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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방금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나누고 김준과 장난을 칠 수 있었던 건 다 원청현이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다.

김준이 자기의 모습을 보고 놀랄까 걱정되어서 그랬던 것이다.

원철수는 원청현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정말 몸이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원철수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미워했다. 자신이 신중하지 못하고 원청현의 상태를 잘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원청현을 부축해 침대에 눕힌 다음, 손으로 원청현의 맥박을 짚어 보았다.

맥박은 혼란스러웠고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느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둘째 할아버지.”

원철수는 울음을 겨우 참으며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괜찮아.”

원청현은 깊게 숨을 한번 내쉬고 손을 내밀었다.

“수건이나 줘.”

그의 말에 원철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물에 적셔 원청현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고는 잊지 않고 마른 수건도 챙겼다.

원철수가 젖은 수건을 먼저 건네 주고 손에 마른 수건도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원청현은 웃으며 말을 걸었다.

“하여튼 눈치도 빠르다니까.”

전에는 원청현이 알려 줘서야 마른 수건을 챙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기는 모습에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

원청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런 원청현을 보면서 원철수는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원청현이 자기를 안심시키려고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날 리가 없다. 울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했다.

원철수는 원청현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까 봐 너무 걱정되었다.

바이러스가 몸을 더 혹사하지 않는다 해도 나이 든 어르신이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계속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며, 갑자기 피를 토하는 횟수도 늘었다.

“둘째 할아버지. 계속 이래서는 나아질리가 없어요. 차라리 저도 그 연구소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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