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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말이 끝나자, 김승엽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정작 농담을 들은 우해영은 웃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지 못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색하며 대답했다.

“난 옆방으로 넘어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담을 뚫고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말문이 막혔다. 어디서 이런 이상한 여자가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우씨 가문이 이름 모를 섬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더니 사회와 너무 동떨어져 그 집안사람들이 모두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

김승엽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순순히 그녀의 말에 순응했다.

“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해영 씨는 옆방으로 넘어갈 수 없어요. 내가 어리석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군요.”

조용히 그의 모습을 보던 우해영은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은 어리석지 않아요.”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김승엽의 마음속에 박혔다. 앞서 못마땅했던 기분이 그녀의 말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렇다면 우해영 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 거 같아요? 당신 눈에는 내가 어때 보이나요?”

“......”

우해영은 말없이 입술만 오므렸다. 그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는 것인지 그저 대답하기 싫어서 입을 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김승엽은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성격이 답답하고 조금은 멍청해 보였지만 그녀의 얼굴만큼은 정말 예뻤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얼굴 하나는 정말 이쁘네.’

이 순간 김승엽은 성격이 괴팍하고 사나우며 재미가 없다는 그녀에 대한 소문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이렇게 예쁜 얼굴에 자기를 도와줄 세력과 집안 배경까지 있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하는데 그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녀와 정을 쌓는 것이다. 농담 같지 않은 농담도 하고 그녀에게 모두 맞춰주고 있지만 정작 그녀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렇다면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나?’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우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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