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그러고 보면 앞뒤 상황을 보지 않고 독이라는 단어 자체로 섣부른 판단을 한 게 맞는 것 같았다.환아 관계자들조차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당사자인 한소은만 담담하지만 주눅 들지 않은 얼굴로 좌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도 입지 않고 화장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존재했다.“그렇다면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 안에 넣은 게 독이 아니면 뭐라는 얘기죠? 몸에 좋은 영양제라도 넣었단 말씀입니까?”한소은은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영양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성분이긴 합니다. 영양제도 몸에 좋은 거고 제가 넣은 성분도 그러하니까요.”“말장난 그만하시죠. 어쨌든 향료에 다른 것을 추가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조향 과정에서 첨가제를 넣은 거죠? 도대체 뭘 넣었단 겁니까?”하지만 그녀의 순조로운 답변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가 선동하듯 말하자 주변 사람들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한소은은 미소를 거두고 정색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에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 당장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았다.“향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는 이따가 말씀드리고 제가 왜 그걸 넣어야 했는지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자리로 돌아갔다. 씁쓸하고 아픈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한참이 지나 그녀는 드디어 고개를 들고 기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소식 들어서 아실 겁니다. 지난달에 저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외할아버지는 엄격하지만 선량한 분이셨어요. 줄곧 몸도 건강하셨고요. 하지만 노년이 되자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일이 일쑤였죠.”낮고 슬픈 목소리에 대부분 사람들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노인에게는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잠을 주무시지
그녀가 농담 식으로 말하자 기자들도 웃음을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환아 관계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서렸다. 상황이 이렇게 역전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최초의 해결 방안대로라면 녹음파일의 진위 여부를 놓고 따지거나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고 인정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인터넷이 발전한 이 시대에 그들에게 악의를 품은 사람이 나타나서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한 뒤에 녹음파일 속 음성이 한소은 본인 입으로 말한 것이 맞다고 선동할 수도 있었다.환아도 강압적으로 여론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미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고 자본의 힘으로 이걸 억누른다면 사람들은 소문이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한소은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유도리 있게 잘 설명했다. 만약 누군가가 음성 파일을 가지고 또 시비를 걸어도 이제 위협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한소은 본인이 쿨하게 인정했고 안에 무슨 성분을 넣었는지 다 공개했기 때문에 두려울 것 없었다.“하지만 한소은 씨. 저도 전에 실험을 해본 적 있는데 향료는 다른 성분을 섞으면 휘발성이 더 강해져요. 한소은 씨가 만든 향료가 정말 안정적인 향을 낸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실험에 성공하신 겁니까?”질문을 내놓은 사람은 가장 먼저 김서진의 질문에 대답했던 조향사였다.그는 딱 봐도 한소은의 성과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자신이 직접 여러 번의 실험을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나이도 어린 한소은의 실력이 자신보다 위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한소은이 말한 것처럼 라벤더로 향초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라벤더 자체가 신경 안정 성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약 성분을 배합해서 향기로운 향료를 만드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그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여기 샘플이 있습니다.”자리로 돌아간 한소은은 가져온 박스를 내놓았다. 안에는
“어떻습니까?”그가 움직임이 없자 답답해진 다른 조향사가 물었다.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소은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테스트 용지를 코에 가져갔다.그리고 말없이 티슈로 코끝을 닦고는 주저 없이 다른 유리병을 집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그의 흥미로운 반응에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테스트 용지를 내려놓은 남자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한소은에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해낸 겁니까?”“반복 실험이죠.”한소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럴 리 없어요! 나도 여러 번 실험했지만 매번 실패했어요. 그런데 한소은 씨는 강성에 돌아온 뒤에 그 짧은 시간 안에 두 병이나 만들었다고 했잖습니까! 그건 더 말도 안 되죠!”남자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유리병을 바라보았다.“강성에 돌아온 뒤에 실험을 시작했다면 당연히 불가능하죠. 하지만 예전부터 반복적인 실험을 했습니다. 성분과 향료, 그리고 필요한 용량까지 모두 제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회사에 돌아온 뒤에는 레시피대로 준비하고 조수를 시켜 제작만 하게 했으니 당연히 빠르죠.”한소은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여러분의 귀한 시간을 빼앗아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많이 늦어버렸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한번 기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이미 대부분 기자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하고 그녀의 편으로 돌아선 뒤였다. 조금 전까지 이 여자는 김서진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한소은은 멍청하고 겁 많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대범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게다가 향료에 한약 성분을 배합하면서 향에 영향 주지 않는 샘플은 일반인이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제조법도 대단했다.“이제 자리로 돌아가 주시죠.”한소은은 아직도 자신의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조향사에게 한마디 귀띔했다.그 사람은 아직도 넋이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멍
환아 담당자가 마무리 멘트를 하는데 누군가가 그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렇게 정성을 들여 약까지 만들었는데 외조부께서는 돌아가셨지 않습니까?”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한소은의 가슴을 찔렀고 현장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렸다.남자는 다리를 꼬고 앉아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한소은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저 사람은 누구죠?”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당사자에게 저렇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 있죠?”다른 사람의 상처를 파헤치는 게 기자들 일이지만 그들도 상대를 봐가면서 말을 한다.환아의 체면도 세워줘야 하고 중요한 건 오늘 김서진 대표까지 자리했다. 차씨 가문 어르신의 죽음은 아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남자의 말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약을 써도 외조부의 죽음을 막지 못했으니 소용없다는 뜻이었고 나쁘게 해석하면 그 향초가 있어서 외조부가 사망하신 게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들릴 수 있었다.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상황에 누군가는 남자가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누군가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동조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을 보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목숨이 몇 개이기에 김서진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여자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일까?기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남자와 한소은,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김서진을 번갈아 보았다.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남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옷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내듯이 옷을 털었다. 그러고는 전혀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돌아가려던 기자들도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자리에 앉았다.“한소은 씨, 또 만났네요.”그녀의 앞에 다가간 그가 고개를 한껏 쳐들고 말했다.“정하진 씨가 여긴 무슨 일이시죠?”한소은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악수조차 청하지 않았으니 굳이 먼저 악수를 청할 필요도 없었다.정하진은 야비한 미소를 머금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신들을
한소은이 말하려고 할 때 김서진이 한 발 앞으로 나와 그녀를 가로막았다. “정하진 씨, 무슨 문제가 있으시면 환아의 법무팀과 얘기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는 조향 협회는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한소은의 허리를 감싸고 돌아서서 무대 뒤 통로 방향 쪽으로 향했다.정하진은 그들을 따라가려고 했으나 환아 사람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정하진 씨, 거기까지 하시죠.”정하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더 이상 쫓지 않았다. 그는 선 채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조향 협회에서 그 사람을 보낼 줄은 몰랐어요.” 한소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매우 놀란 듯이 말했다.전화도 받았고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정하진도 찾아오고 기자회견도 했다.방금 그의 말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였고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누구를 보내도 결과는 똑같아요!” 김서진은 단호하게 말하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 씨 가문의 세력은 제성에 불과해요. 여기는 강성이에요. 그들의 힘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우리 김 씨 가문과 정 씨 가문은 친분이 있어요. 정하진 한 사람 때문에 두 가문이 얼굴을 붉힐 일은 없을 거예요.”그는 그녀가 정 씨 가문이 개입하여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을 걱정할까 봐 그녀를 위로했다. “게다가 이 일은 정하진 개인의 뜻이기 때문에 정 씨 가문이 개입하진 않을 거예요.”“전 정 씨 가문을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조사하러 온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요! 게다가 조향사 자격증은 국내 조향 협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요. 어느 쪽에도 쓸모없어요.”사실 국제적으로도 조향사 등급 심사만 있을 뿐이다. 그녀는 처음 시험을 봤던 초급 조향사, 중고급 조향사의 두 번의 시험 이후로는 시험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이상 이런 형식적인 시험을 위해 시간을 허비
그녀는 이미 이 집을 자신의 집처럼 그리워하고 있었다. 여기는 그와 그녀만의 작은 보금자리다.“먼저 샤워하고 와요.” 김서진은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며 말했다. “감기 걸리면 안 돼요!”“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위층으로 샤워를 하러 갔다.며칠 동안 괴롭고 피곤했다. 기자회견 이후 온몸의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고 잠도 오고 있었기에 재빨리 샤워를 하고 나왔다. 김서진이 아직 올라오지 않아 방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옷을 갈아입은 뒤 내려가 그에게 가려고 했다.침대에 앉으니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었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매우 편안해졌다.김서진은 아래층에서 서류를 마무리하고 회사 측과 함께 오늘 했던 기자회견의 후속 조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일을 전부 마무리하니 이미 밤이 깊었다.김서진은 목을 푼 뒤 기지개를 켜며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의 아내는 여전히 내려오지 않았다.불을 끄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더니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눈을 돌리자 큰 침대 위에 가냘픈 몸을 가진 여성이 가로로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 ...”김서진은 웃으며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아내는 눈을 감은 채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머리는 드라이 헤어캡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자면서 많이 뒤척였기 때문인지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마르지 않은 머리가 반쯤 튀어나와 있었다.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자고 있는 모습이 정말 피곤해 보였다.김서진은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아 올린 뒤 그녀를 침대 가운데로 옮겼다. 그녀는 잠시 움직이며 잠꼬대를 했다. 그녀는 누가 방해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은 듯 발을 마구 찼다.그는 그녀를 다시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으로 옮긴 뒤 다시 자리를 옮겨 이불을 약간 잡아당겼다. 그 후 다음 동작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그녀가 몸을 뒤집었다.원래 있던 자리보다도 더 가까워졌다.침대 옆이라면 몰라도 그녀는 이미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김
김서진이 어이없어 한 이유는 그녀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말하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아랫배에 얼굴을 파묻었다. “저 너무 피곤해요!”이게 말로만 듣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건가?!그는 바지를 벗지 않은 채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순응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말에 따라 그녀를 푹 쉬게 해줘야 하는지.곧바로 그녀의 양손이 그의 복근 위로 미끄러졌다. “엄청 딱딱해요!” “...”그래, 그녀가 저지른 행동이니 그녀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해!더 생각할 필요 없이, 호르몬이 그의 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있었고 그의 복근 위에 있던 그녀의 두 손을 눌렀다. “여기 더 딱딱...”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얼굴색도 변했다.그녀가 왜 갑자기 다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꿇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힘에 의해 치명적인 상태에 다다랐다.그 순간 호르몬, 충동, 모든 것이 사라졌다. 김서진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눈 감은 채 다시 자고 있는 이 여인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렇게 죽은 듯이 잘 수 있는 거지!그는 일어나면서 그녀의 몸을 자신의 몸에서 천천히 떨어뜨린 뒤 먼저 옷과 바지를 벗었다. 그 뒤에 그녀를 안아 올렸다.조금 화가 났는지 이번에는 그녀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지는 않았다. 심지어 조금 그녀를 거칠게 안아서 그녀가 자주 누워 있는 곳으로 옮겨 놓았다.아마 이번엔 동작이 조금 컸던 것 같다. 한소은은 갑자기 잠에서 깬 뒤 눈을 크게 뜨고 앞에 있는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몸이 한순간에 순간 이동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잠든 건가?!“저 잠들었어요?” 그녀가 물었다.“정말 깬 거 맞아요?” 김서진은 그녀의 눈을 보면서 정말 깬 건지 아까처럼 깨지 않은 건지 의심하고 있었다.“저 정말 잠들었어요?”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 잠들었던 모양이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기억이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나서 아래층으로
하품을 하고 나니 아까보다는 덜 졸린 것 같기도 하고 김서진이 자지 말라고 해서 그녀는 아예 일어났다. 그 후 침대에서 내려와 헤어드라이기를 들고 스스로 천천히 머리를 말렸다.전에 그녀에겐 이런 습관이 없었다. 차 씨 가문에 있을 때는 집에 남자가 많아서 그녀의 머리를 땋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훈련할 때 편하려고 단발로 잘랐다.후에 대학에 진학한 뒤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노형원은 긴 머리를 어깨너머로 넘기는 모습을 좋아했었기에 한소은은 머리를 자르지 않았고 그 후로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김서진과 함께 한 후, 그는 머리를 말리지 않고 자면 안 된다며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정말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떤 헤어스타일, 어떤 모습이 예쁜지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신경 써준다.이런 생각을 하니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김서진은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했다.한소은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드라이기를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은은한 향기를 풍겨왔다.정말 아름답다!방금 차인 덕분에 아까 전의 분위기는 다 사라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내에겐 사랑한다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손에 있던 드라이기를 잡았다. “제가 할게요.”한소은도 반항 없이 그에게 건네주었고 그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게 내버려 두었다.“저 머리 자르고 싶어요.”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갑자기 머리 자르고 싶어요?”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르고 싶으면 자르면 되죠.”“머리가 너무 길어요. 머리 감고 말릴 때도 귀찮고, 짧게 자르는 게 나을 것 같아요.”“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제가 감겨주고 말려줄게요.” 이것은 별일 아니었고 게다가 김서진은 이 일 또한 즐기고 있었다.“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