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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한소은은 호텔로 돌아갔다.

최근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저택에서 잠을 자기 불편했다. 저택 곳곳에 그녀의 어린 시절 흔적들과 외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힘들었다.

한때 그녀는 자신과 외할아버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신 뒤에야 자신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외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면서 그녀는 항상 그의 엄격함에 불만을 가졌었다. 성인이 된 뒤에야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만약 무공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수없이 많이 다치고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외할아버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누구보다 진심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런데 그게 전부 헛수고였고 결국 자연사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복수의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

“아직도 안 자요?”

샤워를 마치고 나온 김서진이 침대에서 멍때리고 있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는 두 팔로 다리를 감싸고 턱을 무릎에 괴고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서진은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녀를 알고 지금까지 이토록 힘없는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노형원과 사이가 깨지고 오갈 데 없이 그에게 거래를 제안하러 왔을 때도 이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이 아니었다.

김서진은 타올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침대에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사실 소은 씨에게도 차씨 가문에도 가장 좋은 결과잖아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그도 무척 당황스러웠다.

오랜 시간 조사하면서 범인을 비난하고 미워했는데 이런 결과일 줄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차성호는 그냥 어르신의 죽음을 이용해서 권력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들이 부친을 살해한 사건이 아니라서 차씨 어르신에게도 잔인한 결과는 아니었다.

한소은도 당연히 이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슬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감정이라는 건 머리처럼 마음대로 통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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