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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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네가 오해한 거야. 널 배신해서 나한테 좋을 일이 뭐가 있어? 예전에 이미 얘기가 다 됐었잖아.”차성호의 매서운 추궁에도 차국동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조급한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기다린 세월이 있는데 며칠을 더 못 기다려? 내가 이 나이에 슬하에 자식도 없는데 어차피 내가 가진 건 전부 네가 물려받을 거잖아.”차성호는 음침한 눈빛으로 차국동을 노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걸 아시면 됐어요. 둘째 삼촌, 제가 감히 충고 한 말씀 드리자면 이상한 생각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비록 영감한테 내쳐져서 폐인이 된 신세지만 제가 데려온 사람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차씨 가문은 조용한 걸 좋아하잖아요? 정말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저도 가족을 다치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차국동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래도 가족인데 왜 싸울 생각부터 해.”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곧 다가오니 사람들을 설득할 만한 증거를 내놓아야 하지 않겠니. 어르신들이야 집안일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만 어쨌든 형식적인 절차라도 필요하잖아.”“그건 둘째 삼촌께서 대답한 일이니까 둘째 삼촌이 해결하셔야죠.”차성호는 차국동을 도울 마음이 전혀 없다는 듯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한 가문의 수장 노릇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요?”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휴….”차국동은 뭔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했지만 차성호는 이미 방을 나선 뒤였다.그는 씁쓸한 눈빛으로 텅 빈 문가를 바라보았다.차국동의 저택을 나온 차성호는 바로 차를 운전해 어딘가로 향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물론 차국동 몰래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밖에서 방랑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히든카드를 무조건 쥐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차국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도 않았다.차는 황폐한 길을 질주했다.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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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노형원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상대가 텃세를 부릴 거라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었다.그를 힐끗 바라본 차성호는 노형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담배 연기를 정통으로 맞은 노형원은 기침을 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귓가에 오만하고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었어?”연신 기침을 한 노형원은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네, 접니다! 차 선생님은 제가 온 게 별로 마음에 안 드시나 보죠? 그렇다면 제가 가진 것도 흥미가 없겠네요. 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노형원이 뒤돌아서려는 순간.“거기 서!”차성호의 불쾌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차성호는 상대가 일부러 밀당을 한다고 생각해서 불쾌했지만 노형원이 미련 없이 돌아서서 차에 시동을 걸자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노형원의 차를 가로막고 소리쳤다.“멈춰!”끼익!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서자 차를 가로막고 있던 차성호가 살짝 비틀거렸다.차성호는 잔뜩 똥 씹은 표정으로 운전석의 노형원을 쏘아보았다.노형원이 냉소를 머금고 물었다.“다른 볼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나랑 거래를 하러 왔으면 허세 그만 부리고 내려서 이야기하지!”차성호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노형원이 대수롭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먼저 성의를 보였는데 차 선생님께서 제 성의를 거절하셨잖아요. 서로 볼 일도 없는 것 같아서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지금 어떻게든 확실한 증거를 잡아서 가문의 대권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차 선생님이잖습니까?”차성호는 노형원을 뚫어지게 쏘아보며 차갑게 물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협박까지는 아니고 그냥 충고 한 말씀 드리자면 어차피 거래를 하러 나온 이상 우리는 평등한 관계라는 겁니다. 하지만 차 선생님은 오히려 저한테 허세를 부린다고 모함하셨죠. 저는 차 선생님한테 그에 맞는 예의를 취했으니 차 선생님께서도 저한테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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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소은이 그 계집애랑 사귄 적 있다는 소문은 들었네. 소은이 그 계집애한테 한 방 먹었다면서?”차성호는 여유만만한 얼굴로 노형원을 아래위로 훑더니 말했다.아무런 사전 조사도 없이 무작정 이곳에 온 건 아니었다. 노형원에 관해 필요한 정보는 이미 조사를 끝낸 뒤였다.하지만 노형원과 윤씨 가문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노형원이 윤씨 가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가 어떻게 그 많은 빚을 탕감하고 재기에 성공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차성호의 관심 밖이었다. 그가 관심 있는 건 노형원이 진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인지 정도였다.“해외에 오래 머무셨다고 들었는데 국내 소식도 빠삭하시네요.”노형원이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차성호의 자칫 무례한 발언에도 전혀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았다.“맞아요. 제가 오늘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조카분 덕분이죠. 솔직히 사건 사고가 없었으면 차 선생님께 외삼촌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겠네요.”차성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나한테 도움을 주면 앞으로 진짜 가족이 될 수도 있겠지.”그 말은 노형원이 실질적인 도움만 준다면 앞으로 한소은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돕겠다는 뜻이었다.노형원이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아니요. 오해하셨습니다.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어요. 한소은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이번에는 차 선생님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게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뒷배도 없고 인맥도 좁은 편이라 권력을 잡기 조금 힘드네요. 앞으로 차 선생님께서 저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아예 대윤 그룹을 집어삼킬 생각인가?”차성호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노형원이 야심가인 줄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욕심이 많은 자일 줄은 몰랐다.‘배포가 큰 녀석이네!’대윤 그룹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이다. 그가 알아본 바로 노형원은 소형 프로젝트의 담당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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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차성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시간만 낭비했다고 투덜거리며 뒤돌아섰다.“차 선생님, 이게 아무나 만들 수 있는 모조품이랑 같다고 생각하세요?”등 뒤에서 노형원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이거 한소은 본인한테 감정을 받아도 알아챌 수 없을 겁니다.”걸음을 멈춘 차성호가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애초에 쉽게 믿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노형원은 느긋하게 다가가서 박스를 앞으로 내밀었다.“저랑 한소은은 5년 가까이 연인관계였어요. 그래서 한소은의 습관이라든가 향을 만들 때 쓰는 재료들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이 모조품은 장인을 찾아 한소은의 습관과 레시피를 정밀하게 분석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기계로 감정해도 전혀 문제없어요.”아직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지만 자신감에 찬 상대의 얼굴을 보자 차성호의 짜증도 조금은 누그러들었다.“그게 사실인가?”“아직 이틀이나 더 있잖아요. 가져가셔서 따로 감정을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감정할 때 주의해 주세요. 위험한 물건이니까요!”노형원은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차성호는 그제야 박스를 받아 가까이에 가서 냄새를 맡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로는 독성이 퍼지지 않아요. 어르신도 만성 중독이라고 하셨잖습니까.”노형원이 말했다.그는 한소은이 만든 향초의 냄새를 맡아본 적 있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일단 냄새는 똑같았다. 하지만 죄를 입증할 증거이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감정은 필수였다.“아직 사용하지 않은 향초들도 이것으로 바꿔주세요. 수량은 넉넉하게 맞춰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있기는 한데….”노형원은 말끝을 흐리며 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이게 뭔가?”“향초 하나로 한소은을 제거할 수 있지만 차성재까지 치워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한소은이 혼자 복수심에 저지른 일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도움이 될 겁니다.”말을 마친 노형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돌아가서 확인해 보시면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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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여긴….”차가 멈춰서자 한소은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공사가 중단된 놀이공원이었다. 설마 이런 곳에 놀러 오려고 여태 뜸을 들였던 건가? 아무리 기분전환을 시켜주기 위해서라지만 그녀는 지금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 따위 없었다.“이제 재미난 연극이 펼쳐질 거예요.”아리송한 말을 내뱉은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거대한 관람차를 향해 걸었다.한소은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 걸었고 서한도 차에서 내렸다. 서한은 그들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한소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서진에게 이끌려 높은 관망대로 올라갔다.한때는 대형 놀이공원을 꿈꾸며 공사했던 곳 같은데 공사가 중단되어 이도 저도 아닌 어수선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하지만 다행히 구조는 튼튼해서 사람이 밟고 올라가도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김서진이 말한 재미난 연극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관망대에 올라서자 넓게 펼쳐진 허허벌판이 보였다. 짓다 만 건물도 있었지만 시선을 막을 정도는 아니어서 멀리까지 훤히 내다보였다.한소은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자 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직 연극이 막을 올리기 전이니까 조급해하지 말아요.”그녀의 생각을 읽은 김서진이 부드럽게 말했다.그는 관망대에 있는 긴 벤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앉아서 풍경이나 감상하는 것도 좋겠네요.”그는 들고 온 가방에서 텀블러 하나와 박스 하나를 꺼냈다.텀블러 뚜껑을 열자 은은한 커피 향이 풍겨왔다. 박스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쿠키가 들어 있었다.차에 내릴 때부터 가방을 챙기기에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 궁금했는데 자신을 위한 간식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대체 이런 건 언제 다 준비한 걸까?“연극 보는데 간식이 빠질 수는 없죠.”그는 종이컵에 따뜻한 커피를 부어서 그녀에게 건넸다.“마시기 딱 좋은 온도예요.”한소은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종이컵을 건네받았다.“이따가 알게 될 거예요.”그렇게 그들이 커피를 반쯤 마시고 쿠키도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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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한소은은 그 사람이 움직이자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이 거리에서는 상대가 우리를 볼 수 없어요.”침착하게 자리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서진이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한소은은 그를 힐끗 보고는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다.“이렇게 먼 곳에서 무슨 연극을 구경해요? 제 시력을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김서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짙어지더니 그녀에게 무언가를 건넸다.“인간의 시력은 한계가 있지만 인간은 도구를 쓸 수 있잖아요.”고개를 숙여 보니 고배율 망원경이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해 온 것이 틀림없었다!한소은은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는지 투덜거릴 틈도 없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망원경을 집어 들었다.고배율 망원경을 사용하니 상대의 얼굴까지 똑똑히 보였다. 상대를 알아본 한소은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노형원?”‘저 인간이 왜 소성에 왔지? 실종된 거 아니었나?’하지만 나중에 도착한 차량에서는 사람이 내리지 않아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한소은이 온갖 생각을 하는 사이, 드디어 그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둘은 싸우는 건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한소은도 둘의 얼굴을 똑똑히 알아보았다.차성호!김서진이 말했던 대로 재미난 연극이 아닐 수 없었다!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이 두 사람이 은밀히 만났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차성호는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노형원과 손을 잡으려는 거죠? 나한테 복수하려고?”한소은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리다가 이내 말을 바꾸었다.“아니! 만약 차씨 가문을 차지하려는 게 목적이라면 노형원에게는 차성호를 도울 능력이 없어요.”“무슨 목적으로 둘이 손을 잡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둘이 접선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담담하게 말을 마친 김서진은 그녀의 손에서 망원경을 건네받아 멀리 내다보고는 다시 말했다.“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소은 씨가 만든 향초에 독이 들었다고 주장할 것 같아요.”“레시피를 안다고 해도 똑같이 만들어낼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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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그 둘은 한소은 일행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흩어져서 각자 갈 길을 갔다.한소은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이 떠난 텅 빈 공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김서진은 그녀의 어깨를 꽉 감싸 안으며 위로하듯 말했다.“소은 씨가 당했던 거 천천히 되갚아 주면 돼요!”관망대에서 내려오자 언제 돌아온 건지 서한도 차에 돌아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차에 오르자 서한이 말했다.“대표님, 지시하신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그래.”김서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한소은은 그 지시한 일이란 것이 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혔다.그들이 향초로 일을 벌인다면 그녀가 반박하지 못할 그럴싸한 증거를 내밀 것이다. 아마 레시피와 제작 방법 모든 면에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모조품을 내놓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짜는 가짜, 허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환아 소성 지사에 조향 재료와 설비가 있나요?”그녀가 물었다.핸드폰으로 자료를 검색하던 김서진은 그녀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있긴 있죠. 하지만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라 강성처럼 설비가 구전하지는 않아요.”“그렇게 구전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그쪽으로 갈 수 있을까요?”“가능하긴 한데 시간이 충분하겠어요?”그녀가 뭘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차성호의 주장을 반박할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충분해요.”한소은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이미 나왔는데 일은 하고 가야죠. 돌아가서 사람들을 실망시킬 필요는 없잖아요.”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한에게 눈짓했다.“네, 대표님!”서한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돌려 환아 소성 지사로 향했다.거처로 돌아간 차성호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쳤다. 그러고는 컴퓨터 앞에 마주 앉아 USB를 꽂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양손을 비볐다.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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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노형원은 그가 연락할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바로 전화를 받았다.“어때요? 첫 만남에 드린 선물치고는 꽤 마음에 들지 않나요?”“만족스러워. 아주 만족스러워!”차성호가 흐뭇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도대체 이건 어떻게 찾은 거야?”“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비밀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고 관찰하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죠. 차 선생님이 너무 급하게 돌아오셔서 그렇지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계획했으면 이런 문제는 손쉽게 발견했을 겁니다.”그는 차성호의 질문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비위를 맞춰주었다.아니나 다를까 차성호도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좋아! 이제 우리는 친구 겸 파트너일세!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앞으로 자네 일은 나도 발 벗고 돕겠네.”차성호의 호언장담에 노형원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잠깐. 이 자료들은 나 말고 누구한테 건넨 적 있나?”차성호는 뭔가 떠오른 듯, 께름직한 표정으로 물었다.노형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차 선생님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건넨 적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요. 저한테는 더욱 필요 없는 것이죠. 어떻게 이용할지는 오로지 차 선생님께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게 있으면 어떻게 하든 차성재는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겁니다.”“그래. 알겠네.”전화를 끊은 차성호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만약 이 파일을 장로들과 회사 주주들 앞에서 공개하고 차성재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가장 편한 방법이겠지만 살상력이 크지는 않았다.차성재가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면서 비리 임원들을 처벌하고 손실을 어느 정도 복구한다면 주주들의 신뢰는 다시 그에게 갈 것이다.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이 파일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회사 원로급 임원들이었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아마 젊은 시절부터 어르신을 따랐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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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무슨 일이에요?”김서진은 겉보기에 침착해 보였지만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아요?”한소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부주의로 물건을 좀 떨어뜨렸어요.”“소은 씨만 괜찮으면 됐어요.”그는 여기저기 쏟아진 약물들을 힐끗 보고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서한에게 말했다.“여기 정리 좀 해달라고 해.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그러고는 한소은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더 챙길 거 있어요?”“여기요.”그녀의 손에는 작은 유리병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이다.“이제 가도 될까요?”한소은은 약간 피곤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실험실에 반나절이나 틀어박혀 있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담당자들은 간만에 회사를 방문해서 참관도 없이 실험실만 잠깐 쓰고 떠난다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불편하면 오늘은 저택에 돌아가지 않아도 돼요.”차에 탄 김서진이 말했다.소성을 떠나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가 마음먹고 가겠다고 하면 막을 사람이 없었다.아직 소성 차씨 저택에 머무는 이유는 거기 감금당해서가 아니라 한소은을 위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함이었다.“아니요. 그냥 돌아가요.”한소은은 고개를 그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며 말했다. 그가 옆에 있으니 두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오늘 밖에서 자도 편한 밤을 보내지는 못할 거 같거든요.”차성호가 대단한 증거를 찾았다면 당장 공격을 개시하려 들 것이다.흔들리는 차 안에서 그녀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가끔은 핸드폰을 들고 확인하고 다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기도 했다.생각했던 것과 같이 외할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기사 일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재밌는 점은 사망 기사가 중점이 아니라 며칠이나 지난 시점에 사망 기사가 나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사망 소식은 차씨 가문에서 발표한 것도 아니었다.차씨 가문이 무슨 이유로 가문 큰 어른의 사망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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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비웃음과 슬픔이 뒤섞인 미소였다.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편히 잠드시게 하려면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어쨌든 차씨 가문의 일이고 그녀에게는 가족이니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때 손등에서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보니 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주저하지 말아요. 외할아버님도 가문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네.”한소은은 그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했다. 저택에 도착하면 폭풍우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차씨 가문 저택.차가 저택에 도착했다. 거실 전체에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전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갑고 무거운 기운이 흘렀다.한소은은 김서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상석에 앉은 차국동은 김서진을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겉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그의 표정을 본 한소은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차국동과 차성호 둘 다 김서진의 존재를 불편해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외부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신분과 지위 때문에 함부로 내쫓지는 못하니 목 안에 박힌 가시처럼 불쾌할 것이다.김서진이 여기서 버티고 있지 않았다면 한소은은 자신의 처지가 지금보다 훨씬 처참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늦은 시간에 쉬지도 않고 저 기다리신 거예요?”그녀는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며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들어올 때 차성호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차국동의 손을 빌어 그녀를 제거하려는 걸까?“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기사에 났어. 알고 있었니?”차국동은 한소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알죠. 제가 기사를 내보냈으니까요.”한소은은 태연하게 소파에 앉으며 피곤하다는 듯이 목을 마사지했다.차국동은 그녀가 이렇게 쉽게 인정할 줄은 몰랐는지 살짝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사실 기사가 소성이 아닌 강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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