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2452 챕터

제701화

“뭐라고? 그 누구랑 뭐가 달라?”한소은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남자들은 센스도 없고 재미없잖아. 기분 좋은 말 해줄 줄도 모르고!”오이연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하지만 이걸 그냥 넘어갈 한소은이 아니었다.“그래? 그래서 그 어떤 남자들은 누굴 말하는 건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잘생겼어? 몸매가 아주 좋지 않아? 설마 그 남자가 서씨야?”당황한 오이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한소은을 힘껏 쏘아보더니 말했다.“언니 미워! 언니랑 얘기 안 할 거야!”“이거 봐. 네가 나한테 농담하는 건 괜찮고 내가 농담 한마디 했다고 이러기야? 정말 너무하네.”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어쨌든 언니는 말하지 마. 그 인간 말도 꺼내지 말라고!”“그래서 그 인간이 누군데?”한소은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오이연은 짜증이 확 치밀었지만 한소은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됐어!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오이연은 입을 쭉 내밀며 그녀의 손에 들린 박스를 바라보았다. 한 시간 전에 그들이 제작에 성공한 샘플이었다.사실상 모든 과정은 한소은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가 준 레시피와 지도가 다 했고 오이연은 그냥 보조만 했을 뿐이다.시간이 워낙 급박해서 자세히 연구하지도 않았다. 예전 레시피와 별다를 것 없이 보통의 향료가 들어가는 향수라고 생각했는데 전보다 제작 절차가 조금 추가되었고 전에는 안 쓰던 향료도 조금 들어갔다.그게 뭔지는 오이연도 정확히 몰랐다. 어차피 한소은이 가져온 것이고 그녀는 조수로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기자회견에 참석한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오후 내내 바쁘게 돌아친 것이 오늘의 기자회견을 위한 것이었다니. 과연 한소은은 어떤 해명을 내놓을까?“언니, 이거로 정말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그녀를 믿지만 어떻게 대중 앞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지 궁금했다. 그녀의 가까운 지인으로서 걱정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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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이번 사건은 영향력이 꽤 커요. 환아뿐만 아니라 전체 조향 업계에 비상이라고요. 한소은 씨 한 명 때문에 향수 제조업이 다 죽어 나가게 생겼단 말입니다! 앞으로 누가 감히 향료와 향수를 구매하겠습니까? 그 안에 무슨 독이 들었을 줄 알고요? 한소은 씨 본인이 나와서 해명한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한소은과 환아를 향한 강한 비난이 이어졌다.담당자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돋았다. 그래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기자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다들 진정하세요. 오늘 이 기자회견을 소집한 것도 여러분께 납득할만한 해명과 결과를 내놓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생겨서 한소은 씨가 늦어지고 있어요. 저희에게 그리고 한소은 씨에게 시간을 조금만 주시겠습니까?”환아는 뷰티업계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담당자의 태도도 무척 공손했기에 기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일부 기자들도 있었다.“염치가 없어서 못 오는 거 아닙니까?”일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소은이 죄를 지은 게 확실하기에 자리를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맞습니다! 오늘 오후 세 시에 강성에 도착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여태 뭐하고 아직도 안 나타납니까? 식사를 하고 씻고 준비하고도 남을 시간 아닙니까?”“그러니까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세요! 저희도 바쁜 사람입니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단 말입니다!”“맞아요! 정확한 시간을 주세요. 30분만 더 기다려서 그때도 안 오면 해명할 용기도 없으면서 기자들을 농락한 거로 치부하겠습니다!”몇몇 적대적인 기자들의 말에 환아 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기자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한편 김서진은 구석진 곳에서 몰래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 틈에서 눈에 띄게 흥분한 것처럼 보이는 몇몇 기자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짓을 했다.눈치 빠른 서한이 재빨리 그에게 다가왔다.“저 기자들 뒤 한번 캐봐. 그리고 교통정리는 어떻게 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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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꽉 막힌 길은 앞에 작은 충돌사고까지 나면서 교통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기어가듯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는 차를 보며 한소은도 조바심이 났다. 앞을 바라보니 아득하니 길게 줄 서 있는 차들이 보였다.“기사님, 저 여기서 내릴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오이연에게 고개를 돌렸다.“조급할 건 없어. 너는 차 타고 천천히 와. 나는 일단 내려서 이 길만 지나가고 다시 생각해 볼게.”“차가 이렇게 많은데 위험하잖아!”오이연이 걱정스럽게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괜찮아. 길이 먼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조심할게. 지금 안 가면 늦어.”그녀는 전방을 힐끗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기억이 맞다면 근처에 호텔로 바로 갈 수 있는 골목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걸어서 가는 게 더 빨랐다.“그럼… 조심해야 해.”오이연은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한소은이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더 만류할 수도 없었다.차가 멈추자 한소은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길가로 뛰어갔다. 손에는 아까 그 박스가 들려 있었다. 이대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가능한 빨리 호텔에 도착해야 했다.기자회견장.조용하던 현장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과일과 디저트로 배도 불렸고 시간은 일분일초 흐르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지친 사람들이 다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주인공은 어디 있죠? 계속 이렇게 미루기만 할 건가요?”“맞습니다! 우리는 환아를 존중하고 믿었기에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저희를 가지고 놀면 안 되죠. 바보도 아니고. 지금 몇 신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겁니까!”“십분 더 기다려서 안 오면 철수하겠습니다!”“맞아요! 그냥 앞에 나설 용기가 없는 거잖아요!”날카로운 마이크 음이 이들의 소란을 잠재웠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무대에 이끌렸다. 검은색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김서진이 천천히 무대로 걸어 올라왔다.환아의 대표이자 강성을 쥐락펴락하는 존재의 등장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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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잠시 말을 멈춘 그는 기자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오늘 오신 분들 중에 조향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많은 거로 들었습니다. 조향사분들은 향수 제조 과정에서 독극물을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향수의 본연의 향에 영향 주지 않고 제작이 가능한 겁니까?”기자들은 질문을 하러 온 자리에서 역으로 질문을 받을 줄 몰랐는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질문을 하러 왔지 질문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김서진이었기에 속으로만 외칠 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제 의혹을 풀어주실 분은 안 계신 건가요?”김서진이 다시 물었다.태도는 진솔했고 일부러 시비를 걸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조향사들은 김서진과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이 간질간질했다.환아는 뷰티 업계의 최강자이며 지금 안 좋은 스캔들에 휘말렸다고 해도 그 자체의 저력으로 얼마든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조향사는 당연히 더 좋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더 높은 고지를 볼 수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김서진이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을까 고민했다. 김서진의 신뢰를 얻을 수만 있다면 환아에 입성하고 더 나아가서 수석 조향사의 자리까지 갈 수도 있었다.“대표님이 꺼내신 질문에 대해서 저희도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솔직히 저도 시험해 본 적 있고요.”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하지만 지금의 기술과 조건으로 그건… 불가능합니다.”그의 말에 기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대놓고 한소은을 감싸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한소은 씨가 어떻게 하셨는지 저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향료의 성분 자체가 워낙 불안정하기에 자칫 잘못 배합하면 향이 휘발해 버립니다. 향수를 제작하려면 들어가는 성분 모두 정밀히 따져야 하고 제작 과정 또한 까다롭습니다. 온갖 재료를 한 번에 섞는 게 아니라 조금씩 주입하여야 하죠. 독성이 강한 물질을 향료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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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사실 한소은 씨는….”김서진은 자리에서 일어선 그 기자를 노려볼 뿐 말이 없자 답답해진 비서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아한 목소리가 입구에서부터 울려 퍼졌다.“늦어서 죄송합니다!”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급급히 사과부터 했다. 이마에 난 땀 때문에 앞머리가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옷차림도 캐주얼한 복장이었다.한껏 몸단장을 하느라 회견에 늦었다고 생각했던 기자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어쨌든 주인공이 등장했으니 헛걸음은 아니었다. 한소은이 왜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오기 싫어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게 아닐까? 일부 기자들은 속으로 이런 상상을 했다.김서진은 자신의 아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손에 박스 하나를 들고 아직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급할 거 없어요.”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그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비서를 비롯한 환아 담당자들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기자들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들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철옹성 같았던 김서진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한 모습이었다.줄곧 스캔들 하나 없었고 누군가는 그를 게이로 의심했다. 그랬던 환아 대표가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공공장소에서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인다?비록 김서진의 등장 자체가 한소은을 감싸고 나선 것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저는 괜찮아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저 잘할 수 있어요.”“알아요.”여전히 느긋한 말투. 그녀가 등장한 순간부터 그의 눈길은 오로지 그녀만을 향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기자들, 그리고 담당자들 모두 안 중에도 없었다.그는 탁자에서 생수 한 병을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일단 물부터 마시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곁에 있을게요.”“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건네는 생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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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차라리 아까 조향사가 말했던 것처럼 장난이라고 말했더라면 조금은 나았을 것이다.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내가 한 말이 맞다고 인정해 버리면 기자들만 살판 난 거 아닌가?‘멍청한 여자 맞네. 저런다고 기자들이 카리스마 있다고 칭찬 글이라도 써줄 줄 알았나?’비서는 다시 상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김서진은 한소은을 제지할 마음이 전혀 없고 오로지 그녀만이 자신의 세상이라는 듯이 한소은만 바라보고 있었다.‘미쳤어! 대표님도 미치고 다들 미쳤어!’비서는 절망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소란을 또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이를 악물고 계속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한소은 씨, 그러니까 녹음 파일을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편집했다는 얘기입니까? 하지만 한소은 씨가 독을 넣었다고 한 얘기에서는 끊기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만 편집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만.”한 기자가 이의를 제기했다.허를 찌르는 질문에도 한소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녹음 파일을 정말 반복 재생해서 들으셨네요. 솔직히 제가 그 말을 한 부분은 편집된 게 아닙니다. 이건 인정합니다.”“하지만 여러분이 간과하신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말은 쌍방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죠. 가끔은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이 전혀 다른 뜻이 되기도 합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가 뭘 할지 궁금했던 기자들은 목을 길게 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유성펜이 들려 있었다. 한소은은 뒤돌아서서 보드에 큼지막하게 글자를 적었다.환아 관계자들도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쓴 것은 단 한 글자였다.독!환아 측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비서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환아라는 견고한 왕성이 한소은이라는 여자 때문에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그녀는 원망 섞인 눈빛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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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순간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그러고 보면 앞뒤 상황을 보지 않고 독이라는 단어 자체로 섣부른 판단을 한 게 맞는 것 같았다.환아 관계자들조차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당사자인 한소은만 담담하지만 주눅 들지 않은 얼굴로 좌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도 입지 않고 화장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존재했다.“그렇다면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 안에 넣은 게 독이 아니면 뭐라는 얘기죠? 몸에 좋은 영양제라도 넣었단 말씀입니까?”한소은은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영양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성분이긴 합니다. 영양제도 몸에 좋은 거고 제가 넣은 성분도 그러하니까요.”“말장난 그만하시죠. 어쨌든 향료에 다른 것을 추가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조향 과정에서 첨가제를 넣은 거죠? 도대체 뭘 넣었단 겁니까?”하지만 그녀의 순조로운 답변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가 선동하듯 말하자 주변 사람들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한소은은 미소를 거두고 정색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에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 당장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았다.“향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는 이따가 말씀드리고 제가 왜 그걸 넣어야 했는지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자리로 돌아갔다. 씁쓸하고 아픈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한참이 지나 그녀는 드디어 고개를 들고 기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소식 들어서 아실 겁니다. 지난달에 저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외할아버지는 엄격하지만 선량한 분이셨어요. 줄곧 몸도 건강하셨고요. 하지만 노년이 되자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일이 일쑤였죠.”낮고 슬픈 목소리에 대부분 사람들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노인에게는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잠을 주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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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그녀가 농담 식으로 말하자 기자들도 웃음을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환아 관계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서렸다. 상황이 이렇게 역전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최초의 해결 방안대로라면 녹음파일의 진위 여부를 놓고 따지거나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고 인정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인터넷이 발전한 이 시대에 그들에게 악의를 품은 사람이 나타나서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한 뒤에 녹음파일 속 음성이 한소은 본인 입으로 말한 것이 맞다고 선동할 수도 있었다.환아도 강압적으로 여론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미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고 자본의 힘으로 이걸 억누른다면 사람들은 소문이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한소은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유도리 있게 잘 설명했다. 만약 누군가가 음성 파일을 가지고 또 시비를 걸어도 이제 위협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한소은 본인이 쿨하게 인정했고 안에 무슨 성분을 넣었는지 다 공개했기 때문에 두려울 것 없었다.“하지만 한소은 씨. 저도 전에 실험을 해본 적 있는데 향료는 다른 성분을 섞으면 휘발성이 더 강해져요. 한소은 씨가 만든 향료가 정말 안정적인 향을 낸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실험에 성공하신 겁니까?”질문을 내놓은 사람은 가장 먼저 김서진의 질문에 대답했던 조향사였다.그는 딱 봐도 한소은의 성과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자신이 직접 여러 번의 실험을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나이도 어린 한소은의 실력이 자신보다 위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한소은이 말한 것처럼 라벤더로 향초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라벤더 자체가 신경 안정 성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약 성분을 배합해서 향기로운 향료를 만드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그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여기 샘플이 있습니다.”자리로 돌아간 한소은은 가져온 박스를 내놓았다.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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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어떻습니까?”그가 움직임이 없자 답답해진 다른 조향사가 물었다.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소은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테스트 용지를 코에 가져갔다.그리고 말없이 티슈로 코끝을 닦고는 주저 없이 다른 유리병을 집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그의 흥미로운 반응에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테스트 용지를 내려놓은 남자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한소은에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해낸 겁니까?”“반복 실험이죠.”한소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럴 리 없어요! 나도 여러 번 실험했지만 매번 실패했어요. 그런데 한소은 씨는 강성에 돌아온 뒤에 그 짧은 시간 안에 두 병이나 만들었다고 했잖습니까! 그건 더 말도 안 되죠!”남자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유리병을 바라보았다.“강성에 돌아온 뒤에 실험을 시작했다면 당연히 불가능하죠. 하지만 예전부터 반복적인 실험을 했습니다. 성분과 향료, 그리고 필요한 용량까지 모두 제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회사에 돌아온 뒤에는 레시피대로 준비하고 조수를 시켜 제작만 하게 했으니 당연히 빠르죠.”한소은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여러분의 귀한 시간을 빼앗아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많이 늦어버렸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한번 기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이미 대부분 기자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하고 그녀의 편으로 돌아선 뒤였다. 조금 전까지 이 여자는 김서진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한소은은 멍청하고 겁 많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대범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게다가 향료에 한약 성분을 배합하면서 향에 영향 주지 않는 샘플은 일반인이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제조법도 대단했다.“이제 자리로 돌아가 주시죠.”한소은은 아직도 자신의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조향사에게 한마디 귀띔했다.그 사람은 아직도 넋이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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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환아 담당자가 마무리 멘트를 하는데 누군가가 그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렇게 정성을 들여 약까지 만들었는데 외조부께서는 돌아가셨지 않습니까?”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한소은의 가슴을 찔렀고 현장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렸다.남자는 다리를 꼬고 앉아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한소은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저 사람은 누구죠?”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당사자에게 저렇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 있죠?”다른 사람의 상처를 파헤치는 게 기자들 일이지만 그들도 상대를 봐가면서 말을 한다.환아의 체면도 세워줘야 하고 중요한 건 오늘 김서진 대표까지 자리했다. 차씨 가문 어르신의 죽음은 아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남자의 말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약을 써도 외조부의 죽음을 막지 못했으니 소용없다는 뜻이었고 나쁘게 해석하면 그 향초가 있어서 외조부가 사망하신 게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들릴 수 있었다.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상황에 누군가는 남자가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누군가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동조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을 보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목숨이 몇 개이기에 김서진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여자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일까?기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남자와 한소은,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김서진을 번갈아 보았다.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남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옷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내듯이 옷을 털었다. 그러고는 전혀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돌아가려던 기자들도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자리에 앉았다.“한소은 씨, 또 만났네요.”그녀의 앞에 다가간 그가 고개를 한껏 쳐들고 말했다.“정하진 씨가 여긴 무슨 일이시죠?”한소은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악수조차 청하지 않았으니 굳이 먼저 악수를 청할 필요도 없었다.정하진은 야비한 미소를 머금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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