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무서운데, 당신은 절 매일매일 봐도 두렵지 않나요?”그는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고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이마를 대고 말했다.그가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자 한소은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우울한 마음도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았다. “무서울 게 뭐 있어요. 당신이 절 잡아먹기라도 할 건가요?”“안 무섭다고요?” 그는 그녀의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무섭지 않아요!”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안 먹어본 것도 아니고!”“...”그녀는 입에서는 오그라드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볼은 이미 붉게 물들었다.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바로 한입에 잡아먹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그는 솟아오르는 욕망을 억누르고 이마에 입맞춤을 한 뒤 말했다. “때로는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이 훨씬 쉽고,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 때가 있어요.”한소은은 그의 말을 듣자 침묵했다.그렇다. 그런 욕심을 가진 차성호를 영원히 소성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한다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 영원히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정말 가장 큰 고통이라 할 수 있다.거의 살인과 같은 효과라고 할 수 있다.과연 그는 정말 잔인하다!“좋아요, 요즘 힘들었으니 빨리 쉬고 몸 좀 추스르세요. 외할아버지 잘 모신 후에 강성으로 돌아가요!” 그는 이부자리를 정리한 뒤 그녀를 눕히면서 말했다.“네.”여기 일은 거의 다 정리가 되었고 차 씨 가문은 이미 차성재가 관리하고 있다. 차성호도 더 이상 날뛸 수 없을 것이고 차국동도 이미 기력이 쇠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그녀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다만...오늘 그 두 사람을 생각하니 여전히 두려웠다.비록 이번에는 그녀가 승리했지만 그들이 여기서 멈출지 다시 시작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녀는 ‘음양듀오’라는 말을 들었고 그들이 우 씨 가문에서 활약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이 그들 자의에 의해서 벌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는데 네가 잘 하고 있다고 들었다.” 서재에서는 윤중성의 만족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애써 데려온 게 헛되지 않은 것 같구나.”문 밖에 있던 윤설아는 걸음을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고 윤중성도 그녀가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아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아빠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윤소겸의 의기양양한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가 경영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만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성과를 내보이겠어요. 회사에 있는 노인네들의 눈에 들 수 있도록 할게요.”윤설아는 그의 말을 듣고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그가 말하는 우수한 성적은 자랑할 만한 성적도 아니었다. 그의 학력은 아버지가 외국에 돈을 발랐을 뿐이지 그의 성적과는 관련이 없었다. 게다가 실제 경영은 매우 복잡했고 하루 이틀 만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게다가 윤중성은 편애가 심하고 자기 아들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쳐서 그의 말에 지나치게 귀를 기울인다. 아예 판단력이 흐려져있다.그래도 상관없다. 이렇게 동생이 바보 같을수록 그녀가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윤소겸은 이어 말했다. “그래도 아빠 저 조금은 걱정돼요. 아시다시피 회사의 그 노인네들은 모두 큰아버지 편이에요. 모두 고지식하고 제가 두 번이나 떠봤는데 제가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제 편에 서줄 것 같지 않아요. 게다가 큰아버지에게도 아들이 한 명 있는데 회사가 저희 것이 될 수 있을까요?”그래도 마냥 멍청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자신의 경쟁상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사실 이것은 윤설아의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이쪽은 자신이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해도 큰아버지 쪽은 통제하기 쉽지 않다. 그녀는 준비를 잘 해놓았고 만약 때가 된다면 그녀가 준비한 수단을 써야 할 수도 있다.그녀가 속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방 안에서는 윤중성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지금 큰아버지는 점점 건
“엄마, 언제 왔어?” 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고 나서야 그녀가 물었다. “얼마 안 됐어.” 요영 여사는 평온하게 말했다. 그녀는 술 진열대로 가서 한 병을 고른 다음 두 개의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딸에게도 앉으라고 말을 한 뒤 두 잔에 술을 따랐다.윤설아는 자연스럽게 앉아 잔을 든 뒤 가볍게 흔들었다. 그녀는 잔 속에서 붉은 액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엄마, 나 그동안 너무 억울한 일들을 겪었어.” 윤설아가 말했다.“억울한 게 너뿐이겠니.” 그녀와 반대로 요영 여사는 단숨에 술을 들이키고 빈 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참을성이 없어서 그렇다. 미안하다.”“엄마, 그렇게 말하지 마!” 윤설아는 그녀의 등을 손바닥으로 치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아직 상황이 최악이 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해.”“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 사생아를 집으로 들였잖아!” 그녀는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잔을 세게 쥐었다. 그녀는 은퇴하고 집에 돌아온 후 오랫동안 윤 씨 가문을 위해 일했다. 자신의 미모와 수완으로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부잣집 사모님으로서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윤중성은 결코 안정된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와 지낸지 얼마되지 않아 바깥에서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사생아까지 낳아서 왔다.그녀는 줄곧 참았지만 이제는 그 사생아마저 집으로 들여와서 매일매일 그녀를 방해하고 있다.“엄마, 우리 힘을 합치기로 했잖아. 왜 또 화를 참지 못하는 거야.” 윤설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심해. 저 부자는 오래가지 못할 거야.”“난 하루도 보고 싶지 않다. 너도 알잖아. 그 여자가 지금 밖에서 윤 씨 가문의 부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걸. 오늘도 밖에서 액세서리 사러 갔다가...”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정말 내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야!”“너도 네 오빠 일에 대해서 알고 있잖아. 걔를 위해서라도,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나는 내
“엄마, 너무 화내지 마. 그 여자가 아무리 의기양양하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일 거야. 평생 윤 씨 가문 부인의 자리에 오를 생각 못 하도록 할게.”그녀는 심오한 눈빛을 하고 나지막이 말했다.요영 여사는 어리둥절했다. “설아야, 너 뭐하려고 하는 거야? 네가 건드리려고 하지 마. 너도 네 아빠 잘 알잖아...”윤설아가 그녀를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를 건드린다면 남편은 자신이 지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그럼 많은 시간 동안 그의 앞에서 행동했던 관대함, 그 사람 앞에서 꾹 참아왔던 모든 것들이 소용없어진다. 그녀는 사소한 일로 큰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윤설아가 말한 것처럼, 잠시 화를 참으면 결국 윤 씨 가문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승리하는 것이다.“엄마, 걱정하지 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우연히 어떤 사고가 날 수도 있잖아?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녀는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참, 요즘 큰아버지 건강 안 좋아? 최근에 큰아버지 보러 간 적 있어?”요영 여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두 번 갔다 왔는데 큰어머니는 안정이 필요하다고만 하시고 큰아버지는 보지 못했어. 왜?”“아니야. 방금 아빠 말 들어보니 큰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셔서.”그녀도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버지가 말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만약 위독하지 않다면 이렇게 숨길 필요가 없다.“뭐라고?!” 요영 여사는 매우 놀랐다. “그럴 리 없어! 만약 정말 위독하시다 하더라도 회사와 가문의 일은 어떻게 해서든 처리해야 해. 근데 큰어머니 만나러 갔을 때 그런 움직임은 없었어!”“설마 이미 많이 위독하신 건가?” 윤설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엄마, 윤최웅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 실종된거야?”“그것도 네 아빠가 한 말이야?”윤설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친구 측에서 알려준 거야. 윤최웅이 실종돼서 큰아버지도 병에 걸리셨다고. 원래
노형원이 일어나기도 전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그는 졸린 눈, 헝클어진 머리에 하품을 하며 커피를 가지러 갔다. “뭐가 이리 급하길래 그래. 회사에서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집까지 찾아와야 해?”윤설아는 발 밑에 있던 물건을 차며 그의 집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좀 집 좀 치우고 살아라. 사람이 온다 하면 치워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게 다 뭐야!”“누구 보고 치우라고 해? 어차피 나 혼자 사는데 누가 본다고 그래!”그는 소파에 누운 채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네 마음대로 해.”윤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 바퀴 돌아본 뒤 의자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차성호가 갇혔대, 들었어?”“네가 그 말 할 줄 알았다.” 노형원은 손가락으로 윤설아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침착해, 침착해.”“넌 정말 침착하구나. 애초에 누가 나한테 안심하라고 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깊은 불만이 담겨 있었다.원래 차성호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었고 그를 지지했다.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힌 다음 한소은을 끌어내리려 했지만 실패하였다.한소은은 왜 이렇게 능력이 뛰어난 거지? 만약 2년 전이었으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이름이 점점 더 많이 들려온다. 그녀는 한소은이라는 이름이 윤소겸보다 백 배, 천 배 더 싫다.“이건 일이잖아. 어떻게 실패가 없을 수 있겠어.” 노형원은 여전히 나른한 모습을 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기본적인 소식만 들었을 뿐 그날 차 씨 가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 차성호가 데려갔던 사람도 지금 종적을 감췄대. 뭔가 이상하지 않아?”“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난 결과가 중요해. 결과! 노형원, 네가 나한테 약속했던 결과는?!”윤설아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결과가 중요하다고 해도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잖아.” 노형원은 천천히 다리를 내린 다음, 자세를 고쳐 앉고 커피를 내려놓은 뒤
노형원에 비해 윤설아는 그 가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누가 윤 씨 가문의 권력 쟁탈전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 노형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무슨 뜻이야?”“내 말은 차성호가 이렇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거야.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걸.” 노형원은 차성호를 조사하면서 그에 대한 이해를 마쳤다.가문에서 추방당한지 오래됐고 그만큼 원망도 매우 클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문으로 돌아와 그렇게 큰 소란을 일으켰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패배를 쉽게 인정하겠는가.윤설아는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차성호를 믿어? 계속 그 사람을 믿고 가겠다고? 차라리 차성재를 끌어들이는 게 가능성이 더 높겠다.“그 사람을 계속 믿는다는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그는 손에 있던 담배를 끄며 말했다. “당분간은 차 씨 가문 안에서 가만히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지금은 우리에게 좋은 시기야. 이미 사람을 써서 한소은이 향초에 독을 넣었다고 전달했어. 아마 곧 조향계에서 퇴출될 거야. 한소은이 조향계에서 퇴출될 때쯤 우리 향수도 출시될 거야.”“뭐가 그리 좋은 건데?” 윤설아는 그가 웃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우리 회사의 향수가 잘 팔렸으면 좋겠어, 안 팔렸으면 좋겠어?”“잘 팔린다고 해도 네 성과로 인정 안되잖아. 근데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사실 윤소겸을 부사장으로 앉히려고 한 것은 이러한 이유였다.모든 일에는 항상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가 아무리 자신감이 있고, 자신이 하는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만약 판매 실적이 부진하거나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다면 모든 책임을 그 부사장에게 돌리면 된다.노형원도 그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크게 신경 쓰지 마. 네가 뭘 해도 상관없는데 내가 하는 큰 일만 망치지 마!”윤
법의학자의 감정은 권위적이었고 외할아버지의 사인에 대한 의문도 없어서 곧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일이 끝난 후 한소은은 차성재와 차성호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뜻밖에도 그녀가 다시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이번에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어디서 세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이었고 비록 짧지만 그녀가 어떤 향료에도 독소를 첨가할 수 있다고 말한 게 녹음되어 있었다.순식간에 온 인터넷이 시끄러워졌고 그녀는 계속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한때 네이버가 마비될 정도로 여파가 컸다.중요한 것은 이 일을 매우 많은 대중들이 알았다는 것이다!조향사로서 이렇게 마음대로 향료에 독을 넣을 수 있다면 아무도 그녀의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향수에 독이 들어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이 일은 순식간에 번졌고 김서진은 열기를 가라앉히고 실시간 검색어를 통제하려고 했지만 한소은이 이를 저지했다.“이 일은 분명 계획된 것일 거예요. 일이 커져서 대중들이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당신이 실시간 검색어를 통제하려고 한다면 더 큰 반발을 일으킬 뿐이에요. 그냥 제가 몇 억 정도 손해본 다고 생각하고 어차피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으니 놔두세요. 돈도 안드는 일이니 이대로 두죠.”“...”그녀는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한소은이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은 신생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심지어 환아에도 영향이 갈 수 있어요. 죄송해요.”“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곧 진정될 거예요.”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김서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손바닥에 얹은 뒤 가볍게 말했다. “또 바보 같은 소리네요! 당신과 저는 한 몸인데 연루된다고 하더라도 제가 신경이나 쓰겠어요?”“...”말투는 좀 거만했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자본이 있다.그는 환아의 대표로서 모든 일을 겪었었다. 이런 작은 일은 그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
김서진은 전화를 받으러 갔다. 스피커폰을 키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환아 본사에서 온 전화였고, 최근 매장 카운터로 반품하겠다는 고객들이 너무 많이 온다는 내용이었다. 사용한 적이 있든 없든, 산지 얼마나 됐든 간에 고객들이 반품해달라고 소란을 피운다고 한다. 만약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그런 일까지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홍보팀은 놀고 있어?” 그는 냉담하게 말했다.그는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환아의 사업은 방대했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번 일은 홍보팀의 일이었고 홍보팀 쪽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 만약 모든 일을 다 물어본다면 그 대표는 정말 쉴 새 없이 일만 하다가 과로로 사망할 것이다.그가 화를 낸 것은 아니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나오는 차가운 기운에 전화 너머의 상대는 자신도 모르게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 홍보팀에서 이미 해결했는데 특수한 상황이라... 소은 아가씨가 연루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대표님의 의견을 물어보고...”당연히 홍보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의견을 묻는 이유는 이 방법이 또 한소은과 연루될까봐 두려운 것이다.“대표님...”전화 너머에서 잠시 뜸을 들인 뒤 빠르게 말했다. “홍보팀에서는 소은 아가씨가 잠시 쉬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미 관심이 집중되었기에 소은 아가씨 본인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매장 카운터에는 이미 사람을 보내 조정하고 있고 저희도 관련 부서를 찾아 적합한 감정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언론에도 연락하여 이 문제에 대한 브리핑을 준비하여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사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이 해결 방법은 괜찮은 편이다. 만약 김서진과 한소은이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면 한소은을 쫓아낸 뒤 모든 결과를 책임지게 할 것이다.왜냐하면 그녀의 개인적인 발언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이미 방법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 빨리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