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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차성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시간만 낭비했다고 투덜거리며 뒤돌아섰다.

“차 선생님, 이게 아무나 만들 수 있는 모조품이랑 같다고 생각하세요?”

등 뒤에서 노형원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한소은 본인한테 감정을 받아도 알아챌 수 없을 겁니다.”

걸음을 멈춘 차성호가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쉽게 믿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노형원은 느긋하게 다가가서 박스를 앞으로 내밀었다.

“저랑 한소은은 5년 가까이 연인관계였어요. 그래서 한소은의 습관이라든가 향을 만들 때 쓰는 재료들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이 모조품은 장인을 찾아 한소은의 습관과 레시피를 정밀하게 분석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기계로 감정해도 전혀 문제없어요.”

아직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지만 자신감에 찬 상대의 얼굴을 보자 차성호의 짜증도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그게 사실인가?”

“아직 이틀이나 더 있잖아요. 가져가셔서 따로 감정을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감정할 때 주의해 주세요. 위험한 물건이니까요!”

노형원은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차성호는 그제야 박스를 받아 가까이에 가서 냄새를 맡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로는 독성이 퍼지지 않아요. 어르신도 만성 중독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노형원이 말했다.

그는 한소은이 만든 향초의 냄새를 맡아본 적 있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일단 냄새는 똑같았다. 하지만 죄를 입증할 증거이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감정은 필수였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향초들도 이것으로 바꿔주세요. 수량은 넉넉하게 맞춰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있기는 한데….”

노형원은 말끝을 흐리며 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뭔가?”

“향초 하나로 한소은을 제거할 수 있지만 차성재까지 치워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한소은이 혼자 복수심에 저지른 일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도움이 될 겁니다.”

말을 마친 노형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서 확인해 보시면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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