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한소은이 상대가 누군지 물으려는데 응접실에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리사?”한소은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갔다.“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얘는… 내가 오면 안 될 곳을 왔니?”리사는 두 팔을 벌려 한소은을 껴안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오랜만이야! 정말 보고 싶었다고!”“나도 보고 싶었어!”한소은도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패션쇼가 있어서 온 거야?”“무대에 설 일이 있어야 올 수 있는 곳이야?”리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너에게 사업 제안 하나 하러 왔어.”“사업?”한소은은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동료들을 바라보고는 리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잠깐만 여기 있어. 옷만 갈아입고 올게. 나가서 얘기하자. 배고프지? 내가 쏠게.”리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소은은 부랴부랴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김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조금 늦게 들어간다고 양해를 구했다.“일식? 태국 요리? 아니면 프랑스 요리? 뭘 먹을래?”한소은이 주차장을 나서며 리사에게 물었다.리사는 입을 삐죽이더니 말했다.“프랑스에서 프랑스 요리는 질리게 먹었어. 여기서까지 맛보고 싶지는 않아. 나… 샤브샤브 먹고 싶어!”샤브샤브를 강조하는 리사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한소은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샤브샤브 먹으러 가자.”근처 샤브샤브 맛집으로 간 한소은은 리사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리사는 고기 위주로 이것저것 시키고는 한소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 오늘 많이 먹을 거야! 지갑 두둑이 챙겨 왔지? 아, 참! 너 약혼자가 꽤 부자라고 들었으니까 괜찮지?”오기 전에 한소은과 김서진 커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리사는 부자 남편을 둬서 부럽다고 호들갑을 떨었다.한소은도 대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갑 거덜 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너 몸매 때문에 걱정하는 거야. 요즘은 다이어트 안 해?”“쳇!”그러자 리사가 새침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며
“그게 무슨 소리야? 컨셉이 뭔데? 타깃은 누구야? 원하는 종류나 계열은 있어? 얼마나 필요하고 언제까지 만들면 돼?”한소은의 연이은 질문이 쏟아졌다.새우를 입에 넣고 있던 리사가 눈을 깜빡이며 말을 더듬었다.“그게….”“너 설마 아무 구상도 없이 사업 제안하러 온 거야?”한소은이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게다가 너희 회사에 실력 있는 조향사도 많잖아. 너희 아버지도 이 일을 하시는 분인데 왜 하필 나야? 설마… 내가 사주는 샤브샤브가 먹고 싶어서 일부러 온 건 아니고?”농담 식으로 가볍게 질문했지만 반은 진심이었다.프랑스 본토에는 유능한 조향사들이 차고 넘쳤다. 리사 아버지만 봐도 그랬다. 실력은 물론이고 거느린 연구팀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분이 직접 가르친 제자도 있었다. 인재가 이렇게 많은데 일부러 찾아왔다는 건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을까?“그건 아니야!”리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사실은 아빠는 이미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서 일손이 부족해. 저번에 네가 나한테 만들어 준 향수를 회사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마음에 들어 했어. 그래서 너랑 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왔어.”“컨셉이랑 요구 사항은 이미 핸드폰에 메모해 뒀어. 내가 잘 까먹잖아. 지금 보내줄게.”말을 마친 리사는 핸드폰을 꺼냈다.“나 회사 쪽에 자신 있게 큰소리 치고 나왔단 말이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시장에 내놓는 옷이나 액세서리들은 전부 협력사 제품이잖아. 향수도 그랬거든. 주주들을 설득하느라 애 먹었어.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제품을 원해. 이번 쇼가 그만큼 중요하거든. 일반 브랜드의 향수로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힘들 거야!”한소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사치품 브랜드를 일반 브랜드라고 말하는 너도 참 대단하다.”리사가 그만큼 그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기도 했다.“일반 브랜드 맞지!”리사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비싸긴 하지만 돈만 있으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잖아. 그러니까 일반 브랜드지! 사실 나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김서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오는 길이에요?”“거의 도착해요.”그녀가 말했다.“5분 있으면 도착할 것 같아요.”“그럼 문 앞에서 잠시 기다려요.”그가 말했다.“바로 나갈게요.”한소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나가요?”“네.”“무슨 일인데 그래요?”“이따가 만나면 얘기해 줄게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거의 다 왔어요.”차가 주택단지를 지나 별장 앞에 멈춰서자 안에서 나오는 김서진이 보였다. 편한 차림으로 나온 것을 보아 중요한 모임에 참석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다가와서 운전석 문을 열자 한소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운전은 내가 할게요.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좀 쉬어요.”“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으로 가서 앉았다.“서한 씨한테 운전을 부탁하지 그랬어요.”“우리 사이의 일이니까 둘만 가려고요.”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고개를 돌려 그녀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했다.“출발할게요!”그는 아직도 목적지가 어딘지 알려주지 않았다.“이 시간에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예요? 식사는 했어요? 저는 리사랑 저녁 먹고 왔어요.”그가 혹시라도 밥 먹으러 가자고 할까 봐 한소은은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드시고 싶은 게 있다면 같이 가줄 수는 없어요. 디저트도 괜찮고요.”“단 게 먹고 싶어요?”김서진이 물었다.“음… 너무 먹고 싶은 건 아니지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그럼 소울 카페로 갈까요?”“좋죠.”차는 곧장 소울 카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김서진은 가게로 들어가서 디저트와 마실 것을 포장해서 다시 차로 돌아왔다.“이따가 같이 먹어요.”참다못한 한소은이 물었다.“그래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가보면 알아요!”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는 한 전원주택 앞에 멈춰 섰다. 겉보기에는 소박해
“이곳은….”이미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다.“마음에 들어요?”그는 대답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제 마음에 드는 게 왜 중요해요? 제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여기가 제 것이 되는 건가요?”한소은이 농담 식으로 말하며 눈을 깜빡였다.그러면서도 손길은 어느새 실험기구들을 만지고 있었다. 반짝반짝 광이 나는 새 실험기구들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그렇죠!”김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마음에 들면 여긴 오늘부터 소은 씨 공간이에요!”한소은이 어깨를 움찔하며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일부러 저한테 주려고 여기를 사들인 거예요?”대략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확신을 받고 나니 조금 현실감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작업실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는 이미 장소를 물색하고 인테리어까지 했다니!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까?“그게 아니면 내가 여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잖아요.”김서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오늘부터 이곳은 소은 씨만의 공간이에요. 이거 찾느라고 두 달이 걸렸어요. 그나마 시내와 너무 멀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정원에는 필요한 향료를 심을 수 있으니까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을 거예요. 공간은 크지 않아도 초반에 작업실로 쓰기에는 충분할 것 같아요.”‘당연히 충분하죠!’한소은은 속으로 부르짖었다.작업실을 갖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좋은 곳에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안 되면 빈 사무실 하나 빌려서 시작해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에 비해 정원까지 딸린 이 작업실은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그녀의 미소를 보자 김서진은 며칠 사이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내가 이렇게 큰 선물을 줬는데 나한테도 뭔가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아요?”한소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발뒤꿈치를 들고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옆으로 틀면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작업실을 구하려다가 “생각”에 그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리사는 오늘에서야 주문을 하러 왔고, 조향 협회의 그 일까지 겹쳤다. 한소은은 최근에 이러한 일들이 쌓여가면서 처음으로 확실히 작업실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이러한 생각을 했을 뿐인데, 김서진은 그녀를 도와 이미 일을 끝마쳤다.“...” 그녀는 포크를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고 김서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고마워요!”김서진은 그녀의 너무 진지한 말투에 잠시 멍해졌다. 그녀의 눈에서 감격하는 모습을 보자 김서진은 입꼬리가 올라간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 바보 같은 소리!”“진심이에요!” 한소은은 한숨을 쉰 뒤 말을 이었다. “당신은 모를 거예요. 제가 오늘 리사를 만나고 나서 작업실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혼자서 작업실을 만들 수는 있는지, 만들려고 하면 어디가 좋을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당신이 동의해 줄 수 있을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결과적으로 당신은 제가 생각한 대로 이미 다 해줬어요. 저 정말...”그녀의 감정 변화는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녀는 가끔 김서진이 정말 자신의 운명의 귀인이라고 생각했고 그를 만나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그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항상 다시 한번 그녀를 놀라게 했다.“바보! 당신은 제 아내에요. 제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요!” 그는 웃으면서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빨리 먹어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게의 디저트 아니에요? 다 먹고 돌아갑시다.”“돌아간다고요?”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시간을 봤다. 날은 이미 저물었다.“집에 안 가고 여기서 살려고요? 제가 아무리 작업실 마련해 줬다고 해도 아직 물건이 들어오진 않았어요. 오늘 여기서 잔다고 하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가 당신의 이불이 되어야겠네요!” 그는 두 팔을 벌려서 그녀를 껴안았다.한소은의 볼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서 그를 살살
작업실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이미 마무리되었고, 다음은 인력을 뽑고 원자재를 준비하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다.오이연은 당연히 그녀를 따라올 것이다. 조현아도 원래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신생의 매니저급이고 승진의 기회도 많이 열려 있다고 했다. 환아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지만 여기서라면 단지 한소은을 도와 간단할 일을 할 뿐이다.어차피 초기에는 잘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조현아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회사에서 착실하게 있는 게 낫다. 이후에 작업실이 성공을 한다면 그때 다시 와도 늦지 않다.그녀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조현아도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앞으로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원래 회사를 급하게 그만 둘 필요까진 없었지만 그녀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그녀의 사직서를 받자 상부는 매우 놀랐다. 그녀의 사직서는 신생에서 환아로 환아에서 인사팀으로 보내졌다. 모두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퇴사를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대표님.” 임서연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그녀는 사직서를 손에 쥔 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대표님, 이거...”그녀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사직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바로 옆에 섰다. 김서진이 이 사직서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할 수 없었다.한소은이 김서진에게 퇴사를 한다고 말했는지도 모르고, 환아에서 잘 지내고 있다가 왜 퇴사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기자회견 이후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지금 갑자기 퇴사하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김서진은 눈썹을 고른 뒤 사직서를 펼친 뒤 살짝 보았다.임서연은 그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한소은 님의 사직서입니다. 인사팀에서 대표님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는 입술을 고르며 가볍게 웃었다. 인사팀에서 감히 결재하지 못하고 그에게 올렸다.
임서연은 매우 놀랐다.그녀는 김서진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매우 놀랐다. 그의 웃음은 애매한 건지 달콤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말은 정말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계획이 있다고? 무슨 계획?사표를 인사팀에 보냈지만 담당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대표님이 결재하셨다고요?” 인사팀에서도 매우 놀랐다. “그럼 대표님도 알고 계셨나 보네요. 이미 상의를 했던 건가?”“하지만 소은 씨의 성장 속도가 너무 좋아서 회사에서 수석 조향사로 추천하려고까지 했는데 왜 이럴 때 나가는 거야, 무슨 뜻이지?”“수석 조향사가 대수야. 잊지 마, 소은 씨는 미래의 사모님이야!” 누군가 끼어들었다.“아, 맞아맞아! 그럼 소은 씨가 퇴사했다는건 대표님과 결혼한다는 뜻인가?”인사팀은 지금 바쁘지도 않고 대표님에 관한 소문이었기 때문에 다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누군가 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내가 소문을 들었는데 대표님과 소은 아가씨, 이미 혼인신고 올렸다는 얘기도 있어. 결혼식은 형식일 뿐이고 이미 임신했을 지도 몰라. 그래서 집에서 아이 키우려고 하는 거일 거야.”“정말로? 말도 안 돼!”임서연은 멍한 채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사실 비서로서, 특히 이런 소문에 대해 뒤에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호기심이 그녀를 움직일 수 없게 했고 그곳에 서서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토론을 듣고 있었다.“진짜인지는 몰라도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해요. 회장 부인이 되면 얼마나 편할지 생각해 보세요. 소은 아가씨는 신생에 있을 때부터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뉴스에도 계속 나오고, 이제 조향 협회에 조사도 받을 텐데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차라리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 게 나을 수도 있죠.”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나 같아도 그만 둘 것 같아.”“당신 말이 맞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운명을 갖고 있지 않아요!”“서연 씨 왜 그러세요? 저희가 이런 말 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이게 임신한 배로 보여요?”“아가씨! 여기는 그렇게 두드리면 안 돼요!” 조현아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막았다. 그녀는 막는 김에 한소은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아직 평평하네요. 3개월도 안됐을 것 같아요.”한소은은 울지도 웃을 수도 없었다. 그녀의 손을 끌어내리며 말했다. “정말 아니에요!”“저 저번달에도 생리했어요. 어떻게 3개월이겠어요.”“그럼 저번달은 아니라 치고 이번 달은요?” 조현아는 반농담조로 말했다.“이번 달도...” 그녀는 문득 무엇인가 깨달은 듯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번 달에 정말 생리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최근에 계속 바쁘고 잡다한 일도 많았다. 그녀는 원래 이런 일에 둔감했기에 정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번 일로 인해 깨닫게 되었는데 이번 달에 정말 생리를 하지 않았다.조현아는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대충 짐작한 듯 몸을 움츠렸다. “왜요? 정말 임신한 거예요?”“그럴 리가요!” 그녀는 웃어 보였지만 그녀의 웃음이 어딘가 어색했다. “아마 요즘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걸 거예요. 그냥 며칠 늦춰졌나 봐요”“그래도 확실히 해야죠! 예전에 일정했는데 이번에 그렇지 않다면 의심해 봐아죠!”“아닐 거예요!” 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확신에 찬 듯 말했다. “정말 아니에요!”“왜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이 잘 거 아니에요!”이런 사적인 얘기를 하자 한소은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얘기는 하지 마요!”“아니, 사생활을 캐묻는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으면 확인하고 확실하게 하는 게 가장 좋아요. 향료, 천연원료 외에 화학성분이 있을 수도 있고 게다가 원료라고 하더라도 임산부가 장시간 맡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어요”조현아의 얼굴은 진지했다. “제가 아이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저희 언니는 아이를 낳았어요. 언니가 저한테 이런 것들을 자주 접하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얘기해 줬어요.”“...” 한소은은 말을 하지 않은 채 조금 긴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