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언은 눈썹을 찡그리며 주효영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마치 그녀의 말의 신빙성을 확인하려는 듯했다.주효영은 차창에 손을 올리고 입가를 살짝 올려 미소를 띠며 임상언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조금 도발적이었고, 마치 그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는 듯했다.반면 임상언은 주효영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지 의심하고 있었다.주효영의 차를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차를 한번 보았다. 이곳은 비교적 외진 곳이어서, 차를 여기에 두고 가도 별일 없을 것이다.주효영이 한 발 한 발은 모두 계획적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깊은 생각이 있었다.주효영은 고의로 임상언을 여기로 데려왔고, 심지어 그가 그녀의 차를 여기에 세우도록 강제한 것도 그녀의 계획 안에 있었을 것이다.“왜? 못 하겠어?”주효영은 자신의 운전대를 두드리며 말했다.“못 하겠으면 그만두어! 나는 인내심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리고, 다음에는 너를 데리고 갈 흥미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안녕!”팔을 뻗어 임상언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시동을 걸고 떠나려 했다.“잠깐!”함정이든 아니든 임상언은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자신이 이틀 동안 이 여자를 미행하고 여기까지 쫓아왔는데, 설마 이대로 포기할 건가?’‘그리고 자신이 이때 멈춘다면, 그 후에는 주효영의 단서를 찾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주효영은 자신이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은 일부러 자신한테 들키게 한 것인데. 그럼 앞으로는? 그리고…… 시간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잠시 생각한 후, 임상언은 몸을 돌려 조수석에 앉았다. 그는 주효영의 엄연한 눈빛을 신경 쓰지 않고, 이번의 목적지가 저승이더라고 한번 부딪쳐 보기로 결정했다.차에 오른 후, 주효영은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아갔다.임상언은 무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고 주효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희 부모님 댁으로 가는 거야?”임상언의 말을 듣고 주효영의 눈매는 축축해졌고 입가의 웃음기도 사라졌다.“그렇게 많은 것을 물
임상언은 주효영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주효영에게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매우 알고 싶었다.안쪽으로 들어가자 매우 좁은 통로가 있었고 그 통로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통로의 끝은 작은방이 있었다. 방은 크지 않지만 사람 몇 명을 숨기기에는 충분했다.그리고 지금 안에는 한 사람이 묶여 있었고 눈은 가려져 있었다.하지만 임상언은 한눈에 알아보았다.“이 사람은…….”주효영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입을 다물라고 표시했다.!!!???임상언은 깜짝 놀란 얼굴로 주효영을 바라보았다.‘이 여자가 어떻게 사람을 여기로 데려온 거지. 담도 참 크구나.’주효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 사람을 바라본 후,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임상언은 잠시 망설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한번 보고, 또 주효영의 뒷모습을 한번 보았다. 잠시 생각한 후 그는 주효영을 쫓아갔다.주효영의 발걸음을 따라 다시 개인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주효영은 무엇을 눌렀는지 그 벽은 다시 닫혔고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만약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그곳에 뜻밖에도 밀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방금 그 사람 진정기 아니야?!”그곳을 가리키며 임상언은 더 이상 마음속의 놀라움을 참을 수 없었다.주효영은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을 알아?”“당연히 알지!”임상언의 마음속엔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진정기가 어떤 신분지위인데 주효영이 감히 그 사람을 납치하다니? 심지어 그 사람을 여기에 숨겼다니.’‘중요한 건 주효영이 어떻게 한 거지?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그리고 며칠 동안 숨겨 놨는지도 모르고, 그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그 사람이 나의 카드로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해?”주효영은 빙그레 웃으며 임상언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하여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넌 그 사람을 카드로 삼아서 조직이랑 조건을 교환하려는 거야? 너 미쳤어?”임상언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제성의 관련 부서에서 그
임상언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뒤흔들린 마음을 가라앉혔다.“주효영, 나는 너랑 같이 미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니 네 마음대로 해!”임상언이 막 가려고 하자 뒤에서 주효영의 목소리가 울렸다.“임상언…… 내 차에 탔는데 내릴 수 있을 것 같아?”“난 이미 차에서 내렸어.”임상언은 뒤돌아 주효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연히 주효영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 차는 그 차가 아니었다.하지만 임상언은 일부러 알아듣지 못한 척했다.‘이 미친 여자, 내가 만약 이 여자랑 같이 미친 짓을 하면 정말 미친 거지.’“네가 정말 모르든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든 간에, 네가 이미 알고 있는 이상, 거절할 기회는 없어!”주효영은 차갑게 말했고 얼굴색도 이상하게 차갑게 변했다. 임상언도 마찬가지로 차가운 눈빛으로 주효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개인 주차장의 문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자 두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주효영은 가장 먼저 허리를 만지고 개인 주차장 입구를 경계하며 옆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임상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개인 주차장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이어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문 앞에 나타났다. 빛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흐릿해 보였고, 대략적인 윤곽만 보였다.“효영이 맞아?”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주효영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경계의 상태는 오히려 느슨해졌다.“어머니!”주효영은 그 여인을 불렀고, 일어날 때 약간 초조해 보였다.유해나는 주효영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다만 두어 걸음 가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개인 주차장의 문을 다시 닫았다. 그러고는 다시 주효영 앞으로 달려가 위아래로 자세히 살펴보았다.“효영아, 정말 너구나! 네가 돌아왔구나! 내가 밖을 지나갈 때 개인 주차장의 문이 움직인 것 같아서 한 번 와 봤는데 정말 너였구나. 돌아왔으면 왜 먼저 엄마한테 얘기하지 않았어? 혹시…… 그 사람 보러 온 거야?”임상언은 여기까지 듣고 깜짝 놀라 의아해했다.‘그렇다
주효영은 유해나의 뒤에 서서 그윽한 눈빛으로 묵묵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 사람은 제 직장 동료입니다.”주효영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사람도 이 일을 알고 있어요.”“동료?”유해나는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그다지 확실하고 믿지 않는 듯했다.주효영이 가짜로 죽은 이후로 유해나는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았고, 딸이 다시 돌아온 후에야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 후로 딸이 뭐라고 하든 시키는 대로 했고, 딸의 말이라면 모두 다 들어주었다.딸이 잘 살 수만 있다면 유해나는 아무런 욕심도 없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네.”주효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임상언을 쳐다보았다.“우리 엄마야. 너 오늘 여기 온 이상 이미 우리와 같은 배에 탄 사람인데, 네가 몸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임상언은 당연히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미 도둑배에 올라탄 것 같았다.그래서 우선 그들을 진정시킨 후 다시 이야기하기로 생각한 후, 심호흡을 하고 유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맞아요, 저는 주효영의 동료이고, 우리는 지금 협력 관계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의 모든 것을 저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사람을 믿어도 돼?”임상언의 말에 유해나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딸을 바라보며 의심스럽게 물었다.“너를 속이는 거 아니야? 남자들은 사람을 속이는 걸 잘하는데.”“…….”주효영은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말했다.“어머니, 쓸데없는 생각 마세요. 저는 이 사람과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이에요? 그리고 저를 속이려면 먼저 그런 능력이 충분한지 봐야죠.”임상언을 바라보는 주효영의 눈빛에는 도발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마치 그가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고, 모든 것이 자신의 통제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같았다.임상언은 정신이 극도로 비정상적인 이 모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억지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유해나는 딸의 자신감
주효영이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자 유해나는 곧 긴장하기 시작했다.“벌써 가려고? 엄마는 아직 너랑 몇 마디밖에 못했는데. 맞다, 내가 하인한테 시켜서 제비집 요리를 만들라고 했는데, 잠깐…….”유해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효영은 짜증을 내며 말을 끊었다.“그런 것들을 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전 먹을 시간도 없어요. 저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거 알아요 몰라요?!”주효영은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유해나는 놀라서 어눌하게 제자리에 서있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 상황을 보고 임상언이 말했다.“저희는 확실히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제비집 요리는 나중에 천천히 먹을 수 있어요.”임상언의 말은 분명히 유해나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했고 안색도 많이 좋아지게 했다.“맞아, 앞으로 천천히 먹을 수 있어, 천천히 먹을 수 있어. 네가 나중에 돌아와서 먹을 수 있게 엄마는 모두 남겨둘게!”임상언이 자신의 어머니를 도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주효영은 약간 의아하여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별로 감격하지 않고 그냥 손을 흔들며 말했다.“됐어요. 저희는 이만 가봐야 해요. 어머니께선 그 사람을 잘 봐주세요. 만약 무슨 문제가 생지면 바로 저에게 알려야 해요. 알겠죠?”유해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알겠어. 네가 시킨 일을 엄마는 반드시 잘 할게!”잠시 후 유해나는 또 무언가가 생각나서 말했다.“맞다, 이 일은 정말 너의 아버지께 알리지 않을 거야?”“알리지 마세요!”주효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버지께서는 때때로 부인의 인자함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아버지께 알리고 싶지 않아요.”유해나는 본래 무슨 말을 하려다가, 주효영의 눈치를 살펴보고 말을 바꾸었다.“그래! 모두 네 말을 들을게!”주효영은 유해나의 태도에 만족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임상언을 한 번 보았다.임상언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운전할까?”“됐어!”주효영은
다음 순간, 임상언은 자신의 허리춤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닿은 것을 느꼈다. 보지 않아도 별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임상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신 버튼을 누른 후 다시 스피커폰을 눌렀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한소은한테 소식 있는 거야? 사람 찾았어? 그리고 그 조직의 위치 찾았어? 내 아들 구해냈어?”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말해!”임상언의 목소리는 좀 거칠었다.주효영은 경고의 눈빛으로 임상언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손의 힘을 조금 더 주자 임상언은 날카로운 물건이 자신의 옷을 꿰뚫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무의식적으로 옆으로 피했지만 주효영은 더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 그를 덥석 눌렀다.수화기 너머에서 김서진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너 방금 어디 갔어?”이 한 마디로 순식간에 차 안의 분위기가 매우 답답해졌다.임상언은 주효영을 쳐다보자 그녀도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임상언은 무고한 표정을 지었고, 눈빛으로 자신은 줄곧 그녀와 함께 있어서 김서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표시했다.그러자 주효영은 실눈을 뜨고 임상언에게 대답하라고 표시했다.임상언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나 방금 단서 찾으러 갔는데, 왜 그래?”“그럼 찾았어?”김서진이 다시 물었다.“쓸데없는 소리! 내가 찾았으면 너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겠어? 너의 그 많은 인맥 부하들은 모두 밥값도 못하는 놈이야! 어떻게 아무런 소식도 없어!”“나는 네가 중국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이 정도야? 내가 보기에 차라리 정부측 사람보다 못하네. 너의 그 정부측 친구들 중에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임상언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김서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나한테 일 가르쳐 줄 필요가 없어!”“내가 가르쳐 주고 싶은 줄 알아? 내 인맥이 모두 해외에 있지 않았다면 네가 필요할 것 같아?!”임상언은 콧바람을 내쉬며 말했
주효영은 움직이지도 않고 임상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천천히 자신의 손을 거두었고 마치 이미 그를 믿은 것 같았다.그러나 임상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기대어 자포자기한 표정을 지었다.“나를 죽여. 나를 죽이면 나도 이제 벗어난 거지!”“뭘 벗어나?”주효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들 구하지 않을 거야? 너는 정말 네 아들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죽으면 어떻고, 안 죽으면 또 어때, 네가 구해줄 거야? 김서진도 못했는데, 네가 할 수 있어?”임상언은 고개를 돌려 주효영을 보자, 그제야 손에 들고 있는 긴 바늘을 발견했다.그 바늘은 일반적인 바늘이 아니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바늘도 아니고, 아주 긴 바늘이었다.‘만약 방금 자신의 허리에 닿은 물건이 이 물건이라면 옷을 입은 상태에서 자신의 내장을 찔러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여기까지 생각하자 임상언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주효영은 임상언을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허허, 허풍 떨지 마. 넌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서 나보고 찾아달라고 했으면서, 어떻게 내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거야?”임상언은 주효영을 비웃었다. 하지만 주효영은 화를 내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말했다.“넌 기술과 학업에도 각자의 전문 연구영역이 있다는 말 들어 본 적 없어? 그리고 나는 비록 조직을 찾을 수 없지만, 너의 아들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야. 사실 너의 아들의 그 일은…….”주효영은 잠시 멈추었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사장 혼자의 생각이야.”“그게 무슨 소리야?”‘자신은 줄곧 사장은 그냥 집행자이고, 모든 것은 조직이 내린 결정이며, 조직의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사장 혼자의 생각이라니?’“너 죽으려고 하지 않았어? 나보고 널 죽이라고 했잖아?”이번에는 주효영이 임상언을 비웃었다. 그러나 임상언도 별로 개의치 않고 진지하게 주효영을 바라보며
“그렇지 않으면? 너랑 나를 남겨두고 조직의 비밀을 모두 털어놓게 가만둘 것 같아?”주효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데도 너는 조직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야?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임상언은 잠시 진정을 취한 후 물었다.“물론 아니지. 내가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을 위해 한 가닥의 생기를 찾으려는 거야. 지금 내가 너한테 협력할 기회를 주는 것도 너한테 살 길을 주는 거야. 알아?”주효영은 꽤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그 고귀한 모습은 마치 자신이 임상언의 구세주이고, 임상언은 자신에게 감사해야 하는 듯했다.“그냥 진정기로?”임상언도 거리낌 없이 직접 물었다.“그 사람으로 맞지만 그뿐만이 아니야. 나는 그냥 그 사람들한테 내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야.”주효영은 잠시 멈추고 계속 말했다.“물론 사람이라면 다 부족한 점이 있지. 나는 너처럼 돈과 인맥도 없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감시자들도 없어서, 어떤 일은 너한테 맡길 수밖에 없어.”“그리고 내가 조직의 행방을 찾아서 너한테 연결해 준 후 너는 그냥 나를 발로 차버리겠지.”임상언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주효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아니지! 내가 말했잖아, 사람이라면 다 부족한 점이 있다고. 그런데 너는 나의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어. 그래서 너는 나에게 적합한 장기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에 당연히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조직의 재력은 아마 나보다 더 많을 거야! 그리고 네가 동의한다고 해도, 어떻게 조직이 나를 남겨둘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어?”임상언은 주효영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분석했다.주효영은 고개를 저었다.“나한테 카드가 있으니 당연히 나만의 방법이 있지. 그리고…… 오랫동안 남에게 버림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흥분으로 반짝이는 주효영의 눈을 보며 임상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주효영이 계속 말했다.“바로 자신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