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Chapter 1981 - Chapt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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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1화

당시, 원청현의 진맥만으로는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심했었다. 원철수에게 증상이 나타나서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다.한소은은 남아시아에 파괴적인 재앙을 일으켰던 전염병 바이러스도 우리 몸 속 깊이 침투해 이상 반응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마 이 두 가지 바이러스 모두 그 연구소에서 연구한 바이러스와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바이러스는 숨는 데 능숙했고 너무도 교활했다.그랬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원철수의 능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너무 교활했던 것이다.원철수는 원청현이 자기를 위로하려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마지못해 웃으며 물었다.“둘째 할아버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원철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경험이 풍부했다. 게다가 자기의 몸이니 그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사실 너도 모르는 건 아니잖아?”원청현은 가볍게 웃으며 원철수에게 되물었다.씁쓸하게 웃는 원청현의 표정에 원철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철수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는 원청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원청현 앞에서 나약하게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지금은 괜찮아.”원청현은 원철수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를 위로했다.“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 소도 통째로 잡아먹을 수 있겠어!”“그럼, 소고기 반찬을 해 드릴게요.”원청현의 말을 듣고 원철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자 원청현이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어이구! 이 멍청한 놈아! 지금 소고기 반찬을 해서 내게 바쳐도 못 먹어. 소고기 반찬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내말에 집중해.”“말씀하세요.”원철수는 곧장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건 고독이 아니라 그냥 바이러스인 것 같아. 전에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 속은 거야.”원청현은 잠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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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2화

지금으로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이것의 정체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원청현의 말을 듣고서야 원철수는 이것이 고독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 바이러스를 어떻게 소멸하고 또 어떻게 몸을 회복을 해야 하는지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 바이러스를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이었다. 만약 자신도 그런 믿음이 없다면, 이번 연구는 실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허허.”원청현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사실 원청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제 죽는다 해도 미련이 없었다.그는 평생 한의약 연구에 몸을 바쳤고, 만족스럽다 말할 수 없지만 연구에서 성과를 꽤 이루었다. 게다가 그의 제자는 하나하나 출중하니 그는 뿌듯하기 그지없을 것이다.그리고 원철수도…….원철수를 보면서 원청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어리석은 일을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의술을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었다.원청현은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걱정하지 마, 나 안 죽으니까.”원청현은 작게 투덜거렸다.“네 이놈 욕도 못다 했는데 지금 죽으면 안되지.”“얼마든지 욕 하세요. 둘째 할아버지가 욕하는 거면 얼마든지 다 들을 수 있어요. 얼마든지 하세요.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삼십 년이든 마음껏 욕하세요.”원철수는 다급히 대답했다.원청현은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난 절대 죽으면 안돼. 아니, 설령 죽는다 해도 아직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철수 이 자식이 평생 자책하며 살 거야.’그런 자책과 죄책감은 아마 원철수를 지옥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지도 모른다.“이제 바이러스라는 걸 알았으니 고독을 해독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선 안돼.”원청현은 몸을 겨우 지탱하며 말을 이어갔다. 몸에 많이 무리가 갔지만, 언제 다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질지 모르니 원청현은 한시가 다급했다. 지금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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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3화

“뭐가 아쉽다는 거예요?”원철수는 호기심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애석하게도 한소은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지만, 의학 대신 조향에 꽂혀서 의학은 포기하고 조향을 배우러 갔다는 말이지. 계속 의학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도 안 가.”원청현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시, 그는 한소은이 조향을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뜻을 결코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조향따위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조향에 빠질대로 빠진 한소은은 조향에만 집착했고 원청현도 그런 그녀를 더는 말릴 수 없었다.게다가 한소은은 조향 방면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조향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조향계에서 이름을 날렸다.원청현은 자신도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일에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한소은을 말리지 않았다.나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의술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사람의 심보는 고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많은 일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념을 내려놓으니 의학 대신 조향을 택한 한소은을 탓하지 않게 되었다.다만, 집념은 내려놓았으나 체면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랫동안 한소은과 연락을 끊고 지냈었다. 그러다 그녀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었었다. 나중에 그녀가 원래 연인과 헤어지고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소식은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소은은 모든 걸 스스로 혼자 해결하려 했다.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원청현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항상 이를 악물고 혼자 헤쳐 나가려 했다.이런 점은 원청현과 많이 비슷했다. 어쩌면 한소은의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들어 그녀를 마지막 제자로 삼고 그렇게 그녀를 아꼈는지도 모른다.원철수는 침묵했다.‘둘째 할아버지의 뜻은, 만약 한소은이 의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뛰어날 수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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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4화

원철수는 자기를 노려보는 원청현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그는 그저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김준을 타일렀다.“김준, 아저씨 말 들어야지. 이 방에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할아버지가 지금 아프셔서 그래. 다른 방에 가서 혼자 놀아.”김준은 원청현에게 더 다가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을 나가지도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만 깜빡이며 원청현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마음이 약해진 원청현은 김준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이리 오렴.”“할아버지.”그 모습을 보고 원철수가 급히 그를 제지했다.마음이 약해졌다고 해서 아이를 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러자 원청현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사실 한 지붕 아래에 함께 지내는데 감염될 거면 진작에 감염되었을 거야. 가사 도우미들은 나와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감염 되었잖아. 이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애초에 준이를 다른 곳에 보내지 않고 이곳에 남겨두었으니, 우리와 함께 모든 것을 같이 한다는 뜻이기도 해.”원철수는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그래, 둘째 할아버지 말이 맞아. 감염될 거라면 진작에 감염되었겠지.’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간염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원철수도 더 이상 원청현을 막지 않았다.원청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준은 그제야 미소를 띠며 원청현에게로 달려갔다.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원청현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침대 옆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기의 입과 코를 막았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원철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는 이렇게라도 아이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아이고 이놈아. 또 할아버지 물건을 부순 거야?”원청현은 아주 피곤했지만 그런데도 정신을 애써 붙들고 김준에게 장난삼아 말했다.“안 부쉈어요.”김준은 작은 손을 흔들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아파요?”“그래, 할아버지 지금 아파. 할아버지가 아프다고 그 틈을 타 할아버지 물건을 막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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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5화

김준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젖히며 원청현의 팔에 머리를 살포시 얹었다. 그는 두 눈을 깜빡이며 원청현을 바라보았다.원청현은 김준이 자기의 팔에 기대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옆에 서있던 원철수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문득,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원철수가 빠른 걸음으로 김준에게 다가갔다.“으응.”원철수가 자기를 끌어낼까 봐 김준은 뒤로 피하며 원청현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갑자기 김준을 제지하려 손을 뻗은 원철수의 모습을 보고 원청현이 그를 말리려 했다. 그 순간, 의혹에 둘러싸인 원철수의 표정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원청현은 멈칫했다. 하지만 그를 말리지 않았다.원철수는 한 손으로 김준의 목을 살짝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준, 움직이지 마. 아저씨가 잠깐 확인할 게 있어.”이윽고 김준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헤집더니 옷깃을 내려 아이의 목을 확인했다. 원청현과 김준 모두 숨을 죽이며 움직이지 않았다.자기를 방에서 데리고 나가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김준은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원철수는 김준의 목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이의 부드러운 피부에는 빨갛게 두드러기가 생겼다. 습진인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습진과는 사뭇 달랐다.고열이 내린 후 나타난 증상 같아 보이기도 했다.원철수는 바로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왜 그래?”원철수가 말이 없자 원청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이것 좀 보세요.”원철수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 원청현에게 보여 주어야 더욱 확신이 들 것 같았다.원철수는 아이의 몸을 살짝 원청현에게로 돌렸다.원청현은 김준의 목덜미에 난 두드러기를 쓱 보더니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이건…….”“항체 반응 같지 않나요?”원철수가 긴가민가한 말투로 원청현에게 물었다.김준의 두드러기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원철수는 100% 확신할 수 없었다.의학은 자고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했고, 게다가 김준의 몸에서 발견된 것이니 더욱 신중해야만 했다.원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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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원청현은 입술을 살짝 치켜 올렸다. 하지만 그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그는 김준의 손을 살며시 놓으며 원철수에게 말했다.“너도 와서 한번 봐.”원철수는 의문이 가득한 상태로 손가락을 아이의 손목에 살짝 갖다 대었다.김준의 맥박은 아주 정상적이고 평온했으며, 아주 건강한, 정상인의 맥박이었다.아이의 맥박은 보통 어른보다 조금 빠르다. 이 또한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었다.원철수는 원청현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원청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깊게 연구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다.하지만 원청현은 그가 스스로 답을 찾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를 향해 웃기만 했다.원철수는 그런 원청현의 눈빛에 김준의 맥을 짚는것에 열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할아버지, 김준은 건강해요.”“그래, 그는 건강해.”원청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매우 흡족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 그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다.“하지만.”원철수는 조금 망설였다. 김준이 건강하긴 하지만 그의 목덜미에 돋은 붉은 두드러기가 무슨 원인에서인지 알고 싶었다.“하지만 맥박만으로 그게 뭔지 판단할 수 없어. 그렇지?”원청현은 원철수 마음속의 의심과 걱정을 곧장 알아차렸다.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맥박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무슨 말이예요?”잠자코 있던 김준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아직 어린 그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우리 준이 몸이 아주 건강하다고. 요즘도 밥 잘 먹고 있지?”원청현이 농담 섞인 말투로 김준에게 말했다.“아니요.”그러자 김준은 고개를 저으며 울상을 지었다.“요즘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잘 안 먹었어요.”김준의 투덜대는 말에 원청현은 껄껄 웃었다.“허허.”원철수는 옆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원청현은 사실 원철수의 요리 솜씨가 얼마나 최악인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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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이제 네 방에 가서 놀아. 할아버지는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김준의 작은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원청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준은 어린 나이와 맞지 않게 철이 들었다. 전에는 원청현과 놀겠다며 자주 떼를 쓰곤 했지만 요즘 정원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눈치챈 듯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게다가 김서진이 떠나면서 꼭 원청현과 원철수의 말을 잘 들으라고 신신당부 했었기 때문에 김준은 그의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네, 그럼, 할아버지 푹 쉬세요. 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부르세요.”김준은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가려했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원철수는 얼른 김준을 품에 안아 원청현의 방에서 나갔다.김준의 방 앞까지 가서야 원철수는 그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김준의 눈높이에 맞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그에게 말했다.“김준, 뭐가 먹고 싶어? 배달시켜 줄게.”원철수는 자신의 말에 김준이 한없이 기뻐하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다 얘기할 줄 알았다.하지만 김준의 말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아니예요. 아빠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할아버지 건강이 우선이니 할아버지에게 조금 더 신경 쓰세요.”앳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니 원철수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그는 줄곧 아이를 돌보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라 생각하며 아이를 귀찮은 존재라고 여겼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사고를 치며 사람을 번거롭게 한다고만 생각했다.하지만 김준과 지내보면서 가끔 아이들이 어른의 마음을 치유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이렇게 유연하고 작은 몸속에 놀랍도록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원철수는 자기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아이가 그의 마음을 돌봐주고 있었다.“그래, 정말 착한 아이구나.”원철수는 어린 김준을 품에 꼭 안았다. 아이가 자기에게 조금 더 큰 에너지를 주기를 바랐다.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김준의 목덜미에 생긴 두드러기를 한 번 더 자세히 보았다.두드러기는 불규칙하게 여러 군데에 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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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방금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나누고 김준과 장난을 칠 수 있었던 건 다 원청현이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다.김준이 자기의 모습을 보고 놀랄까 걱정되어서 그랬던 것이다.원철수는 원청현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정말 몸이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원철수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미워했다. 자신이 신중하지 못하고 원청현의 상태를 잘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그는 조심스럽게 원청현을 부축해 침대에 눕힌 다음, 손으로 원청현의 맥박을 짚어 보았다.맥박은 혼란스러웠고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느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울음을 겨우 참으며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괜찮아.”원청현은 깊게 숨을 한번 내쉬고 손을 내밀었다.“수건이나 줘.”그의 말에 원철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물에 적셔 원청현에게 건네 주었다.그러고는 잊지 않고 마른 수건도 챙겼다.원철수가 젖은 수건을 먼저 건네 주고 손에 마른 수건도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원청현은 웃으며 말을 걸었다.“하여튼 눈치도 빠르다니까.”전에는 원청현이 알려 줘서야 마른 수건을 챙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기는 모습에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원청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런 원청현을 보면서 원철수는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원청현이 자기를 안심시키려고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날 리가 없다. 울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했다.원철수는 원청현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까 봐 너무 걱정되었다.바이러스가 몸을 더 혹사하지 않는다 해도 나이 든 어르신이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계속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며, 갑자기 피를 토하는 횟수도 늘었다.“둘째 할아버지. 계속 이래서는 나아질리가 없어요. 차라리 저도 그 연구소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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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원청현은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다.이틀 전처럼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았다.원철수는 원청현이 잠든 사이 그의 맥박을 짚어보았다. 맥박은 여전히 약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적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원철수의 마음은 복잡했고 괴로웠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가도 아픈 사람들을 내버려두고 떠날 수도 없었다.여기서 원철수만이 아픈 사람들을 돌볼 수 있다. 만약 그가 떠난다면 원청현, 김준, 그리고 가사도우미들의 상태를 봐줄 사람이 없게 된다.잠시 생각한 후, 원철수는 벌떡 일어서서 발코니로 가서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큰 정원은 마치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전에는 생기발랄한 나무와 꽃들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온통 회색 세상으로 뒤덮여 있는 것 같았다.가사 도우미들은 모두 각자 방에서 쉬고 있었고 그가 정원을 지나갈 때는 간간이 기침 소리와 가벼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저 모두가 독감에 걸린 것이라고만 생각했다.원청현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어디 가지 않고 정원에 남아 자기의 방에만 있었다.원래부터 이 정원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외진 곳이기도 했고 음식 또한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업체가 있었다.게다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김서진의 사람들이 밖에서 지키고 있고 생필품을 정기적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생활에 아무런 지장은 없었다.짧은 시간 동안 이런 폐쇄된 환경에서 지내는 건 괜찮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아무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원철수는 몸을 돌려 원청현을 한번 쓱 보았다. 그래도 편안한 모습으로 잠에 든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원철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에는 온통 한약 냄새로 가득했다.무슨 바이러스인지는 모르지만,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원철수는 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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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0 화

한소은은 창문을 부수고 나가려고 시도도 했었다. 하지만 창문에 금도 나지 않았다.밖에 지키고 있는 경호원도 그녀가 이 창문을 부술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방에서 아무리 소리가 크게 나도 한번도 들여다 보지 않았다.온갖 방법을 다 생각해 나가려 애썼지만 모두 헛수고였다.다행히 방안에는 시계가 있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사실 처음에 한소은은 이렇게 조급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먼저 찾아올 거라 확신해 잠자코 기다리려 했지만 벌써 3일이 지났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배 속의 아이들이 불안했는지 태동이 심해진 것 말고는 3일 동안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방을 나갈 수 없으니 한소은은 방안에서만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니 행동도 전보다 많이 느려졌다. 만약 이런 시기에 놈들과 싸우게 된다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당신들 보스를 만나게 해줘.”한소은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말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건 한소은이 진작 예상했던 일이다.보스의 지시를 받은 게 확실했다. “보스를 만나게 해줘.”한소은은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말을 이어갔다.“아기가 태어날 것 같아.”말을 마치고 그녀는 문에 몸을 기댔다.쌍둥이를 임신했기 때문에 산처럼 부푼 배를 끌어잡고 제자리에서 고통스러워했다.이때가 되어서야, 로봇과도 같았던 경호들이 마침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 번 쓱 바라보았다.한소은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고통을 꾹 참고 있는 것처럼보였다.그 고통스러운 표정은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만약 한소은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두 사람은 재빨리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한 사람은 여기에 남고 다른 한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보스에게 이 상황을 전하러 떠났다.사실 한소은도 그들이 어떤 연락 방식으로 서로와 연락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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