상전?”이제야 화가 조금 풀리려던 오이연이 다시 펄쩍 뛰었다. 한소은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아니지. 언니 배 속에 있는 아기가 상전이지!”한소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오이연은 살며시 머리를 그녀의 배에 가까이 대었다. 이런 그녀의 행동에 한소은은 당황해하며 허리를 쭉 폈다.“뭐 하는 거야?”“우리 귀한 아기가 잘 있나 확인해 보려고!”한소은의 배에 귀를 갖다 대며 오이연이 진지하게 말했다.“이제 2개월밖에 안 되었어. 아직은 팔다리도 안 생긴 세포란 말이야!”“아니야! 아기 심장 소리 들렸어! 정말이야!”사뭇 진지한 오이연의 표정에 한소은은 그저 웃음이 났다.한참 동안 그녀의 배에 귀를 갖다 대며 소리를 듣던 오이연이 반짝이는 눈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정말 뭐가 들리는 거야?”한소은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응. 들려! 너무 신기해!”오이연은 한껏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기가 이렇게 좋으면 서한 씨하고 하나 낳으면 되잖아.”한소은이 그런 오이연에거 농담을 던졌다.“뭐래! 맨날 나만 놀리고 있어.”그녀의 농담에 얼굴을 붉히던 오이연이 조금 씁쓸하게 중얼거렸다.“그 목석같은 사람이 뭘 알겠어.”“목석같으니까, 네가 잘 리드 해줘야지!”한소은 서한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주동적으로 뭘 할 사람이 아니다. “싫어 싫어. 그 사람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오이연이 손사래를 치며 화제를 돌렸다.“언니 결혼식이나 신경 써.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내 결혼식은 내가 신경 쓸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네 걱정이나 할 수밖에 없지.”결혼식의 모든 일은 김서진이 직접 나서서 준비하고 있다. 호
작업실에서 오이연과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온 한소은은 집 앞에 세워진 낯선 차를 발견했다. 바로 자기 집 앞에 세워진 차가 누구의 것인지 궁금해 몇 번 더 쳐다보았다.그녀를 태운 차가 천천히 멈추자, 별장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 동시에 낯선 차의 문이 열리더니 차에서 내려온 사람을 본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 차에서 내려온 사람은 다름이 아닌 차성재였다.아까 작업실에서 그에 대해 얘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그가 찾아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연락도 없이 왜 온 거지?’“차 세워!”한소은이 급히 차를 멈춰 세웠다. 차가 완전히 멈춘 후에야 차에서 내리며 차성재에게 말을 걸었다.“여긴 어쩐 일이야?”차성재는 원래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은 벽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조금 가까워 진 것 같았지만 그건 단지 두 사람이 같은 ‘적’을 두고 있었기에 그나마 친해진 것이다.“네가 결혼하는데 친정 오빠인 내가 어떻게 안 와.”차성재가 무뚝뚝한 말투로 말을 꺼내며 그녀를 한번 훑어보았다.“살이 빠진 거 같은데.”“그럴 리가! 요즘 많이 먹어서 오히려 살쪘는데!”한소은이 자기의 얼굴을 한번 만지고는 웃으며 대답했다.“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면 다행이고.”차성재는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한소은은 순간 눈물이 울컥했다.“누가 감히 날 괴롭히겠어! 차씨 가문의 사람은 그렇게 물렁한 사람이 아닌걸!”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한소은은 씩씩하게 대답했다.“그런 각오가 있다니 다행이네.”차성재가 가벼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날이 더우니 들어가서 예기해! 운전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차성재의 뒤에 세워진 차를 바라보며 한소은이 물었다.소성에서 강성까지 운전해서 오려면 적어도 3시간은 걸렸다.‘날 위해 여기까지 온 건가?’“응, 여기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차성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의 반응에 한소은은 입을 삐죽거렸다.‘치
한소은은 차성재가 준비해 준 혼수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가서 하인에게 국화차를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차성재가 음료수 대신 물이나 차를 마신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오랜 시간 무술을 배워온 탓에 두 사람 모두 자리에 앉았다 하면 허리를 꼿꼿하게 쭉 펴고 앉았다.“결혼식은 어디서 할 건지 정했어?”차성재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서진 씨가 반도 호텔에서 한다고 말했어.”자세한 건 김서진이 말해주지 않아 한소은도 그저 호텔 이름만 알고 있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차성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강성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 바로 반도 호텔인 것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다.“그러면 하객은 몇 분 정도 초대했어?”“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서진 씨가 정한 거라. 그쪽 집에서......”한소은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 가문의 복잡한 관계를 차성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말을 흐렸다.“다들 잘해주셔. 서진씨 할머니하고 고모도 이미 만나 뵈었어.”“그래.”차성재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김서진의 할머니는 나도 만나 뵌 적이 있어. 그다지......”예의상 차성재는 다른 사람 앞에서 남을 욕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웃어른이니 잠시 고민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함께 지내기 어려우신 분 같더군. 네가 인내심을 가져야 해. 결혼을 했으니 두 가문은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이 없어. 웃어른이 불편하게 한다 해도 대들어선 안 돼. 알겠지?”“나도 잘 알아.”“하지만......”차성재가 이어서 말했다.“웃어른을 존중하라는 건 나약하게 참기만 하라는 게 아니야. 상대방이 널 존중해 주지 않고 널 괴롭힌다면 참지 말고. 차씨 가문이 영원히 네 편을 들어준다는 걸 잊지 마.”“알겠어!”한소은은 갑자기 눈물이 왈칵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입을 삐죽이고는 가까스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오빠, 잊었나 본데. 내 무술은 오빠 못지않게 대단한걸.
“임신......”차성재는 놀라운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놀라움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갔다.“내가 외삼촌이 된다는 말이야?”이 소식이 너무도 갑작스러워 차성재는 고민에 빠졌다.한소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소파에 앉은 차성재는 그렇게 반응이 커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손만 만지작거리다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고민하다 또다시 그녀를 바라보기를 반복했다.한소은은 그가 지금 얼마나 감격한 건지 잘 알았다. 그 모습을 보던 한소은은 입가에 걸리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지금 차성재의 반응은 김서진이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욱 심각해 보였다.물론, 김서진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자기가 잠들어 있을 때였으니 그가 어떤 반응인지 잘은 몰랐다.“잘됐어. 정말 잘됐어!”차성재가 입을 열었다.“그럼, 몸조리 잘해. 다른 일은 김서진한테 맡기고.”“응. 이미 그 사람이 모두 하고 있어. 난 아무것도 못 하게 한다고. 작업실도 못 가게 하고.”한소은이 투덜거렸다. 임신하고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지루해 죽을 지경이다.“당연히 그래야지!”차성재는 김서진의 선택이 옳다며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흠, 내 편은 하나도 없네.’“오빠, 여기서 며칠 있을 거야? 시간 나면 강성 구경이라도 시켜주게.”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성재가 손을 저었다.“오늘 바로 가야 해. 일을 처리하러 온 거라서. 그리고 넌 지금 임산부야. 막 돌아다니지 말고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해.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알아서 자기 몸 잘 챙겨.”어려서부터 아무도 이런 걱정하는 말을 해주지 않았었다. 다시 한번 감동 한 한소은이 대답했다.“알았어. 오빠도 몸 잘 챙겨.”그러고는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참, 외삼촌은...... 잘계시지?”한소은은 외삼촌이라는 호칭에서 조금 머뭇거렸다. 그 사람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자기의 외삼촌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은 저지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