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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2화

한소은이 고개를 들어 보니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그녀를 향해 살짝 웃고 있었다.

금색 곱슬머리에 파란색 눈, 대충 30대 정도로 보였다.

우아한 그의 모습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분명 예의 바른 신사로 여겼을 것이다.

그가 온 것을 보고 두 경호원은 즉시 똑바로 서서 인사를 했다.

아무도 의사의 생사나 현재의 어수선한 광경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남자가 나타남으로 인해 순간, 모든 상황이 변해버렸다.

한소은에게 납치된 의사조차도 더 이상 놀라서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한소은 씨. 안녕하세요. 전 알렉스라고 해요”

알렉스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할 줄 알았고, 생각보다 능숙했다.

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당신이 이 사람들 보스인가요? 이 조직의 보스?”

알렉스는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흔들어 경호원을 방에서 내보냈다.

“한소은 씨, 당신도 그냥 저와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잖아요. 무고한 사람들은 그만 놔주죠.”

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

“당신도 무고라는 단어의 뜻을 알긴 아는군요.”

한소은은 의사를 놔주고 주사기를 구급상자에 툭 던졌다.

구급상자에 던져진 주사기를 보고 의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자기 목을 만졌다.

인내심이 다한 듯한 알렉스는 손을 흔들어 의사와 간호사들도 내보냈다.

그들은 1초라도 늦으면 목숨을 잃을까 겁나 허둥지둥 물건을 챙겨 방에서 나갔다.

한소은과 알렉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밖으로 부랴부랴 나갔다. 하지만 방문은 닫지 않았다. 두 경호원들은 여전히 방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

행여나 한소은이 알렉스에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올 기세였다.

알렉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소은의 시선은 문밖의 사람들에게 고정되었다.

그녀와 밖의 사람들을 번갈아 보던 알렉스가 다시 손을 흔들며 경호원에게 방문을 닫으라 손짓했다.

하지만 알렉스의 안전이 걱정된 경호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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