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2402 챕터

제671화

USB를 챙겨서 돌아온 노형원은 반복적으로 재생했다.음성 파일을 통해 차성호와 그가 만나던 날 한소은이 현장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게다가 그녀는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만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노형원은 갑자기 등 뒤에 식은땀이 났다.자신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고 한소은은 밝은 곳에 있어서 자신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그의 뒤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이거 참… 조심해야겠군.’그래도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한소은이 그와 차성호의 거래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아직 차씨 어르신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파일을 반복해서 재생하던 노형원은 갑자기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한소은은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차성호를 ‘중독’ 상태로 만든 걸까?영상이 없는 음성 파일이었기에 소리를 듣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차성호의 반응을 보면 중독됬거나 한소은의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한소은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조향 과정에서 언제든지 아무도 모르게 독극물을 집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그게 사실이라면 그녀는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노형원 자신은 조향사가 아니지만 이 업계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사람이었고 아는 조향사가 한소은뿐이 아니었다. 그도 자주 실험실에 탐방을 갔지만 조향 과정에 무색무취의 독극물을 넣어 냄새만 맡으면 중독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이게 과연 사실일까?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하지만 가능성이 있든 없든, 잘만 이용하면 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조향사가 마음만 먹으면 독극물을 넣은 향수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 세간은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한소은을 위험인물로 몰아갈 것이고 그에게는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이 사실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 아무도 그녀가 만든 향수를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밤새 고민한 노형원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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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사실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해결하기엔 꽤 골치 아픈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도 않았을 터.“경찰 조사를 받은 거, 차씨 가문 이미지에 타격이 좀 있을 거야.”한소은은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그 어떤 것도 할아버지보다 중요하지 않아.”단호한 대답이었다.일을 크게 만들면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크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입장이었다.말수가 적고 표현에 서툰 차성재였기에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에 고요가 다시 찾아왔다.차는 어느새 저택에 도착했다. 며칠간의 풍파를 겪으면서 집안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했다. 어딘가 모를 음침한 분위기가 저택을 둘러싸고 있었다.“뭔가 이상해!”이상함을 느낀 한소은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주변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저택이 평소에도 조용하고 제자들도 각자 조용히 지냈지만 오늘따라 어딘가 모를 불쾌감이 느껴졌다. 무공을 수련한 사람들의 예민한 촉이라고 할까.주변에 적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녀가 느낀 점을 차성재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담담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때,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그의 뒤쪽에서 달려들었다.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었다. 둘은 차성재와 한소은의 뒤에서 그들을 기습했다.아주 신속한 동작이었지만 차성재와 한소은에게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두 사람은 가볍게 적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에 돌입했다.차성재는 가볍게 몸을 날려 적의 뒤로 가서 손으로 상대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그러고는 상대의 팔목을 비틀어 제압하고 차갑게 물었다.“너희 누구야!”두 사람의 앞에 무릎을 꿇은 기습자들은 말이 없었다. 차성재는 한소은과 눈빛을 교환하고 동시에 손을 들어 둘을 기절시켰다.하지만 주변의 압박감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무거워지고 있었다.짝짝짝!어딘가에서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에서 차성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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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차성호가 손짓을 하자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차성재와 한소은을 포위했다.한소은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기습을 피한 뒤, 돌려차기로 측면에서 공격해 오는 자의 배를 걷어찼다. 그러고는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 후방에 있는 적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벌써 세네 명의 사내가 쓰러져 있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차성재도 놈들과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더 많은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다.한소은에 비하면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자들이었지만 차씨 가문 제자들과 비하면 꽤 수준 높은 실력자들이었다. 무공의 수련도가 높은 건 아니지만 모두가 두 사람을 죽일 각오로 덤벼들고 있었다.차씨 가문은 대대로 무술을 연마했지만 무인의 덕을 우선시했기에 권법과 수련의 근본은 방어와 반격이 위주였다. 하지만 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하나하나가 잔인했으며 약점만 골라서 공격했다. 이런 살벌한 기세는 한소은도 처음이었다.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 옆에서 무공을 수련했지만 접촉한 사람이라고는 차씨 가문 제자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평화주의 사회에서 그녀가 진짜 무술 실력으로 누군가를 제압할 일은 거의 없었다.저번에 노형원의 기습이 그녀에게는 첫 번째 반격이었다.적 몇 명을 때려눕힌 그녀는 차성재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역시 방어와 격퇴를 위주로 하다 보니 아직은 별 위험이 없어 보였지만 눈에 띄게 지쳐 있었다.‘이대로는 가망이 없어!’만약 이들을 제대로 쓰러뜨리지 않으면 이 싸움은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체력적으로 불리해진다!결심을 굳힌 한소은은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손으로 받아냈다. 상대가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리는 사이, 한소은은 기를 운용하여 상대의 팔목을 꺾어버렸다.우드득!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상대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한소은은 봐주지 않고 그의 팔을 끝까지 비틀어 제압한 뒤, 발을 들어 그의 아킬레스건을 힘껏 걷어찼다. 또 한번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상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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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차성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촌 동생이 조금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너….”차성호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실력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그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빨리 저들을 때려눕혀!”한소은은 등 뒤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느껴졌다. 뾰족한 것이 그녀의 등쪽에서 날아오고 있었다.“소은아!”차성재가 비명을 지르자 그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살짝 옆으로 피하고 몸을 비틀어 상대에게 다리를 날렸다. 상대도 민첩하게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차성호 당신 도대체!”차성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그의 등 뒤에서 다가왔다. 대화를 나눌 사이도 없이 또 한차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차성재와 한소은 두 사람 다 여유롭게 싸움에 응하고 있었지만 처음에 비해 많이 지쳐 있었다. 나중에 가입한 두 명의 적은 조금 전 보았던 상대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한소은은 정신을 집중해서 싸움에 응했다. 그녀의 상대는 상당히 흉폭하게 생긴 남자였다.얼굴에는 긴 수염이 자라고 있었고 체격은 건장했다. 한소은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고도 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마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차성재의 상대는 하얀 피부에 연약해 보이는 놈이었는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잔인하게 약점만 골라서 공격하고 있었다. 차성재마저 상대하기 버거운 놈이라는 것이 느껴졌다.아마 그들의 예상이 맞다면 이 두놈은 무술계에서도 유명한 “음양듀오”였다.현대사회에서 무술 가문은 얼핏 보기에 몰락한 것처럼 보였고 이런 가문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실은 몰락한 게 아니라 사라진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술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번성기를 누리고 있었다.그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다. 차씨 가문은 제자를 받고 몸을 건강히 하려는 목적으로 무예를 수련하면서 상계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무예를 포기하고 몰락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단지 현실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상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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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그의 고함에 음양듀오의 동작이 더욱 빠르고 맹렬해졌다.예상치 못했던 두 사람의 출현에 차성재도 당황했지만 온 정신을 집중해서 싸움에 응했다. 하지만 아무리 싸워도 승부가 나지를 않았다. 차성호의 고함에 차성재가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상대의 발이 그의 얼굴 앞까지 날아왔다. 다급히 발을 피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윽….”차성재가 신음을 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가 다친 것을 확인한 차성호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죽이지는 말고 산 채로 제압해!”그가 돌아온 목적은 차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그래도 피를 나눈 가족이었고 그들 중 누구를 죽여도 그에게 득이 될 게 없었다. 차성호가 원하는 건 후대들이 자신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었다.“성재야, 소은아, 끝까지 버텨봐야 너희한테 득이 될 게 없어. 그러니까 삼촌 말만 들으면 좋았잖아? 삼촌이 가주가 되어도 너희를 가문에서 내쫓지는 않을 거야. 성재 네가 다치면 나도 마음이 안 좋다고!”말을 마친 그는 의자를 끌어다가 앉아서 싸움을 관람했다.처음에는 확신이 없었는데 차성재가 다쳐서 이제 이길 자신이 있었다.‘음양듀오를 데려오길 잘했어. 나머지 놈들로 백날 싸워봐야 저 둘을 못 이긴다니까!’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았다.“날도 늦었는데 빨리 결정해. 너희가 내가 가주가 되는 것을 반대만 하지 않고 앞으로 내 말에 따르겠다고 약속하면 이 싸움을 끝나게 해줄게.”차성재는 다친 몸으로도 굴복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갔다. 그는 차성호의 제안을 차갑게 거절했다.“꿈 깨시죠!”“쯧쯧… 어른 말을 이렇게 안 들어서야… 그럼 어쩔 수 없구나. 고생 좀 할 거야!”차성호는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쾅!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차성재와 미소년의 결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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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자신의 내공으로 공격을 막아내면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 그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한편, 차성재는 다가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한소은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가 끼어들어서 도움을 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언제 실력이 이렇게 일취월장한 건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바짝 긴장한 눈으로 싸움을 바라보는 차성호가 보였다. 그도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의기양양한 미소는 사라지고 의자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고작 저런 어린 계집애 하나 못 잡아? 그 실력으로 어떻게 돌아가서 가주 얼굴을 보려고!”조급해진 차성호가 음양듀오를 닦달하기 시작했다.차성재는 숨을 가다듬고 차성호에게 손을 뻗었다.“성… 성재야!”차성호는 엉거주춤 일어나서 뒤로 물러서다가 의자에 다리가 걸려 뒤로 몸이 쏠렸다.차성재는 쓰러지는 차성호의 팔을 잡아 힘껏 당겼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당장 멈추라고 하세요!”“네가 감히! 나 네 삼촌이야!”당황한 차성호가 소리를 빽 질렀다.“삼촌?”차성재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얼음장같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한데 나한테 삼촌은 없어!”“성재 너….”“당장 저것들 보고 멈추라고 해. 모가지 부러뜨리기 전에!”말을 마친 차성재는 손에 힘을 주었다.차성호는 숨이 막혀서 허덕였다. 차성재는 그의 경부 동맥 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정말 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계속 고집을 부리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차성호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멈춰!”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는 자는 없었다. 미소년 백영의 동작은 더욱 빠르고 잔인해졌다. 다쳐서 바닥에 쓰러졌던 흑막까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투에 끼어들었다.한소은이 둘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멈추라고! 내 말 안 들려? 그만하라고!”조급해진 차성호가 고래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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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차성재도 이 상황을 의식했는지 손에 힘을 풀었다. 지금 차성호를 인질로 잡고 있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차성호의 목숨은 저들에게 위협이 아니었다. 차성호에게는 저들을 통제할 힘이 없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표창을 보고 놀란 차성호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망연자실했다.차성재가 손을 풀자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에 충격적인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조금 전 표창이 제대로 박혔으면 그는 진작 승천했을 것이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표창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목을 향해 날아들던 그 아찔한 광경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소리를 낼 용기가 없어서 결투가 벌어지는 쪽으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세 사람은 여전히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소은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여유롭게 응대하고 있었다. 10분이 지나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음양듀오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까 이미 큰 부상을 입은 흑막은 바닥에 쓰러진 채 꿈쩍도 하지 못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백영이 앙칼진 목소리로 물었다.“가서 너희들 가주한테 전해. 욕심부리지 말고 처신 잘하라고!”한소은이 냉랭하게 말했다.둘은 차성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서로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녀를 힐끗 쏘아보고는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적이 사라지자 한소은은 느긋하게 차성호의 앞으로 다가갔다.“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너….”차성호는 그녀가 음양듀오를 때려눕히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항상 여리기만 하던 어린 계집애가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걸까?“너 괜찮아?”차성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어디 다치지도 않았고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 몸에서 기가 들끓고 있었지만 아직 통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무시하기로 했다.차성재 역시 그녀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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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아닌지 맞는지 대답만 하세요!”한소은은 손을 들어 그의 멱살을 잡고 그를 죽일 듯이 쏘아보며 다시 물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차성재는 그녀의 무지막지한 힘에 놀랐다. 그가 뭐라고 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아까 싸우면서 떨어진 그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다가가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조금 깨지기는 했지만 쓸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잠시 상대의 말을 듣고 있던 차성재가 복잡한 표정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차성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참 오랜 시간을 공들여 세운 계획이었는데 어린 조카 손에 모든 일을 망칠 줄은 몰랐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너를….”그는 말끝을 흐리며 격렬하게 기침했다.그리고 그때, 통화를 마친 차성재가 한소은에게 다가왔다.“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어. 부검 결과가 나왔대.”한소은은 숨을 죽이고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심정을 알기에, 차성재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최종 부검 결과는 할아버지가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나왔어. 자연사래. 타살이 아니라.”한소은은 물론이고 차성호마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자연사였어? 자연사? 하….”차성호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쓰러졌다.충격에 빠진 한소은은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나도 믿기 힘들지만 이게 사실이야. 부검 결과서는 언제든 가서 확인해도 좋대. 너….”차성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차성호가 한소은이 어르신을 독살했다고 몰아가고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그들은 이것이 누군가가 짠 치밀한 음해라고 단정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 힘들고 수상했지만 그들은 모두 범인을 속으로 단정 짓고 최종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타살이 아니라니. 독에 당한 게 아니라 자연사였다니! 그럼 이제껏 했던 일은 뭐가 되는 걸까? 헛웃음이 나왔다.“하하하… 자연사… 하….”차성호는 바닥을 뒹굴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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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한소은은 호텔로 돌아갔다.최근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저택에서 잠을 자기 불편했다. 저택 곳곳에 그녀의 어린 시절 흔적들과 외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힘들었다.한때 그녀는 자신과 외할아버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신 뒤에야 자신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게 되었다.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외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면서 그녀는 항상 그의 엄격함에 불만을 가졌었다. 성인이 된 뒤에야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만약 무공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수없이 많이 다치고 아팠을 것이다.그런데 이제 외할아버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그래서 외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누구보다 진심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런데 그게 전부 헛수고였고 결국 자연사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복수의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아직도 안 자요?”샤워를 마치고 나온 김서진이 침대에서 멍때리고 있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그녀는 두 팔로 다리를 감싸고 턱을 무릎에 괴고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김서진은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녀를 알고 지금까지 이토록 힘없는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노형원과 사이가 깨지고 오갈 데 없이 그에게 거래를 제안하러 왔을 때도 이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이 아니었다.김서진은 타올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침대에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사실 소은 씨에게도 차씨 가문에도 가장 좋은 결과잖아요.”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그도 무척 당황스러웠다.오랜 시간 조사하면서 범인을 비난하고 미워했는데 이런 결과일 줄이야.지금 생각해 보면 차성호는 그냥 어르신의 죽음을 이용해서 권력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들이 부친을 살해한 사건이 아니라서 차씨 어르신에게도 잔인한 결과는 아니었다.한소은도 당연히 이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슬픈 건 어쩔 수 없었다.감정이라는 건 머리처럼 마음대로 통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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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한소은은 자신의 하얗고 가는 팔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중요한 순간에 체내에서 퍼지던 에너지 때문에 그녀도 순간 당황했었다.상황이 하도 긴박해서 다른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지 못했지만 그녀 자신은 경과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흑막과 대치할 때 그녀는 별로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흑막이 더 강했다.어릴 때부터 무예를 수련했지만 그건 그냥 호신용이었고 외할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배운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녀도 잘 알지 못했다.성인이 될 때까지 그녀는 사형제들과 차성재하고만 가끔 대결을 했다. 하지만 거의 적당히 서로 주고받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한소은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대학에 입학한 뒤로는 별로 수련하지도 않았다.최근에 주먹을 들었을 때는 프랑스에서 납치당했을 때였다. 그때도 조금 놀랐는데 아마 위급한 상황에 신체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잠재적인 재능이 또다시 업그레이드된 걸까?“무슨 생각해요?”약을 다 바른 김서진이 멍하니 있는 그녀를 보고 물었다.“성재 오빠가 차성호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혈연관계만 따지면 차성호는 그녀의 외삼촌이자 차성재의 삼촌이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그는 가문에서 내쫓겼고 이렇게 큰 사건을 일으켰으니 쉽게 용서할 수도 없었다.외할아버지도 중독으로 사망한 게 아니니 형사사건으로 처리할 수도 없고 차성호도 법의 심판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이는 차씨 가문의 집안일이 되어버렸다. 외부인을 데리고 차씨 가문에 쳐들어와서 가주의 자리를 강탈하려 한 것이니 집안일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지금 차성재가 그를 잠시 가두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할까?“차성재 씨라면 아마 차성호를 다시 외국에 내보낼 것 같네요.”잠시 생각하던 김서진이 말했다.“그냥 외국에 쫓아 보낸다고요?”“그것 외에는 딱히 벌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죽일 수도 없고.”김서진이 웃으며 고개를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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