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기를 하고 있었어요.”인내심을 갖고 다시 대답했다. 원철수는 어르신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고, 책상으로 다가가 위에 놓인 노트를 가지고 어르신께 보여주었다.원 어르신은 손을 내밀어 느슨하게 노트를 잡았지만 분명히 아직 힘이 없는 것 같았다.그러자 원철수는 허리를 굽혀 옆에 쪼그리고 앉은 후, 손으로 노트를 들고 어르신의 눈앞에 놓았다.“제가 들게요. 보세요.”원철수가 말했다. 어르신도 사양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노트에는 많은 글씨가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글씨는 단정하고 정연하며, 기록도 매우 상세했다.날짜, 시간, 맥을 짚은 결과, 맥상 분석, 병리 추측, 그리고 일부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모두 적었고, 개인적인 추측은 구분하여 참고만 했다.원 어르신은 이것을 보고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어르신이 보고 있을 때 원철수는 옆에서 설명했다.“저는 요 며칠 동안 매시간마다 할아버지께 맥을 짚어드린 다음 기록을 했습니다. 저는 시간 간격이 너무 짧아서 맥 상이 기본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록하고 싶었습니다.”“아무래도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이전에 만났던 모든 병증과 다르기 때문이니깐요.”“어차피 저는 지금 여기에서 할 일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혹시 무슨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원철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저의 이 방법은... 가장 멍청한 방법이죠.”원철수의 목소리는 좀 허탈했다. 그도 정말 성과를 내고 싶었고, 둘째 할아버지와 가족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그를 어쩔지도 모르게 했다.원 어르신은 고개를 저었고 눈빛엔 다소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아니, 너는 아주 잘했어.”“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어릴 때부터, 둘째 할아버지께서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를 칭찬했다!원철수는 줄곧 자신이 똑똑하고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느꼈고,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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