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991 - 챕터 2000

2414 챕터

제1991화

곧이어 경호원 뒤를 따라온 사람을 확인하고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그녀가 예상했던 사람도 아니었고, 정체를 숨긴 인물도 아니었다.경호원을 따라온 사람은 흰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비슷한 옷차림을 한 두 사람이 더 서 있었다. 그들은 손에 약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의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소은은 할 말을 잃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의사만 보내올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아기가 태어날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으니 정말 아기가 태어난다면 의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나 보다.그렇지 않다면 아마 한소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일부러 의사를 보냈을 수도 있다.의사와 간호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지만, 한소은은 고민만 할 뿐 아무 반응이 없었다.의사는 한소은에게 다가가 두말없이 검사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두 간호사도 구급상자를 내려놓고 의사의 지시를 기다렸다.의사는 구급상자에서 청진기를 꺼냈다. 한소은은 구급상자를 슬쩍 보더니 눈 깜짝 할 사이에 상자 안에서 주사기를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다른 한 손으로 의사의 어깨를 꾹 눌러 잡고 주사기를 의사의 목에 갖다댔다.그녀의 행동이 워낙 빠른 탓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의사는 필요 없어. 당신들 보스 데려와.”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는 비명을 질렀지만, 두 경호원은 오히려 덤덤한 반응이었다.“No,No,No.”의사는 두 손을 번쩍 들며 항복을 표시했다. 그는 자신이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받을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가서 당신들 보스한테 전해. 날 만나러 오라고.”한소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3일간 관찰한 것에 따르면 한소은과 접촉한 사람은 모두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어떤 특수한 교육을 받았든, 아니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안배한 사람이든 한소은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는 사람조차도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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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2화

한소은이 고개를 들어 보니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그녀를 향해 살짝 웃고 있었다.금색 곱슬머리에 파란색 눈, 대충 30대 정도로 보였다.우아한 그의 모습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분명 예의 바른 신사로 여겼을 것이다.그가 온 것을 보고 두 경호원은 즉시 똑바로 서서 인사를 했다.아무도 의사의 생사나 현재의 어수선한 광경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남자가 나타남으로 인해 순간, 모든 상황이 변해버렸다.한소은에게 납치된 의사조차도 더 이상 놀라서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한소은 씨. 안녕하세요. 전 알렉스라고 해요”알렉스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할 줄 알았고, 생각보다 능숙했다.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당신이 이 사람들 보스인가요? 이 조직의 보스?”알렉스는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손을 흔들어 경호원을 방에서 내보냈다.“한소은 씨, 당신도 그냥 저와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잖아요. 무고한 사람들은 그만 놔주죠.”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당신도 무고라는 단어의 뜻을 알긴 아는군요.”한소은은 의사를 놔주고 주사기를 구급상자에 툭 던졌다.구급상자에 던져진 주사기를 보고 의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자기 목을 만졌다.인내심이 다한 듯한 알렉스는 손을 흔들어 의사와 간호사들도 내보냈다.그들은 1초라도 늦으면 목숨을 잃을까 겁나 허둥지둥 물건을 챙겨 방에서 나갔다.한소은과 알렉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밖으로 부랴부랴 나갔다. 하지만 방문은 닫지 않았다. 두 경호원들은 여전히 방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행여나 한소은이 알렉스에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올 기세였다.알렉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소은의 시선은 문밖의 사람들에게 고정되었다.그녀와 밖의 사람들을 번갈아 보던 알렉스가 다시 손을 흔들며 경호원에게 방문을 닫으라 손짓했다.하지만 알렉스의 안전이 걱정된 경호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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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3화

사실 이것들은 모두 한소은의 추측일 뿐이었다.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고 무엇을 하려는 건지 예측조차 할 수 없게 했다.이 점에 대해선 임상언이 한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 조직의 배후 세력은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고 그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대항하기 어렵고 적이 너무 강하다고 해서 손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반항과 몸부림을 포기하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한소은의 성격이 아니다. 개미가 아무리 작아도 힘을 합치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알렉스는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탁탁 치며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조금도 급하지 않은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순간, 한소은은 자신이 너무 조급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되었다.원래, 그녀는 이렇게 조급해하지 말았어야 했었다.다만 3일간의 감금 같은 생활은 한소은의 인내심을 점점 잃게 했고, 평소의 냉정함을 잃게 했다.게다가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외부에 대한 소식은 조금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한소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다.대신 앞의 탁자 위에 놓인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두 사람은 침묵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 겨루어 보는 것 같았다.그렇게 십여 분이 더 지나서야 알렉스는 지팡이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몸을 자연스럽게 뒤로 기댄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한소은 씨, 사실 저는 당신과 오래전부터 약속을 잡았었어요. 다만 당신이 약속을 미루고 또 미루었죠. 그러니 당신이 여기에서 이틀을 더 기다린 것도 공평한 셈이에요.”한소은은 뭔가 이상하다 싶어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알렉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만약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것은 그들의 첫 만남이다.그녀는 알렉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웃는 듯 마는 듯 옅은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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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4화

한소은은 더 이상 이런 무의미한 잡담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사실 마음속으로는 대충 짐작이 갔다.그러나 짐작은 짐작일 뿐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으니, 그건 정확한 사실이 아니었다.알렉스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전 당신의 총명함과 재능을 높이 평가해요. 다만 너무 아쉬워요.”그는 고개를 저으며 무슨 말이 생각난 듯 말했다.“그래도 너무 아쉽지는 않아요. 당신은 더 큰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한소은 씨, 나중에 당신이 세상을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이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모든 사람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알렉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 모르지만, 한소은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알렉스를 비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면, 이 기회를 당신에게 양보할게요. 당신이 완성하는 건 어때요? 제 생각에 당신이 더욱 자랑스럽다 느낄 것 같은데.”그녀가 이렇게 말해도 알렉스는 감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만약 제가 그럴 수만 있다면 더없이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전 조건에 부합되지 않죠. 그러니 그러고 싶어도 전 할 수 없어요. 한소은 씨, 당신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에요. 하늘이 당신을 우리에게 보내 이 영광스러운 사명을 다하게 한 거라고요.”알렉스의 모습에 한소은은 문득 소름이 돋았다. 마치 어떤 신앙을 향한 경건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마치 신앙에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친 신도 같기도 했다. 한소은은 순간 모든 일이,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당신들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무슨 신도 같은 거예요?”한소은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이 하는 일이 종교와 어떠한 연관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알렉스의 반응은 세뇌당한 신도 같아 보였다.“신도?”알렉스는 한소은의 말이 재밌다는 듯 옅게 미소를 짓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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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5화

알렉스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한소은은 순간적으로 하던 말을 멈추었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서로의 눈빛을 계속 탐색했다.알렉스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이전의 상냥했던 얼굴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한소은 씨, 제가 충고하는데,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은 함부로 물어보지 말아요.”말을 마치고 그는 방문 쪽으로 걸어갔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나가버렸다.“제가 그랬죠? R10은 완전히 성공한 게 아니에요. 저를 약으로 쓴다 해도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제 의견을 듣지 않을 생각인가요?”한소은은 한 번 모험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알렉스를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 상대하기 힘든 사람인 건 확실했다.한소은은 그의 약점이 뭔지 몰랐다. 어떻게 그를 자신의 손 안에 두고 쥐락펴락할 수 있을지 몰랐다.실험은 줄곧 베일에 싸인 채로 진행되었고 지금은 R10을 조건으로 그와 흥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알렉스가 이 실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자신의 말을 들어줄 거로 생각했다.알렉스는 문 앞에 서서 잠시 고민하듯 했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젠장.’방문은 다시 닫혔고 방안에는 한소은만 홀로 남아있게 되었다.그녀는 정신이 멍해졌다. 알렉스는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한소은은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한편, 김씨 그룹 빌딩, 맨 위층.넓은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부터 컴퓨터, 태블릿, 핸드폰까지 한가득 놓여있다.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자기기만 가득했다.한편으론 아주 빠른 속도로 회사에 쌓인 일을 처리하고 다른 한편으론 파견된 사람들이 조사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김서진은 벌써 이틀 동안 눈을 붙이지 못했다. 눈은 온통 핏줄로 가득한 모습은 한 눈에 봐도 너무 피곤해 보였다.책상 위의 내선 전화가 울리고, 그가 버튼을 누르자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홍보팀과 마케팅부에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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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6화

원청현의 정원에서 나왔지만 바이러스의 전염병이 얼마나 강한지, 자신의 몸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서진은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최대한 적게 사람과 마주치고 최대한 확산을 막을 수밖에 없다.다행히도 지금까지 안전한 것 같았다. 적어도 그와 접촉 했었던 사람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 김서진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다만, 한소은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그의 인맥으로 제성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한소은이 제성에 있는 이상, 그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의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건 딱 한 가지 가능성뿐이었다.‘설마, 제성에 없는 건가?’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한소은을 제성에서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게다가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한소은을 떠올리자 김서진은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지금 한소은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조차 상상하기 어려웠다.제성을 다 뒤엎어서라도 한소은을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만약 진정기라도 있었다면 일이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그의 부서를 통해 사람 하나 찾는 건 김서진이 직접 사람을 시켜 찾는 것 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정기마저 실종되었다.오랜 생각 끝에 김서진은 핸드폰을 들고 진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날 진가연에게 일단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틀간 너무 바빠서 아직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아직 나이가 어린 진가연은 걱정되어서인지 두려워서인지 김서진에게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진가연이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너머에서 진가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여보세요? 김서진 씨?”“가연 씨, 진 부장은.”순간, 김서진이 멈칫하며 이상하다 싶어 다시 물었다.“어디 아픈 거예요?”“아빠가 왜요? 혹시 아빠 소식 있는 거예요?”진 부장이라는 말에 진가연은 감정이 격해져 목소리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찾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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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7화

진가연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신고했다가 아빠가 더욱 위험해지면 어떡하죠?”전에 진정기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그가 납치된 것일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했다가 납치범에 의해 진정기의 목숨을 빼앗아갈까 진가연은 너무 걱정되었다.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납치범은커녕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만약 정말 납치라면 조건을 제시했을텐데 아무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건 그녀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한편으론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괜히 진정기의 목숨이 위험해질까 두려워 함부로 결정짓지 못했다.“지금으로 봐서는 납치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확신할 수 없어요.”김서진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그의 분석은 이성적이였지만 듣는 진가연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이었다.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조차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그러니 어떻게 상대방이 진정기를 해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지금 확신에 찬 대답을 주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진가연에게 해명할 수도 없게된다.김서진의 말에 진가연은 잠시 침묵했다.사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김서진이 한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그녀는 그저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위로는 그저 마음만 치유될 뿐 현실은 결코 그녀를 위로해 주지 않는다.“알았어요.”진가연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김서진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거의 잊고 있었던 질문을 그녀에게 물어보았다.“잠깐, 혹시 어디 아픈 거예요?”진가연이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그저 감기일 뿐이에요. 전 괜찮아요.”진가연이 괜찮다고 말했지만, 김서진은 별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혹시 열 나나요?”“그걸 어떻게.”진가연은 조금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 난 괜찮아요. 그냥 조금 미열이 있을 뿐이에요. 해열제도 먹었어요. 내일이면 나을 거예요.”이렇게 대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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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8 화

김서진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정원에서 나온 후 수행한 몇 명의 측근을 제외하면 진가연과 가장 가깝게 접촉했다. 사무실의 비서와 접촉했던 거리는 진가연보다 조금 더 멀었다.만약 이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있거나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면 진가연은 감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일 것이다.물론, 이 사실을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다.아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지금으로서는 괜히 이런 말을 했다가 그녀를 공황 상태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아.”김서진의 진지한 말투에 진가연도 생각에 빠졌다. “요즘 알레르기 반응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원래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든요.”김서진은 한 번 더 확인하려 되물었다.“알레르기 반응이요?”“네.”진가연이 대답했다.“몸에 약간 붉은 두드러기 같은 게 생겼지만 간지러움이 덜해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전에도 그런 적 있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라질 거예요.”“그럼 다른 곳은 불편한 데 없었나요?”김서진이 불안해하며 계속 진가연을 추궁했다.진가연은 이번에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없어요. 이젠 정말 없어요. 그냥 감기일 뿐이라니까요. 열도 아주 미열인 정도였어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다시 조심스럽게 김서진에게 물었다.“김서진 씨. 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거예요?”“아니요. 그냥 참고 차원에서 물어본 거예요.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진 부장에 관해서도 계속 조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김서진이 애써 덤덤한 척하며 대답했다.“네.”진가연은 더 묻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나서도 김서진은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애초에 원청현의 정원의 가사 도우미들도 작은 감기 증상부터 시작했었다.김준도 전에 열이 난 적 있었다. 다행히 빠르게 열이 내렸고 다른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나중에 원청현이 검사를 한 후 에야 김준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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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9 화

김서진의 차는 곧 진씨 저택의 입구에 도착했다. 굳게 닫힌 대문을 보며 김서진은 침울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오랫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그는 차 안에 앉아 손가락으로 창문을 탁탁 쳤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이윽고 휴대폰이 두 번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김서진은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가볍게 터치했다. 그는 여전히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임상언은 겉으로는 주효영의 말에 승낙했지만, 결코 그녀에 대해 완전히 경계심을 내려놓지는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수 없었다.주효영의 교활함에 대해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에게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모두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에 지나지 않았다.다만, 주효영이 말하는 비장의 카드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임상언은 그게 ‘보스’의 시험 품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이틀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소를 안정시키는 것 외에 임상언은 주효영을 미행했다. 그녀가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정보도 얻지 못했다. 그제서야 임상언은 주효영의 수단이 얼마나 악랄한지를 알게 되었다.이틀 동안 주효영은 실험실에 가는 것 말고는 밀실로 들어가 ‘보스’를 괴롭혔다.비록 그녀를 따라가지 않아 그 장면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비명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유한성의 비명은 등골에 소름이 돋게 했다. 어떤 장면이었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물론, 그는 유한성을 절대 동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때도 그를 심하게 때린 적이 있었다.그러나 단지 때리기만 했을 뿐, 결코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주효영은 달랐다. 그는 주효영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을 실험용으로 사용하는지 직접 본 적이 있었다.그녀의 눈에 유한성은 아마 실험용 동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 누구든 이용할만한 가치만 있을 뿐이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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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0 화

임상언은 줄곧 주효영의 뒤를 따라갔으나, 아무런 이상한 점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그녀가 시내를 두 바퀴쯤 돌 때 마침내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만약 누군가가 따라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도시 주위를 돈 것이라면, 지금은 명백히 누군가가 자기를 따라오는 걸 알아차리고 그 사람을 따돌리려는 것이다.‘설마 내가 미행한다는 걸 알아차린 건가?’이렇게 생각하던 중 주효영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급하게 앞을 향해 달려갔다.임상언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며 주효영의 차를 바짝 쫓아갔다.차 두 대가 서로 앞다투며 조용한 밤거리를 누비고 있었다.임상언은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챈 주효영이 일부러 자신을 따돌리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런 확신이 들자, 임상언은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고 곧장 주효영을 따라잡았다.그러나 주효영이 갑자기 속도를 낮췄다. 그녀의 차가 거의 멈추는 것 같아 임상언이 속도를 내어 그녀의 차 앞으로 돌진했다.이어서 핸들을 돌리며 차를 급하게 돌아 주효영의 차 앞으로 돌진했다.주효영의 반응 속도는 매우 빨랐다. 차가 급정거를 하자 그 자리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다행히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임상언은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주효영 앞에 다가갔다.주효영은 차 안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비록 마스크가 그녀의 얼굴을 가렸지만, 그녀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녀가 지금 매우 의기양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임상언은 손을 들어 주효영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그러고는 허리를 구부려 그녀의 차 창문에 기대었다.주효영은 곧 느릿느릿하게 차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뭐 하는 거야?”“사람 가지고 노니까 재밌어?”임상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나쁘지 않아.”주효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임상언의 눈빛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사실 이 말은 당신에게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나를 이틀이나 미행했잖아. 그렇게 한가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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