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실험은 확실히 성공이라고 볼 수 없어.”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반응이 너무 이상해서 주효영은 도리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왜 이런 반응이지?’주효영이 넋을 잃고 제자리에 있을 때 한소은이 말했다.“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한소은의 한 마디는 주효영의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마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출구를 찾은 듯 쟁반을 있는 힘껏 바닥으로 내던졌다. 쟁반에 담겼던 물건이 쨍그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져 뭉개졌다.“움직이지 말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건 그냥 네가 날 가지고 노는 거잖아! 게다가 이 실험은 커닝한 것일지도 몰라!”주효영은 팔이 너무 시큰거렸다. 게다가 한소은의 반응이 너무 예상 밖이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해서 아무 말이나 막 나왔다.하지만 한소은의 다음 반응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맞아, 난 널 놀리는 거야.”주효영은 할 말을 잃었다.“체온 유지다 뭐다 하는 건 다 내가 지어낸 말이야. 너는 이렇게 오랫동안 의학을 공부했음에도 모든 온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야? 심지어 진공 상태도 조절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고생하면서 온도를 맞추는 게 정말 필요한 일이라 생각돼?”한소은의 반문에 주효영은 말문이 막혔다.주효영도 확실히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결국 자신이 조향 방면에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소은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한소은이 높은 분들 앞에서 자기보다 지위가 높으니 어쩔 수 없다.주효영은 이 연구소에 더 남고 싶고 이 프로젝트를 계속 참가하고 싶으니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그러나 한소은이 이렇게 정색하며 반문하는데 주효영은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의심하지도 않고 곧이곧대로 진행하다니.’“하지만 분명히 네가…….”주효영은 참지 못하고 한소은을 반문했다.한소은은 재빨리 대답했다.“내가 말했다고 해서 다 믿는 거야? 너의 IQ가 낮다고 말하면 그대로
릭은 조용히 두 사람을 훑어보며 한쪽 옆에 있는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실험이 성공했는데, 왜 빨리 보고하지 않았지?”한소은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뒤로 기댄 채 자신의 손목을 살살 움직이며 말했다.“이제 막 작은 성공을 이루어 낸 거야. 더군다나……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니?”릭은 눈썹을 비틀며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아직 컴퓨터의 데이터로만 성공한 거야. 다른 오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못했어. 게다가 약의 성분이 안정적인지 검증되지도 않았고.”“그러니까 아직 성공한 거라 말할 수 없어.”“너…….”한소은이 한 말들은 모두 방금 주효영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다. 지금 이 말들을 곧이곧대로 릭에게 다시 전했다.주효영은 한소은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실험의 목적은 결국 성공이다. 실험 성공의 기쁨은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만약 지금, 이 순간 실험에 성공한 사람이 그녀라면, 그녀는 전혀 침착하게 여기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 소식을 알려도 모자랐을 것이다.방금까지 주효영은 한소은이 일부러 자신을 조롱하며 반대되는 말을 하는 거였지만, 지금 릭의 앞에서도 이렇게 말하니 순간 흠칫 놀랐다.‘설마, 이 실험의 마지막이 뭔지 알아 차린 건가?’“정말?”릭이 여전히 의심하며 물었다.“못 믿겠으면 주효영한테 물어보던가.”한소은은 주효영의 방향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릭의 날카로운 눈빛에 주효영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응,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생각돼.”주효영은 한소은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큰 폭탄을 던졌는지 모르지만, 주효영은 진실을 말해야만 한다.지금 이 상황에 이르러서는 실험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다.“방금 내겐 그렇게 말한 게 아니잖아.”한소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효영을 보며 되물었다.“실험을 할 때 반드시 엄밀해야 해. 너도 알다시피
릭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주위의 공기가 몇 도 정도 내려간 것 같았다.주효영조차도 릭의 변화에 어깨를 움츠렸고 옆에 있던 임상언도 이를 보고 서둘러 앞으로 나와 말을 돌렸다.“한소은 씨, 자기에게 너무 엄격하게 요구하지 마요. 이미 모두가 이번 실험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이상, 그건 성공한 거예요.”“당신은 이미 잘 해냈어요. 그전에는 아무도 이런 성과를 얻어 낼 수 없었어요.”임상언은 릭을 바라봤다.“위에서도 많이 기다렸을 거야. 지금은 이런 논쟁을 할 상황이 아닌 거 같아. 어쨌든 일단 실험 결과를 제출하는 게 어때?”임상언의 말은 릭의 차가운 눈빛을 사그라들게 했다.그는 옆의 선반에 있는 시험관들을 한번 보고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한 번 쳐다보며 한소은에게 물었다“이게 다인가요?”한소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효영이 황급히 대답했다.“그래, 그게 다야. 빠르게 시험관을 챙겨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그녀는 한소은이 지금 이 시기와 맞지 않는 말을 할까 봐 서둘러 시험관을 챙겼다.옆에 서 있던 한소은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책상에 기대어 주효영이 시험관들을 밀봉한 용기에 담는 것을 지켜보았다.“다 챙겼어.”주효영은 잘 담은 박스를 릭의 손에 넘겨주었다.릭이 박스를 받아 들고 한소은을 한 번 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더 할 말 있어?”한소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더 할 말 없어.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뿐이야…….”“무슨 말”릭의 눈빛이 약간 수그러들었다.“당신들이 이 실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거지 난 인정하지 않았어. 만약 나중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거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날 탓하지 마.”“난 이 실험이 성공했다고 말한 적이 없으니까.”한소은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안달인 것 같았다.그녀의 태도는 이 실험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실제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했다.실험품이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릭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미소를 지었다.그의 말에 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나와 했던 약속을 번복하고 배 째라는 건가?”한소은은 릭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좀처럼 뿌리치지 못했다.릭이 팔을 붙잡은 솜씨는 독특했다. 그다지 힘을 주지는 않았지만, 자세가 특이했기 때문에 전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팔이 아프지는 않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릭의 손을 떨쳐낼 수가 없다.릭의 무술은 아마 한소은과 한 시간 정도 싸울 수 있는 실력일 것이다.물론, 그건 예전의 한소은과 말이다.지금 거의 만삭인 한소은은 결코 릭을 이길 수 없다.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한소은은 자신이 약간 적을 얕잡아 봤다고 느꼈다.그래도 보통 무술을 배운 사람이 아닌 무술 가문 출신으로서 만삭의 몸이라 해도 보통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하다.하지만 이런 악독한 조직에 총과 같은 무기를 제외하고도 자기만 한 무술 고수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억지로 그와 상대하려 하면 안 될 것 같아 한소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그럼, 당신 말 대로 스페이드 K를 찾아보지.”한소은은 마음속으로 유한성이 이런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아니, 당신은 갈 수 없어. 찾아도 이 사람들이 찾으러 가야 해.”릭의 시선은 한소은의 몸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도 그대로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그래, 알았어.”한소은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듣겠다고 표시하며 임상언에게 눈짓했다.임상언은 마음이 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우리가 빨리 보스를 찾아올게.”릭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콧방귀를 뀌며 한 손에는 상자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한소은의 팔을 쥐고 앞으로 걸어갔다.한소은은 그에게 팔이 붙잡혀 휘청거리며 투덜거렸다.“적어도 보호복을 갈아입는 시간은 줘야 하지 않나? 너는 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지? 설마 당신들의 보스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당신네 조직의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보일 수 없는 자들이잖아…….”한소은이 모처
“열심히 하긴 했지!”임상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으로 주효영의 말을 인정했다.주효영이라는 사람을 그는 아주 싫어했다.주효영은 악랄하고, 속셈도 깊고, 일을 하는 데 밑도 끝도 없고, 마음이 음침한 사람이다.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노력했다.적어도 실험에 대한 노력은 눈에 띄었다.임상언은 항상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실험을 하는 주효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책을 뒤적거리거나 자료를 찾아보거나, 여태껏 그녀처럼 고생을 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그런데 왜! 하늘은 너무 불공평해!”주효영은 두 손으로 책상 위를 두드리며 마음속의 불만을 표출했다.그녀는 그렇게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소은은 아무렇게나 했다.“하지만 노력은 절대적인 재능 앞에 말할 가치도 없어.”임상언이 담담하게 말했다.주효영은 고개를 돌려 임상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임상언은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어갔다.“맞아, 당신은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고난 재능도 없지 않아 있어. 하지만 타고난 재능도 차이가 있지.”“노력은 확실히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지만 절대적인 재능 앞에서는 이런 노력은 말할 가치도 없어.”사실 아주 오래전에, 그는 이 사실을 알았다.임상언도 힘든 나날을 견뎌낸 셈이다.그는 사업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고생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사업에 재능이 있다고 자인했기 때문에 사업을 이렇게까지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업이 커지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그것을 돌파하기 어려웠고, 한참을 발버둥 쳤지만, 제자리걸음만 했고 하마터면 예전으로 돌아갈 뻔했다.후에 그는 김서진을 만났다.김서진은 한 두 마디 말로 그의 곤혹을 풀었다. 사로는 단번에 열렸고, 곤경에서 벗어났다.나중에 그는 김서진의 생각과 높이가 자신보다 훨씬 높고, 그 생각과 안목은 타고난 차이로 자신이 노력해서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김씨 그룹의 사업 판도 역시 자신이 평생 도달할 수 없는 높이라고 체
“여기에 충성스러운 사람은 없어. 모두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목적은,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기 위함이야. 하지만 당신과 한소은은 달라. 당신들은 이 실험을 파괴하려고 온 거잖아. 당신들 말고는 누가 하겠어!”“이런 근거 없는 추측은 전혀 의미가 없어!”임상언은 돌아섰다. 그는 더 이상 주효영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주효영은 정말 그들이 한 짓을 알았을 수도 있고, 혹은 추측으로 임상언이 자기 입으로 말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건 다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다.“의미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보스는 버려진 바둑알일 뿐이야. 실험은 성공했고 이제 당신, 나, 보스 모두 버려졌어.”주효영이 갑자기 미친 듯 웃기 시작했다.그녀의 상태는 약간 광기 적이었고, 필사적으로 웃으며 책상에 엎드렸다.살면서 일어난 우스운 일들을 모두 생각해 낸 것 같았다.임상언의 마음에 와닿지 않은 것은 아니다.실험이 성공했고 조직의 목적이 달성되었다.이제 모든 사람은 버림받았다.하지만 임상언은 조직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깊은 슬픔이 솟아났다.“네 말대로라면 너나 나나 똑같아. 비웃을 게 뭐가 있어? 이렇게 싸우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나?”임상언은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그저 서로를 다치게 하는 것일 뿐이야.”이 말을 마치고 임상언은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다만 한 걸음 내디뎠을 때 주효영이 그의 뒤에서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릭이 한소은을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알아?”“더 높은 보스를 만나러 가는 거겠지.”임상언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한소은은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냈어. 위의 사람들이 이렇게 그녀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자연히 만나봐야 하겠지.”“큭큭…….”주효영이 차갑게 웃었다.“당신은 정말 순진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실험은 완전한 성공한 건 아니야. 아직 마지막 단계가 남아있어. 마지막 단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주효영은 의미심장하
“이거 놓지?”임상언의 손을 내려다보며 주효영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가 얼굴의 웃음을 거두자 표정은 더욱 음흉하게 변했다.임상언의 손가락에 힘이 조금 풀렸지만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주효영, 실험의 마지막 단계가 뭔지 분명하게 말해! 실험은 이미 성공한 게 아니야?”임상언은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놓여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았다.그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오랜 시간 실험실에 있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이런 결과가 나온 건 성공한 거잖아!’‘만약 그렇지 않다면, 방금 주효영과 한소은은 왜 성공했다고 말했지?’그의 시선을 따라 주효영은 고개를 돌려 컴퓨터 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그 실험품을 만들어 내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거야?”“아니야?”임상언의 질문에 주효영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순간 임상언의 손이 풀리며 태도도 느슨해 졌다.“방금 한 그 말, 무슨 뜻인지 말해.”“네가 알고 싶다고 해서 내가 꼭 말해줘야 하는 거야? 우리 그렇게 좋은 사이가 아니잖아?”주효영이 반문했다.두 사람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심지어 원수라고 말할 수도 있다.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크게 원한이 있지는 않다. 실험이 이 정도까지 진행되니 사실 모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이제 자기의 미래는 알 수 없다.그들은 이 조직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가장 핵심적인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했고, 심지어 어떻게 연락하는지도 몰랐다.그들이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그들을 살려 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주효영.”임상언이 정색하며 말했다.“릭이 한소은을 데리고 갔어. 무엇을 하러 갔는지 우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거고. 우리는 이 조직에서 개미만도 못한 존재 란 뜻이지.”“넌 정말 능력이 있어. 죽는 게 두렵지 않다는 것도 잘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죽으면 앞으로 더 이상 실험도, 더 이상 주목할 만한 성과도, 세상 사람들에게 너의 이름을 알리지도 못할 거야.”잠
주효영은 임상엄의 말에 남김없이 모든 걸 털어놓았다.그녀의 말을 듣고 임상언은 크게 놀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주효영은 아차 싶어 급히 입을 틀어막고 자리를 뜨려 했다.순간, 임상언이 빠르게 주효영의 팔을 붙잡았다.“가지 마! 똑바로 말해! 무슨 용기야? 방금 당신이 시험관을 모두 집어 넣었잖아? 근데 무슨 용기란 말이야?”임상언은 주효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당신이 들은 뜻 그대로야. 난 더 이상 할 말 없어!”그러나 주효영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임상언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쉽게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기필코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내야 했다.“주효영, 방금 네가 다 말했잖아! 비밀을 누설한 네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무슨 용기인지 제대로 말해!”임상언이 주효영에게 추궁하듯 물었다.주효영은 짜증을 내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임상언을 바라보았다.“임상언, 당신 정말 바보구나! 여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시험품이 된 사람이 적다고 생각해? R16, R13, R18…… 이것들 다 본 적 있잖아! 그럼 내가 말한 건 무슨 용기였을까?”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 이 익숙하고도 낯선 코드 네임을 들으며 머리 속에는 험상궂고 고통스러운 얼굴들이 한 장씩 스쳐 지나갔다.그는 순간 등줄기의 솜털이 곤두서면서 소름이 쫙 돋아나는 것만 같았다.“그 말은…….”“내 말은 스스로 생각하 란 말이야. 알아낼 수 없으면 나도 더는 할 말이 없어!” 주효영은 힘을 주어 그의 손을 뿌리쳤다.“다시 말해서, 당신이 이해하든 말든 결과에 어떤 변화도 없을 거야.”말을 마친 주효영은 그를 다시 한번 쳐다보고 자리를 떠났다.주효영의 뒷모습을 보고 임상언은 쫓아가서 다시 물어보려 했지만 이내 멈추었다.주효영의 말이 머릿속에 울리면서 충격이 매우 커 보였다.이 조직에서 한 실험은 당연히 한소은이 한 것 뿐만이 아니다.다만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