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09화

“어떻습니까?”

그가 움직임이 없자 답답해진 다른 조향사가 물었다.

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소은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테스트 용지를 코에 가져갔다.

그리고 말없이 티슈로 코끝을 닦고는 주저 없이 다른 유리병을 집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의 흥미로운 반응에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테스트 용지를 내려놓은 남자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한소은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낸 겁니까?”

“반복 실험이죠.”

한소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럴 리 없어요! 나도 여러 번 실험했지만 매번 실패했어요. 그런데 한소은 씨는 강성에 돌아온 뒤에 그 짧은 시간 안에 두 병이나 만들었다고 했잖습니까! 그건 더 말도 안 되죠!”

남자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유리병을 바라보았다.

“강성에 돌아온 뒤에 실험을 시작했다면 당연히 불가능하죠. 하지만 예전부터 반복적인 실험을 했습니다. 성분과 향료, 그리고 필요한 용량까지 모두 제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회사에 돌아온 뒤에는 레시피대로 준비하고 조수를 시켜 제작만 하게 했으니 당연히 빠르죠.”

한소은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귀한 시간을 빼앗아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많이 늦어버렸네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한번 기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미 대부분 기자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하고 그녀의 편으로 돌아선 뒤였다. 조금 전까지 이 여자는 김서진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한소은은 멍청하고 겁 많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대범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게다가 향료에 한약 성분을 배합하면서 향에 영향 주지 않는 샘플은 일반인이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제조법도 대단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 주시죠.”

한소은은 아직도 자신의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조향사에게 한마디 귀띔했다.

그 사람은 아직도 넋이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멍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