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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잠시 말을 멈춘 그는 기자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

“오늘 오신 분들 중에 조향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많은 거로 들었습니다. 조향사분들은 향수 제조 과정에서 독극물을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향수의 본연의 향에 영향 주지 않고 제작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들은 질문을 하러 온 자리에서 역으로 질문을 받을 줄 몰랐는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질문을 하러 왔지 질문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김서진이었기에 속으로만 외칠 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제 의혹을 풀어주실 분은 안 계신 건가요?”

김서진이 다시 물었다.

태도는 진솔했고 일부러 시비를 걸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조향사들은 김서진과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이 간질간질했다.

환아는 뷰티 업계의 최강자이며 지금 안 좋은 스캔들에 휘말렸다고 해도 그 자체의 저력으로 얼마든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조향사는 당연히 더 좋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더 높은 고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김서진이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을까 고민했다. 김서진의 신뢰를 얻을 수만 있다면 환아에 입성하고 더 나아가서 수석 조향사의 자리까지 갈 수도 있었다.

“대표님이 꺼내신 질문에 대해서 저희도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솔직히 저도 시험해 본 적 있고요.”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과 조건으로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의 말에 기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대놓고 한소은을 감싸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한소은 씨가 어떻게 하셨는지 저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향료의 성분 자체가 워낙 불안정하기에 자칫 잘못 배합하면 향이 휘발해 버립니다. 향수를 제작하려면 들어가는 성분 모두 정밀히 따져야 하고 제작 과정 또한 까다롭습니다. 온갖 재료를 한 번에 섞는 게 아니라 조금씩 주입하여야 하죠. 독성이 강한 물질을 향료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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