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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이제 네 방에 가서 놀아. 할아버지는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

김준의 작은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원청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준은 어린 나이와 맞지 않게 철이 들었다. 전에는 원청현과 놀겠다며 자주 떼를 쓰곤 했지만 요즘 정원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눈치챈 듯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게다가 김서진이 떠나면서 꼭 원청현과 원철수의 말을 잘 들으라고 신신당부 했었기 때문에 김준은 그의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

“네, 그럼, 할아버지 푹 쉬세요. 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김준은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가려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원철수는 얼른 김준을 품에 안아 원청현의 방에서 나갔다.

김준의 방 앞까지 가서야 원철수는 그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김준의 눈높이에 맞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그에게 말했다.

“김준, 뭐가 먹고 싶어? 배달시켜 줄게.”

원철수는 자신의 말에 김준이 한없이 기뻐하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다 얘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김준의 말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아니예요. 아빠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할아버지 건강이 우선이니 할아버지에게 조금 더 신경 쓰세요.”

앳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니 원철수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

그는 줄곧 아이를 돌보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라 생각하며 아이를 귀찮은 존재라고 여겼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사고를 치며 사람을 번거롭게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김준과 지내보면서 가끔 아이들이 어른의 마음을 치유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유연하고 작은 몸속에 놀랍도록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원철수는 자기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아이가 그의 마음을 돌봐주고 있었다.

“그래, 정말 착한 아이구나.”

원철수는 어린 김준을 품에 꼭 안았다. 아이가 자기에게 조금 더 큰 에너지를 주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김준의 목덜미에 생긴 두드러기를 한 번 더 자세히 보았다.

두드러기는 불규칙하게 여러 군데에 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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