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941 - 챕터 1950

2452 챕터

제1941화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것일 수도 있어.”원청현이 힘도 없이 아예 눈을 감고 입술만 달싹인 채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그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원철수와 김서진은 모두 몸을 앞으로 내밀고 귀를 쫑긋 세우고 원청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그러나 더 이상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원청현의 입만 살살 움직이는 모습만 보였다. 서로 마주친 두 사람의 눈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설마, 귀에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둘째 할아버지, 뭐라고요?”원철수가 다시 물었다.원청현은 여전히 입술을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어르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한참 지켜보던 김서진이 결론을 내렸다.바로 그때, 원청현의 입이 갑자기 닫히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다시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원철수는 그런 원청현을 한참 쳐다보더니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그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원청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아마…….”원철수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원청현이 갑자기 눈을 다시 떴다. 그가 이렇게 갑자기 눈을 뜨자 원철수는 꽤 놀랐다.원철수는 흠칫 놀란 눈치였지만 곧 그에게 다가갔다.“둘째 할아버지?”원청현은 약간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에서 갑자기 깨어난 듯 원철수를 바라보았다.“이…… 망할 자식아!”“네, 저예요!”원철수는 원청현의 몸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바삐 대답했다.“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해야 둘째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죠?”“…….”원청현은 말을 하지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둘째 할아버지?”“아무것도…… 하지 마!!”이 말을 남기고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듯 머리를 옆으로 치우치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순간 원청현이 잘못된 줄 알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바삐 원청현의 손목을 들어 자세하게 맥을 짚었다.그의 얼굴은 굳었지만, 찌푸린 미간은 전보다 조금 펴졌다.“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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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2화

원철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모습은 유난히 우울해 보였다.“우리는 어르신의 말을 믿어야 해.”원철수의 우울한 기분을 알아차린 김서진은 그를 위로했다.“그리고 우리 자신도 믿어야지.”“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그러나, 김서진의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지 원철수는 더욱 우울해 졌다.원철수는 몸을 돌려 일어서더니 곧장 창가로 갔다.그가 아래층을 바라보았다. 원래 비교적 고요했던 정원이 지금은 더욱 죽은 듯 고요했다.며칠 전 자신이 여기서 난동을 부리고 베란다를 뜯어버리고 많은 물건을 망가뜨렸다.그것을 생각하며 원청현은 말로는 그를 나무랐지만, 그를 대신해 뒷정리를 해주고 또 그를 치료해 줬다.원청현은 원철수를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했다.입으로는 한 번도 원철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르쳐야 할 것은 모두 가르쳤다.이전에 원철수는 원청현이 자기에 대한 편견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나중에야 그는 자신이 너무 자신감이 넘쳐 자만했다는 것을 발견했다.분명히 자기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원청현은 진작에 간파하고 있으면서도 그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았다.그런 그의 마음도 몰라줬고 자신은 늘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잘난 체했다.지금 원청현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때문에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원철수는 지금 당장 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신의 목숨으로 사죄할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그러나 원철수는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하면 자신은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양심의 가책을 피할 수 있다.하지만 원청현은? 자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자기가 벌인 그 난장판들은?원철수는 두 손으로 창문을 짚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억지로 다시 삼키려 했다.어려서 부터 지금까지 그는 요즘처럼 자주 우는 일이 없었다.며칠간, 그는 마치 어렸을 때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다 흘린 것 같다. 그는 더 이상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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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3화

김서진의 확신에 찬 대답에 원철수는 조금 놀랐다.“그렇게 확신해?”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실 자기와 한소은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도 그녀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더구나 자신이 그곳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니, 자연히 그 안이 어떤 마굴인지 잘 안다.하지만 김서진은 가벼운 말투로 한소은이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다.김서진이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녀를 믿어서인지, 아니면 사실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알지 모르는 것인지 원철수는 조금 헷갈렸다.“아니, 어쩌면 당신이 잘 모를지 몰라. 당신도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그 조직을 알게 되었지만, 그 조직이 얼마나 악독한지는 상상도 할 수 없어.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야. 거기는 지옥이야. 아니, 지옥보다 더 한 곳이란 말이야!”원철수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는 김서진이 한소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까 봐 조금 걱정이었다.“내 생각에는 한소은 씨가 빨리 그곳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원철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서진이 그의 말을 끊었다.“소은 씨가 괜찮다고 말한 건 그녀가 확실히 괜찮아 서야. 적어도 현재로서는 안전해.”“하지만…….”원철수는 조금 멍해졌다. 계속 말하고 싶었지만, 김서진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나는 당신이 거기서 얼마나 무서운 일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어. 나를 믿어. 소은 씨는 당신 보다 그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더 잘 알아.”결국, 한소은은 원철수보다 그 실험실에 더 일찍 들어갔었다.국내에서 이 실험을 시작하고 몰래 지하에 숨어 있을 때부터 한소은은 이미 그들과 접촉했었다.그때는 실험실의 실체를 몰랐지만 이렇게 오래 머물기도 했고 그곳은 지금 그녀가 매우 필요했다. 게다가 임상언, 그리고…….김서진은 한소은이 원철수보다 그 조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그런 한소은을 자신이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걱정하고, 두렵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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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4화

한소은과 주효영이 이렇게 화목한 모습을 보이는 건 지극히 드물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중요한 데이터와 수치들, 그리고 여러 병의 액체를 확인하고 있었다.하지만 주효영은 여전히 한소은에게 승복하지 않았다.지금에 와서도 그녀는 한소은이 자기보다 잘 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게다가 유한성이 실종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유한성이 죽든 살든 주효영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은 분명히 한소은이 벌인 짓이라는 건 확신했다.그럼에도 한소은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 실험실에 앉아 있고 함께 온 릭이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차가워 보였지만 그의 두 눈에는 한소은에 대한 존경이 가득 찼다.‘한소은 이 여자가 어디가 잘 났다고 다들 이러는 거야!’주효영은 조직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들 한소은을 다르게 대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소은에 대해 달갑지 않은 마음과 불쾌함을 목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삼킬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효영은 한소은이 도대체 뭘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생각이다.‘설마 정말 성공하겠어?’만약 한소은이 정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이 실험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모를 거라 주효영은 확신했다.주효영과는 다르게 한소은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수치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러면서 메모를 뒤적거리며 앞서 기록한 내용들을 확인했다.바깥의 모든 것이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는 듯 한소은은 이 실험에 몰두했다.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갔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벌써 쉬러 갔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실험실을 지키고 있다.주효영은 손이 시큰거려 더 이상 손에 쥔 물건을 들 수 없었다.하지만 한소은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향의 안정된 수치를 기록하기 위해 인체의 평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었다.한소은이 전에도 이렇게 실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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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5화

“시간 됐어!”손이 많이 시큰거렸던 주효영은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그녀가 기계로 다가가 확인해 보려고 하기도 전에 한소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아직 움직이지 마.”주효영은 조금 울컥했다. 한소은의 말보다 더욱 그녀를 화나게 하는 건 그녀의 말에 멈칫한 자신이었다.“한소은, 같잖은 권력 좀 가졌다고 날 시종 취급하지 마!”주효영은 씩씩거리며 말했다.“정말 자신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 실험이 실패하면 너의 결말은 결코 아름답지 못할 거야.”“그런 말은 실패한 후에 얘기하지?”한소은은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왜? 이 실험이 실패하길 바라는 건가?”“내가 어떻게…….”주효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소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계로 다가가 천천히 스위치를 껐다.그러고는 몇 개의 작은 병을 기계에서 꺼내어 한쪽 선반에 놓아두었다.안에 있는 맑고 깨끗한 액체를 보고, 컴퓨터의 데이터가 미친 듯이 새로 고쳐지는 것을 보았다.주효영은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기 시작했고 컴퓨터의 숫자가 뚫어져라 주시했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 비해 한소은은 무관심해 보였다.한소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몇 걸음 천천히 왔다 갔다 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근육과 뼈를 좀 움직여 줘야 했다. 여기서 오랫동안 실험을 하다 보니 몸이 뻐근하고 쑤시기 시작했다.컴퓨터의 수치가 마침내 멈추고 100%라는 글자가 크게 화면에 나타났다.모든 음영 부분이 완전히 겹치고 빨간색 영역이 번쩍였다.주효영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성공했어!”그녀의 목소리에 한소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컴퓨터의 숫자를 보며 어리둥절 한 표정을 지었다.한소은은 전혀 흥분하지 않은 표정이었다.심지어 조금 의아한 느낌도 있었다. 마치, 이번 실험이 성공할 거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심지어 성공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성공 했어, 성공 했어!”주효영은 매우 흥분했다.그녀가 한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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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6화

주효영은 이렇게 누군가를 질투한 적이 없었다.아니, 어쩌면 진가연에게도 이런 질투를 느낀 적 있었을지도 모른다.다만 그것은 어릴 때의 질투심이었고 자기의 부모가 자기보다 진가연을 더 사랑하니 자기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자기의 집에서도 진가연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이 주효영을 기분 나쁘게 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효영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부모님의 사랑을 바라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어른이다.주효영은 항상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이 가장 대단한 천재라고 생각 들었었다. 분명 자기는 큰일을 해낼 수 있고 온 세계가 모두 자기를 우러러 볼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이 실험은 매번 실패했고 그녀를 매우 좌절하게 했다.조직에서 한소은을 끈질기게 찾아가 그녀를 이 실험에 끌어 오고부터 주효영은 무의식적으로 한소은이 실패하길 기도했다.모든 사람이 이 실험에서 큰 벽을 넘지 못했는데 한소은만 성공했다.주효영은 그녀가 실패해서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달은 사람은 주효영이다.아무리 믿고 싶지 않더라도 현실은 눈앞에 있고 한소은이 정말 성공했다.반면, 한소은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심지어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한소은은 느릿느릿하게 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걸어가며 컴퓨터에 눈길을 주었다.“아, 그런 것 같네.”“그런 것 같다니!”주효영은 그런 한소은을 보며 펄쩍 뛰었다.“한소은, 너무 잘난 척하지 마!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야.”실험에 성공한 게 자기가 아니라 마음이 불편했던 주효영은 한소은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만약 이번 실험이 자신이 성공한 것이라면 주효영은 분명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자기의 걸작이라 큰 소리로 소문 냈을 것이다.그런데 한소은의 반응은 너무 담담했다.‘그런 것 같다니?’주효영은 한소은이 너무 잘난 척 한다고 생각했다.한소은이 일부러 담담한 척하는 거로 보였다. 마치 이런 건 아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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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7화

“이 실험은 확실히 성공이라고 볼 수 없어.”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반응이 너무 이상해서 주효영은 도리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왜 이런 반응이지?’주효영이 넋을 잃고 제자리에 있을 때 한소은이 말했다.“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한소은의 한 마디는 주효영의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마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출구를 찾은 듯 쟁반을 있는 힘껏 바닥으로 내던졌다. 쟁반에 담겼던 물건이 쨍그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져 뭉개졌다.“움직이지 말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건 그냥 네가 날 가지고 노는 거잖아! 게다가 이 실험은 커닝한 것일지도 몰라!”주효영은 팔이 너무 시큰거렸다. 게다가 한소은의 반응이 너무 예상 밖이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해서 아무 말이나 막 나왔다.하지만 한소은의 다음 반응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맞아, 난 널 놀리는 거야.”주효영은 할 말을 잃었다.“체온 유지다 뭐다 하는 건 다 내가 지어낸 말이야. 너는 이렇게 오랫동안 의학을 공부했음에도 모든 온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야? 심지어 진공 상태도 조절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고생하면서 온도를 맞추는 게 정말 필요한 일이라 생각돼?”한소은의 반문에 주효영은 말문이 막혔다.주효영도 확실히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결국 자신이 조향 방면에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소은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한소은이 높은 분들 앞에서 자기보다 지위가 높으니 어쩔 수 없다.주효영은 이 연구소에 더 남고 싶고 이 프로젝트를 계속 참가하고 싶으니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그러나 한소은이 이렇게 정색하며 반문하는데 주효영은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의심하지도 않고 곧이곧대로 진행하다니.’“하지만 분명히 네가…….”주효영은 참지 못하고 한소은을 반문했다.한소은은 재빨리 대답했다.“내가 말했다고 해서 다 믿는 거야? 너의 IQ가 낮다고 말하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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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8화

릭은 조용히 두 사람을 훑어보며 한쪽 옆에 있는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실험이 성공했는데, 왜 빨리 보고하지 않았지?”한소은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뒤로 기댄 채 자신의 손목을 살살 움직이며 말했다.“이제 막 작은 성공을 이루어 낸 거야. 더군다나……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니?”릭은 눈썹을 비틀며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아직 컴퓨터의 데이터로만 성공한 거야. 다른 오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못했어. 게다가 약의 성분이 안정적인지 검증되지도 않았고.”“그러니까 아직 성공한 거라 말할 수 없어.”“너…….”한소은이 한 말들은 모두 방금 주효영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다. 지금 이 말들을 곧이곧대로 릭에게 다시 전했다.주효영은 한소은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실험의 목적은 결국 성공이다. 실험 성공의 기쁨은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만약 지금, 이 순간 실험에 성공한 사람이 그녀라면, 그녀는 전혀 침착하게 여기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 소식을 알려도 모자랐을 것이다.방금까지 주효영은 한소은이 일부러 자신을 조롱하며 반대되는 말을 하는 거였지만, 지금 릭의 앞에서도 이렇게 말하니 순간 흠칫 놀랐다.‘설마, 이 실험의 마지막이 뭔지 알아 차린 건가?’“정말?”릭이 여전히 의심하며 물었다.“못 믿겠으면 주효영한테 물어보던가.”한소은은 주효영의 방향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릭의 날카로운 눈빛에 주효영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응,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생각돼.”주효영은 한소은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큰 폭탄을 던졌는지 모르지만, 주효영은 진실을 말해야만 한다.지금 이 상황에 이르러서는 실험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다.“방금 내겐 그렇게 말한 게 아니잖아.”한소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효영을 보며 되물었다.“실험을 할 때 반드시 엄밀해야 해. 너도 알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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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9화

릭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주위의 공기가 몇 도 정도 내려간 것 같았다.주효영조차도 릭의 변화에 어깨를 움츠렸고 옆에 있던 임상언도 이를 보고 서둘러 앞으로 나와 말을 돌렸다.“한소은 씨, 자기에게 너무 엄격하게 요구하지 마요. 이미 모두가 이번 실험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이상, 그건 성공한 거예요.”“당신은 이미 잘 해냈어요. 그전에는 아무도 이런 성과를 얻어 낼 수 없었어요.”임상언은 릭을 바라봤다.“위에서도 많이 기다렸을 거야. 지금은 이런 논쟁을 할 상황이 아닌 거 같아. 어쨌든 일단 실험 결과를 제출하는 게 어때?”임상언의 말은 릭의 차가운 눈빛을 사그라들게 했다.그는 옆의 선반에 있는 시험관들을 한번 보고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한 번 쳐다보며 한소은에게 물었다“이게 다인가요?”한소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효영이 황급히 대답했다.“그래, 그게 다야. 빠르게 시험관을 챙겨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그녀는 한소은이 지금 이 시기와 맞지 않는 말을 할까 봐 서둘러 시험관을 챙겼다.옆에 서 있던 한소은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책상에 기대어 주효영이 시험관들을 밀봉한 용기에 담는 것을 지켜보았다.“다 챙겼어.”주효영은 잘 담은 박스를 릭의 손에 넘겨주었다.릭이 박스를 받아 들고 한소은을 한 번 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더 할 말 있어?”한소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더 할 말 없어.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뿐이야…….”“무슨 말”릭의 눈빛이 약간 수그러들었다.“당신들이 이 실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거지 난 인정하지 않았어. 만약 나중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거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날 탓하지 마.”“난 이 실험이 성공했다고 말한 적이 없으니까.”한소은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안달인 것 같았다.그녀의 태도는 이 실험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실제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했다.실험품이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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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0화

릭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미소를 지었다.그의 말에 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나와 했던 약속을 번복하고 배 째라는 건가?”한소은은 릭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좀처럼 뿌리치지 못했다.릭이 팔을 붙잡은 솜씨는 독특했다. 그다지 힘을 주지는 않았지만, 자세가 특이했기 때문에 전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팔이 아프지는 않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릭의 손을 떨쳐낼 수가 없다.릭의 무술은 아마 한소은과 한 시간 정도 싸울 수 있는 실력일 것이다.물론, 그건 예전의 한소은과 말이다.지금 거의 만삭인 한소은은 결코 릭을 이길 수 없다.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한소은은 자신이 약간 적을 얕잡아 봤다고 느꼈다.그래도 보통 무술을 배운 사람이 아닌 무술 가문 출신으로서 만삭의 몸이라 해도 보통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하다.하지만 이런 악독한 조직에 총과 같은 무기를 제외하고도 자기만 한 무술 고수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억지로 그와 상대하려 하면 안 될 것 같아 한소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그럼, 당신 말 대로 스페이드 K를 찾아보지.”한소은은 마음속으로 유한성이 이런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아니, 당신은 갈 수 없어. 찾아도 이 사람들이 찾으러 가야 해.”릭의 시선은 한소은의 몸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도 그대로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그래, 알았어.”한소은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듣겠다고 표시하며 임상언에게 눈짓했다.임상언은 마음이 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우리가 빨리 보스를 찾아올게.”릭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콧방귀를 뀌며 한 손에는 상자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한소은의 팔을 쥐고 앞으로 걸어갔다.한소은은 그에게 팔이 붙잡혀 휘청거리며 투덜거렸다.“적어도 보호복을 갈아입는 시간은 줘야 하지 않나? 너는 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지? 설마 당신들의 보스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당신네 조직의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보일 수 없는 자들이잖아…….”한소은이 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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