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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사실 한소은 씨는….”

김서진은 자리에서 일어선 그 기자를 노려볼 뿐 말이 없자 답답해진 비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아한 목소리가 입구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급급히 사과부터 했다. 이마에 난 땀 때문에 앞머리가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옷차림도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한껏 몸단장을 하느라 회견에 늦었다고 생각했던 기자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어쨌든 주인공이 등장했으니 헛걸음은 아니었다. 한소은이 왜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오기 싫어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게 아닐까? 일부 기자들은 속으로 이런 상상을 했다.

김서진은 자신의 아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손에 박스 하나를 들고 아직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급할 거 없어요.”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그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비서를 비롯한 환아 담당자들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자들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들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철옹성 같았던 김서진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한 모습이었다.

줄곧 스캔들 하나 없었고 누군가는 그를 게이로 의심했다. 그랬던 환아 대표가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공공장소에서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비록 김서진의 등장 자체가 한소은을 감싸고 나선 것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저는 괜찮아요.”

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저 잘할 수 있어요.”

“알아요.”

여전히 느긋한 말투. 그녀가 등장한 순간부터 그의 눈길은 오로지 그녀만을 향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기자들, 그리고 담당자들 모두 안 중에도 없었다.

그는 탁자에서 생수 한 병을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일단 물부터 마시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곁에 있을게요.”

“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건네는 생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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