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노래를 마친 김승엽은 고개를 돌려 여전히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한 우해영을 한참 바라보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김승엽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해영 씨,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우해영은 그의 물음에 눈을 깜빡이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거절하는 것 같지 않자, 김승엽은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그런 게 아니라면 내가 마음에 든다는 거군요. 그럼, 이 결혼 이대로 진행해도 되는 거죠?”김씨 가문이 이 결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씨 가문의 심드렁한 반응에 김승엽은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아무래도 우씨 가문을 넘보는 집안이 많았기에 김승엽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진행 시키고 싶었다.사실 김씨 가문의 능력과 재력으로 이렇게까지 우씨 가문에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김씨 가문의 권력은 모두 김서진 그 자식 손에 있다. 자기가 그의 작은 삼촌이라 해도 손에 쥐고 있는 실권이 별로 없었고 가질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해 명문가인 우씨 가문은 이런 그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다.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김승엽의 뒤에는 김씨 가문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김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될 수도 있다. 우씨 가문도 이런 가능성을 보고 그를 선택한 것이다.“해영씨......”김승엽이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에 올리며 스킨십을 하려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그녀와 가까워 지면 앞으로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김승엽은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몸을 붙였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에 살짝 닿은 순간, 우해영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펄쩍 뛰었다. 손에 쥐고 있던 와인잔이 엎어지면서 와인이 김승엽의 바지에 쏟아졌다.“죄송합니다!”갑자기 벌어진 일에 우해영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반면, 그녀의 반응에 놀란 김승엽이 두 팔로 가슴 앞을 막으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우씨 가문이 고대 무술 가문이라는 건 누구나 잘 아는
말을 마친 우해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녀가 집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은 게 눈에 보여 김승엽은 더 이상 그녀를 막지 않고 따라갔다.“해영 씨!”주차장까지 따라 나간 김승엽은 한 손으로 그녀가 차 문을 열려는 것을 막아 나섰다. 우해영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더욱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느끼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혹시 내게 불만이 있는 건가요?”“아, 아니요.”우해영은 당황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눈을 본 순간 김승엽은 자기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얼마나 맹렬하고 기세 높은지, 그녀 밑에서 일하는 두 킬러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이미 신물이 나도록 들었었다. 그렇게 사납고 무서운 여자가 자기 앞에서 이렇게 단순 무구한 눈빛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도 잠시, 김승엽은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납득이 갔다. 어쩌면 그녀가 싸움에 강한 여자일지 몰라도 감정 방면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다른 방면에서 너무 뛰어나다 보니 온 신경을 거기에 쏟아붓느라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앞에서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한 번도 누구와 연애를 한 적 없는 소녀가 이렇게 멋지고 품격 있는 남자를 보니 설레어서 긴장하는 게 맞지. 안 그러면 아까 왜 날 때리지 않았겠어? 분명 내게 반한 거야.’김승엽은 온종일 부자연스러웠던 그녀의 행동들이 모두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김승엽은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마 앞으로 내려온 잔 머리카락을 슥 넘기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불만이 없다면 내가 마음에 든다는 말이군요.”“아, 아니에요.”우해영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침을 꼴깍 삼켰다.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은 그렇다 할 정도로 미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해영 씨, 난 당신이 좋아요. 아니, 사랑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난 당신에게
갑작스럽게 뺨을 맞고 그녀에게 밀쳐지기까지 한 김승엽의 얼굴에 화난 기색은커녕 오히려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우해영이 급히 차 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그녀의 차가 주차장을 떠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차가 완전히 주차장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손을 들어맞았던 뺨을 어루만졌다. 사실 그녀가 때린 뺨은 아프지 않았다. 화가 나서 때린다기보다 그저 부끄러움에 작은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우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정말 때리려 작정했다면 지금쯤 김승엽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그 정도로 힘껏 때리지 않았다는 건 화가 났다는 게 아니라 그저 부끄러워서 그런 것 뿐일 거야. 이 정도로 부끄럼이 많다니. 재밌는걸.’방금 그 키스는 분명 그녀의 첫 키스였을 것이다.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키스도 해보지 못한 숙맥이라니, 생각만 해도 김승엽은 흥분되었다.그녀가 이러한 배경과 능력이 있으면서도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일 줄은 김승엽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그녀를 살살 구슬려 우씨 가문의 재산뿐만 아니라 우씨 가문의 가업, 그리고 고대 무술 가문으로써 축적해 둔 모든 것들이 다 자기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그때가 되면 김서진 그 자식이 아무리 제 앞에서 날뛰어도 한방에 밟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한편, 차에 앉은 우해영은 여전히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녀는 김승엽이 자기에게 그런 짓을 할 거란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입술이 맞닿은 느낌도 이상했지만, 혀를 내밀다니......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징그러운 거 같으면서도 징그럽지 않은, 그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오늘 하루 종일 그런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김승엽이 이상하다 생각했고 자기 또한 이상해진 것 같았다.“이제 좀 그만 떨지?”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전해져 왔다. 그녀를 사색에서 끌어내는 목소리에 더욱 덜덜 떨었다
우해영은 우씨 가문의 무술 체질을 타고나 무술에 재능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배우는 무술마다 뛰어나게 완성할 정도였다. 반면, 우해민은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겁도 많아 무술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대 무술 가문에 있어서 이런 약하고 겁많은 딸은 쓸데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는 없는 사람 취급했다.우씨 가문은 섬에 살면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우씨 가문에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두 아가씨가 성년이 되고 나서 우해민은 우씨 가문 사람들에게 투명 인간 취급당했다. 겁이 많고 연약한 우해민은 종종 우해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소문대로 우해영은 정말 무서운 여자다. 여러 방면에서 뛰여난 그녀와 비교가 되면서 우해민은 더욱 무시당했다. 모두 우씨 가문에 큰 아가씨만 있다고 생각하며 우해민이라는 둘째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우해영은 겁에 질린 우해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았을 때 눈빛에는 혐오감으로 가득했다.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 놀라울 만큼 똑같았다. 우해영은 이렇게 완벽한 자기가 있는데 왜 자기와 얼굴이 같은 쌍둥이 여동생이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똑같은 얼굴 덕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피해 갈 수 있으니 또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작 김씨 집안과의 정략결혼이라니, 그것도 아무 권력도 가진 재산도 별로 없는 김승엽이 자기와 결혼하겠다는 망상을 품은 게 가소로웠다.그러나 그가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어 얻고 싶은 걸 얻게 하면 나중에 그를 손에 쥐고 주무르기 쉽다.우해영은 당연히 이런 하찮은 사람과 결혼하기 싫었다. 자기와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여동생이 어쩌면 크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자기를 대신해 김승엽과 정략결혼을 하는 건 우해민이 이득을 보는 셈이다.“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우해영이 차가운 말투
김 씨 고택.김서진의 할머니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김서진의 집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그날 손자에게 당한 수모에 화가 가시지 않았다.“엄마.”김지영이 흰죽 한 그릇을 들고 노부인의 침대 옆에 앉았다.“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사실 처음부터 어떻게 될 줄 알고 찾아간 거잖아요. 서진이 그 애 성격이 어떤지 엄마도 잘 아시면서.”“그놈 이름 꺼내지도 마!”노부인이 큰 목소리로 김지영에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연신 기침하기 시작했다.김지영이 한 손으로 노부인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며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이것 보세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신 게 그 영악한 계집애가 바라는 거라고요. 지금 얼마나 으쓱해 댈지 모르겠네요. 서진이도 참, 가족 편을 들어주지 않고 그런 여자 편을 들어주다니.”“그 계집애는 정말 영악하다 못해 무섭더군. 그래도 차씨 집안의 딸이라길래 예의가 바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례할 줄이야. 웃어른한테 그렇게 대드는 사람이 어딨어? 차 씨 영감이 애를 잘못 키웠어!”생각하면 할수록 노부인은 화가 났다. 아무리 손주를 싫어했어도 할머니인데 위엄은커녕 다른 사람 앞에서 손주에게 쫓겨나다니!쫓겨난 것도 모자라 김서진은 그녀더러 다시는 자기 집에 발을 들이지 말란다! 노부인은 손주의 그런 태도가 너무 못마땅했다.할머니가 손주 집에 가는 건 지극히 정상인 일인데 그런 계집애 때문에 자기와 대들며 체면을 깎아내리다니.겉으론 김씨 집안의 어르신이지만 김서진은 단 한 번도 행사에 할머니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도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었다. 마치 그녀가 투명 인간인 것처럼 대했다.‘양심 없는 놈. 제 어미하고 똑같아!’“엄마, 그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내가 말했었잖아요. 내 말은 믿지 않고 굳이 거기로 찾아가셔서 이런 일만 당하시고.”김지영이 노부인을 좋게 타이르면서 흰 죽을 앞으로 내밀었다.“이제 화 그만 내시고 죽 좀 드세요. 이러다 정말 쓰러지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안 먹어!
노부인이 김승엽을 낳을 때 큰아들이 금방 결혼할 때였다. 그래서 김승엽은 김서진보다 몇 살 많지 않았다.김승엽이 태어나고 노부인은 온 신경을 막내아들에게 쏟아부었다. 거기에다 큰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첫 번째 손주인 김서진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남의 자식을 이뻐하는 것 보다 자기의 막내아들에 더욱 많을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사실 그녀 마음속으로는 김씨 가문의 재산과 가업을 모두 김승엽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큰아들에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큰아들이 일찍이 세상을 떠난 탓에 심혈을 기울여 손자를 후계자로 키우려 했다.다행히 김서진은 할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모두 뛰어났다. 후에 몸이 아주 좋지 않던 김서진의 할아버지가 가업을 김서진에게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겼다.유서가 공개되고 한동안 김씨 집안이 시끄러웠다. 김서진의 할머니는 발을 벗고 나서서 김서진이 가업을 물려받는 것에 반대했다. 심지어 유서의 진정성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후에 김서진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시끄러웠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았다.집안 내부의 일이었기에 갈등이 아무리 심해도 밖의 사람들은 이 일들을 잘 몰랐다. 김서진이 조금 손을 썼는지 기자들도 이런 일을 보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도 노부인은 한이 남아있다. 만약 자기의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았다면 지금쯤 자기는 편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죽을 먹고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김승엽이 재빠르게 티슈로 어머니의 입을 닦아 주었다. 노부인은 그제야 김승엽에게 정색하며 물었다.“우씨 가문 아가씨와는 어떻게 되었어?”“내가 나섰는데 안 될 리가 있겠어요?”김승엽이 콧방귀를 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곧 예쁜 손자 안겨드릴게요!”노 부인은 그를 째려보았다.“손주는 무슨, 내가 필요한 건 손주가 아니야! 우씨 가문이 널 도울 수 있는지가 문제란 말이야!”우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는 건 오로지 그 가문의 세력
한소은이 임신한 후부터 김서진의 중점 보호 대상이 되었다. 사람을 고용해 그녀를 보살피는가 하면 그녀가 향수 실험실에 얼씬도 못 하게 문 마저 잠갔다. 이렇게까지 해도 모자랐는지 오이연에게 신신당부했다. 한소은이 실험실이나 향수 조향을 하려고 하면 바로 자기에게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실에서 잘라버린다는 위협까지 하면서 말이다.편하고 페이가 많은 일을 생각해서 오이연은 과감히 언니를 버리겠다 결심했다. 오이연은 김서진의 말을 명령처럼 따랐다. 한소은이 작업실에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였다.이에 한소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요즘 작업실에 일 적은 거 나도 알아. 그저 구경하러 온 거거든. 아무것도 안 건드릴 거니까 호들갑 떨지 말라고.”“안돼. 김서진 씨가 언니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어. 푹 쉬어야 한다고. 여기에 화학 약품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잖아. 아기한테 안 좋으니 집에 가서 쉬어.”자기 앞을 가로막은 오이연을 보며 한소은은 작게 한숨을 푹 쉬었다.“누가 너한테 월급 주는지 잘 생각해 봐! 누가 네 사장님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당연히 김서진 씨지!”오이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서진의 이름을 말했다. 순간 얼굴빛이 흐려진 한소은을 보고 급히 말을 바꾸었다.“아니, 언니가 사장님이야. 하지만 김서진 씨가 한 말이 맞아. 그래서 난 그 사람 말 들을 거야.”“오이연!”한소은은 다소 위협하는 말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오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도 언니는 들어가면 안 돼.”“너 계속 이러면 나 화낼 거야. 평생 너 안 본다 해도 이럴 거야?”한소은은 화가 난척하며 몸을 획 돌려 버렸다.“내가 여기서 나가면 다신 네 전화 안 받아줄 줄 알아.”한소은의 위협이 먹혔다. 오이연은 그녀가 정말 평생 자기를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확고했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오이연이 흔들리는 걸 단번에 알아차린 한소은은 곧바로 나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오이연이 그녀의 팔을
“언니가 한 말이 심했다고 인정하는 거야?”오이연이 그녀를 쏘아보며 화난 말투로 말했다.“그래, 내가 잘못했어. 정말 상전이 따로 없네!”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화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오이연을 자기 옆으로 앉히며 달래었다.“뭐? 상전?”이제야 화가 조금 풀리려던 오이연이 다시 펄쩍 뛰었다. 한소은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아니지. 언니 배 속에 있는 아기가 상전이지!”한소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오이연은 살며시 머리를 그녀의 배에 가까이 대었다. 이런 그녀의 행동에 한소은은 당황해하며 허리를 쭉 폈다.“뭐 하는 거야?”“우리 귀한 아기가 잘 있나 확인해 보려고!”한소은의 배에 귀를 갖다 대며 오이연이 진지하게 말했다.“이제 2개월밖에 안 되었어. 아직은 팔다리도 안 생긴 세포란 말이야!”“아니야! 아기 심장 소리 들렸어! 정말이야!”사뭇 진지한 오이연의 표정에 한소은은 그저 웃음이 났다.한참 동안 그녀의 배에 귀를 갖다 대며 소리를 듣던 오이연이 반짝이는 눈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정말 뭐가 들리는 거야?”한소은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응. 들려! 너무 신기해!”오이연은 한껏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기가 이렇게 좋으면 서한 씨하고 하나 낳으면 되잖아.”한소은이 그런 오이연에거 농담을 던졌다.“뭐래! 맨날 나만 놀리고 있어.”그녀의 농담에 얼굴을 붉히던 오이연이 조금 씁쓸하게 중얼거렸다.“그 목석같은 사람이 뭘 알겠어.”“목석같으니까, 네가 잘 리드 해줘야지!”한소은 서한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주동적으로 뭘 할 사람이 아니다. “싫어 싫어. 그 사람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오이연이 손사래를 치며 화제를 돌렸다.“언니 결혼식이나 신경 써.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내 결혼식은 내가 신경 쓸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네 걱정이나 할 수밖에 없지.”결혼식의 모든 일은 김서진이 직접 나서서 준비하고 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