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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환아 담당자가 마무리 멘트를 하는데 누군가가 그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약까지 만들었는데 외조부께서는 돌아가셨지 않습니까?”

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한소은의 가슴을 찔렀고 현장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남자는 다리를 꼬고 앉아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한소은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누구죠?”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당사자에게 저렇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 있죠?”

다른 사람의 상처를 파헤치는 게 기자들 일이지만 그들도 상대를 봐가면서 말을 한다.

환아의 체면도 세워줘야 하고 중요한 건 오늘 김서진 대표까지 자리했다. 차씨 가문 어르신의 죽음은 아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남자의 말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약을 써도 외조부의 죽음을 막지 못했으니 소용없다는 뜻이었고 나쁘게 해석하면 그 향초가 있어서 외조부가 사망하신 게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들릴 수 있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상황에 누군가는 남자가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누군가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동조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을 보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목숨이 몇 개이기에 김서진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여자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일까?

기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남자와 한소은,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김서진을 번갈아 보았다.

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옷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내듯이 옷을 털었다. 그러고는 전혀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돌아가려던 기자들도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소은 씨, 또 만났네요.”

그녀의 앞에 다가간 그가 고개를 한껏 쳐들고 말했다.

“정하진 씨가 여긴 무슨 일이시죠?”

한소은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악수조차 청하지 않았으니 굳이 먼저 악수를 청할 필요도 없었다.

정하진은 야비한 미소를 머금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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