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2452 챕터

제731화

윤설아도 확실히 그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정하진과 가까워질 적당한 기회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제성 정씨 가문과 연줄을 대기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방법은 당연히 있지. 조금 번거롭겠지만.”잠시 뜸을 들이던 요영이 윤설아에게 물었다.“회사에서 준비한다는 새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그 잡것이 담당하고 있어. 나는 손댈 틈도 없다니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윤설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랑 왜 상관이 없어? 그놈이 담당자면 당연히 너랑 상관있지. 그놈이 잘 해내든 실패하든 너랑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영은 딸의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가더니 말했다.“명심해. 네 것은 언제나 네 것이야.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너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모친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바라보던 윤설아의 눈빛이 음침하게 빛났다.환아의 이번 기자회견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세간에 떠도는 “독극물 향수”에 관한 소문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가끔은 소재로 다루는 문장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환아에게 유리한 기사였다.그에 반해 한소은이 제기한 수면에 좋은 아로마 향초에 관한 얘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응원을 보내면서 대량 생산을 청원하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이성적인 사람들은 먼저 안전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로마 향초와 함께 한소은은 단연 스타가 되었다!그녀의 이름은 수시로 인기 검색어에 떠올랐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만든 향수를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한소은이 직접 제작한 향수는 그 값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환아 직원들도 바빠졌다. 특허 신청을 하고 가짜 상품을 감별해 내느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회사는 그녀를 위해 그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한소은을 향한 다른 직원들의 눈빛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처음에는 대표가 미인계에 넘어가서 신분도 능력도 아무것도 없는 여자와 결혼한다고 투덜거렸다면, 지
더 보기

제732화

“뭐라고요?”조현아와 오이연은 눈이 휘둥그래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에이, 설마요!”“진짜라니까요!”한소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나도 처음에는 자격증 따고 싶어서 시험을 많이 봤죠. 실기는 합격인데 필기가 계속 걸리는 거예요. 솔직히 협회에서 멋대로 필기시험 추가한 거잖아요. 해외에서는 이런 거 필요 없었다고요.”조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해외에서는 실기만 합격하면 괜찮은 거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금 다르죠. 아무리 그래도….”“소은 씨가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조현아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불만을 터뜨렸다.“회사 말단 사원도 있는 자격증인데 소은 씨가 없다는 게 말이 돼요?”조현아는 일전에 면접 볼 때 자격증부터 내놓으라고 했으면 한소은은 면접에서 탈락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그때 자격증 제시하라는 말을 안 해서 다행이네.’물론 그 대단한 한소은이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그러니까! 나도 있단 말이야!”오이연도 맞장구를 쳤다.한소은은 그런 그녀를 힐끗 노려보고는 말했다.“내가 머리가 안 좋아서 그래! 이제 됐지?”“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다시 생각해 보면 자격증 필기시험은 이론적인 문제들이 많이 나왔다. 기초적인 이론과 향료의 종류, 사용 방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조향과는 상관없는 역사에 관한 주제가 많았다. 그래서 한소은이 통과하지 못했던 걸까?“사실 문제는 많이 풀다 보면 알아서 암기가 돼. 문제집만 몇 번 훑어보면 끝날 일이야. 언니는 똑똑하니까 시험 통과하는데 문제는 없을 거야.”두 사람의 집요한 설득에 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사실 그냥 시험 보기 싫었어.”잠시 말을 끊은 그녀는 조현아를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조향과 연관된 거라면 당연히 시간을 내서 공부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낸 문제는 향료를 만드는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
더 보기

제733화

“그렇긴 하지만 국내 조향 시장은 협회가 꽉 잡고 있어. 이 바닥 룰이 이런 걸 어떡하겠어.”오이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룰은 깨라고 있는 거야.”몸을 일으킨 한소은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애초에 우리와 그 사람들은 엮일 일이 없었어. 그런데 그쪽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하지만 회사 측에서는….”주저하던 조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을 거예요. 어차피 대표님은 소은 씨 편에 설 테니까요.”한소은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건 제 일이에요. 회사의 이익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제가 사직하죠.”만약 예전이었다면 자신이 없었겠지만 1년 사이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한소은도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의 실력으로 충분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어쨌든 나도 소은 씨 편이에요!”조현아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오이연도 한소은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응, 나도 응원할게!”“다들 고마워요.”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니 한소은은 가슴이 뿌듯했다. 진짜 친구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한편, 오늘따라 몸 상태가 좋아진 윤백건은 윤중성의 방문을 허락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형님, 몸은 좀 어떠세요?”윤중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아.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아.”윤백건은 기침을 하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가 아내에게 눈짓하자 아내가 다가와서 그의 등 뒤에 두꺼운 베개를 받쳐주었다. 겉보기에도 많이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윤중성은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관찰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진 것이 놀라웠다.“형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픈 곳은 치료하면 되죠. 며칠 요양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회사에 형님 결단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요.”그는 의자를 침대 가까이 끌어와서 앉았다.윤백건은 그런 동생을 힐끗 바라보고는 한
더 보기

제734화

“에휴!”아들 얘기가 나오자 윤백건은 깊은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애들이 컸다고 이제 부모 말을 안 들어.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아픈데 코빼기도 안 내밀다뇨.”윤중성이 투덜거렸지만 윤백건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됐어! 아들 하나 없는 셈 치지 뭐. 나 피곤하니까 너도 얼른 가봐.”윤중성은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윤백건은 이미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그럼 형님, 형수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회사는 제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윤백건을 잠시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형수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바래다 드릴게요. 이제 나가시죠.”윤중성이 그녀를 불러세웠다.“형수님, 의사는… 뭐라고 했습니까?”“만성피로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요양을 해야 한다고만 했어요. 특별히 어디 안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아요.”형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울음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다행이네요. 그런데 설웅이는 도대체 어디를 간 겁니까? 제가 전화라도 해볼까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삼촌인데 제 말은 듣지 않겠어요?”“그러실 필요 없어요!”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뭔가 일이 있어서 늦어지고 있는 거예요. 곧 돌아오겠죠. 애를 너무 다그치지는 마세요. 도련님, 이제 그만 돌아가요. 형님은 제가 잘 보살필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말을 마친 형수가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섰다.윤중성은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윤설웅은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연락이 두절된 게 분명했다. 사람을 보내 조사했으나 그에 관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걸까?‘정말 그렇다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잖아?’윤중성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모든 게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윤 그룹을
더 보기

제735화

“예산?”윤중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라고 돈은 충분히 줬었잖아?”“그게요… 조향사를 섭렵할 때 돈이 좀 많이 들어갔어요. 아시다시피 지금 일류 조향사는 몸값이 비싸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산이 조금… 부족하게 되었네요.”재무제표를 훑어본 윤중성의 미간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그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따지듯 물었다.“예전에 내가 말했잖아. 예산은 충분히 줬으니 더 요구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어떻게 돈을 이렇게 많이 쓸 수 있어! 일류 조향사는 무슨! 몸값이 왜 이렇게 비싸? 너 사기당한 거 아니냐?”그는 손가락으로 액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아… 아닙니다!”윤소겸은 다급히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지인을 통해 겨우 찾아낸 사람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까지 받았어요. 홍보 영상은 이미 나갔고 인지도도 높아서 인터넷에 이름만 쳐보시면 아버지도 납득되실 겁니다.”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윤중성의 컴퓨터에 윌리엄의 이름을 입력했다.“보세요. 이 사람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쓴 실력자라고요. 게다가 일을 시켜봤는데 향이 정말 좋아요. 저 믿어 주세요!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이만한 액수의 가치를 하는 사람이에요.”인터넷에 기재된 상대의 프로필을 확인한 윤중성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조향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네 누나는 뭐라고 했어?”“누나는 저를 전폭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잘했다고 했어요.”윤소겸이 대답했다.윤중성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된 사업이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렇다면 계속 진행해 봐. 돈이 부족하면 재무부에 연락해 놓을 테니까 조금만 가져가고.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얼마를 쓰든 그럴 가치가 있는 곳에만 돈을 써! 제값을 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네 엄마처럼 허투루 쓰지 말라는 얘기야!”그녀가 날린 돈만 생각하면 윤중성은 지금도 배알이 뒤틀렸다.자그마치 100억이었다! 일부분은 그의 개인 자산도 있었다
더 보기

제736화

윤소겸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머니가 경솔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자잖아요. 아버지도 그만 마음 푸세요. 일이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성격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듣기 좋은 말 몇 마디만 해주면 풀려요. 여자는 다 그렇잖아요.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은 어머니가 잘못한 게 맞아요. 아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 봐요. 그러니 아버지도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아들이 자기편을 들어주자 윤중성은 그제야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말했다.“됐어. 나도 그냥 답답해서 한소리 한 거야. 네 엄마 성격이야 내가 잘 알지. 나중에 다이아 목걸이 하나 사주면 좋아라 할 거야. 이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네, 아버지.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윤중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밖으로 나간 윤소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친의 행위가 너무 충동적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윤중성의 신뢰를 저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목걸이 하나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을 잃을 수는 없었다.‘광고 촬영이 어떻게 되고 있나 확인해 봐야겠군.’그는 이번에 유명 슈퍼모델 로사를 광고모델로 초빙했다. 조향사에서 모델까지 전부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을 골랐다. 그가 겨냥하는 시장은 해외 시장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그의 커다란 야심이 반영되어 있었다.그는 국내 시장은 아예 고려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다면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하고 단번에 성공시켜야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한편, 실험실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한소은은 뻐근한 뒷목을 마사지하며 밖으로 나갔다.요 며칠 그녀는 줄곧 윤설웅이 준 향료를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하다 보니 목재로 된 이 향료는 독특한 점이 있었다. 일반 향료는 배합에 따라 향이 많이 날아가거나 전혀 다른 향이 되지만 이 향료는 그런 게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변화가 너무 작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향의 변화를 거의 느끼지
더 보기

제737화

“그래요?”한소은이 상대가 누군지 물으려는데 응접실에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리사?”한소은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갔다.“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얘는… 내가 오면 안 될 곳을 왔니?”리사는 두 팔을 벌려 한소은을 껴안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오랜만이야! 정말 보고 싶었다고!”“나도 보고 싶었어!”한소은도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패션쇼가 있어서 온 거야?”“무대에 설 일이 있어야 올 수 있는 곳이야?”리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너에게 사업 제안 하나 하러 왔어.”“사업?”한소은은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동료들을 바라보고는 리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잠깐만 여기 있어. 옷만 갈아입고 올게. 나가서 얘기하자. 배고프지? 내가 쏠게.”리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소은은 부랴부랴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김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조금 늦게 들어간다고 양해를 구했다.“일식? 태국 요리? 아니면 프랑스 요리? 뭘 먹을래?”한소은이 주차장을 나서며 리사에게 물었다.리사는 입을 삐죽이더니 말했다.“프랑스에서 프랑스 요리는 질리게 먹었어. 여기서까지 맛보고 싶지는 않아. 나… 샤브샤브 먹고 싶어!”샤브샤브를 강조하는 리사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한소은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샤브샤브 먹으러 가자.”근처 샤브샤브 맛집으로 간 한소은은 리사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리사는 고기 위주로 이것저것 시키고는 한소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 오늘 많이 먹을 거야! 지갑 두둑이 챙겨 왔지? 아, 참! 너 약혼자가 꽤 부자라고 들었으니까 괜찮지?”오기 전에 한소은과 김서진 커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리사는 부자 남편을 둬서 부럽다고 호들갑을 떨었다.한소은도 대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갑 거덜 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너 몸매 때문에 걱정하는 거야. 요즘은 다이어트 안 해?”“쳇!”그러자 리사가 새침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며
더 보기

제738화

“그게 무슨 소리야? 컨셉이 뭔데? 타깃은 누구야? 원하는 종류나 계열은 있어? 얼마나 필요하고 언제까지 만들면 돼?”한소은의 연이은 질문이 쏟아졌다.새우를 입에 넣고 있던 리사가 눈을 깜빡이며 말을 더듬었다.“그게….”“너 설마 아무 구상도 없이 사업 제안하러 온 거야?”한소은이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게다가 너희 회사에 실력 있는 조향사도 많잖아. 너희 아버지도 이 일을 하시는 분인데 왜 하필 나야? 설마… 내가 사주는 샤브샤브가 먹고 싶어서 일부러 온 건 아니고?”농담 식으로 가볍게 질문했지만 반은 진심이었다.프랑스 본토에는 유능한 조향사들이 차고 넘쳤다. 리사 아버지만 봐도 그랬다. 실력은 물론이고 거느린 연구팀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분이 직접 가르친 제자도 있었다. 인재가 이렇게 많은데 일부러 찾아왔다는 건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을까?“그건 아니야!”리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사실은 아빠는 이미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서 일손이 부족해. 저번에 네가 나한테 만들어 준 향수를 회사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마음에 들어 했어. 그래서 너랑 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왔어.”“컨셉이랑 요구 사항은 이미 핸드폰에 메모해 뒀어. 내가 잘 까먹잖아. 지금 보내줄게.”말을 마친 리사는 핸드폰을 꺼냈다.“나 회사 쪽에 자신 있게 큰소리 치고 나왔단 말이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시장에 내놓는 옷이나 액세서리들은 전부 협력사 제품이잖아. 향수도 그랬거든. 주주들을 설득하느라 애 먹었어.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제품을 원해. 이번 쇼가 그만큼 중요하거든. 일반 브랜드의 향수로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힘들 거야!”한소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사치품 브랜드를 일반 브랜드라고 말하는 너도 참 대단하다.”리사가 그만큼 그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기도 했다.“일반 브랜드 맞지!”리사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비싸긴 하지만 돈만 있으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잖아. 그러니까 일반 브랜드지! 사실 나
더 보기

제739화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김서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오는 길이에요?”“거의 도착해요.”그녀가 말했다.“5분 있으면 도착할 것 같아요.”“그럼 문 앞에서 잠시 기다려요.”그가 말했다.“바로 나갈게요.”한소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나가요?”“네.”“무슨 일인데 그래요?”“이따가 만나면 얘기해 줄게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거의 다 왔어요.”차가 주택단지를 지나 별장 앞에 멈춰서자 안에서 나오는 김서진이 보였다. 편한 차림으로 나온 것을 보아 중요한 모임에 참석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다가와서 운전석 문을 열자 한소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운전은 내가 할게요.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좀 쉬어요.”“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으로 가서 앉았다.“서한 씨한테 운전을 부탁하지 그랬어요.”“우리 사이의 일이니까 둘만 가려고요.”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고개를 돌려 그녀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했다.“출발할게요!”그는 아직도 목적지가 어딘지 알려주지 않았다.“이 시간에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예요? 식사는 했어요? 저는 리사랑 저녁 먹고 왔어요.”그가 혹시라도 밥 먹으러 가자고 할까 봐 한소은은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드시고 싶은 게 있다면 같이 가줄 수는 없어요. 디저트도 괜찮고요.”“단 게 먹고 싶어요?”김서진이 물었다.“음… 너무 먹고 싶은 건 아니지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그럼 소울 카페로 갈까요?”“좋죠.”차는 곧장 소울 카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김서진은 가게로 들어가서 디저트와 마실 것을 포장해서 다시 차로 돌아왔다.“이따가 같이 먹어요.”참다못한 한소은이 물었다.“그래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가보면 알아요!”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는 한 전원주택 앞에 멈춰 섰다. 겉보기에는 소박해
더 보기

제740화

“이곳은….”이미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다.“마음에 들어요?”그는 대답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제 마음에 드는 게 왜 중요해요? 제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여기가 제 것이 되는 건가요?”한소은이 농담 식으로 말하며 눈을 깜빡였다.그러면서도 손길은 어느새 실험기구들을 만지고 있었다. 반짝반짝 광이 나는 새 실험기구들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그렇죠!”김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마음에 들면 여긴 오늘부터 소은 씨 공간이에요!”한소은이 어깨를 움찔하며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일부러 저한테 주려고 여기를 사들인 거예요?”대략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확신을 받고 나니 조금 현실감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작업실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는 이미 장소를 물색하고 인테리어까지 했다니!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까?“그게 아니면 내가 여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잖아요.”김서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오늘부터 이곳은 소은 씨만의 공간이에요. 이거 찾느라고 두 달이 걸렸어요. 그나마 시내와 너무 멀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정원에는 필요한 향료를 심을 수 있으니까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을 거예요. 공간은 크지 않아도 초반에 작업실로 쓰기에는 충분할 것 같아요.”‘당연히 충분하죠!’한소은은 속으로 부르짖었다.작업실을 갖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좋은 곳에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안 되면 빈 사무실 하나 빌려서 시작해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에 비해 정원까지 딸린 이 작업실은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그녀의 미소를 보자 김서진은 며칠 사이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내가 이렇게 큰 선물을 줬는데 나한테도 뭔가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아요?”한소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발뒤꿈치를 들고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옆으로 틀면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더 보기
이전
1
...
7273747576
...
24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