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91 - 챕터 1000

2452 챕터

제991화

김승엽은 시간을 한번 확인했다. 정확히 9시경, 그가 손을 뻗어 방문을 두드렸다.그러고는 조금 어색한 듯 옷깃의 단추를 정리했다. 사실 오늘 밤 데이트를 위해 신경 써서 차려입으려 했지만, 넥타이를 매려고 할 때 김지영이 슥 보더니 장난 섞인 말투로 핀잔을 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이라도 가는 거야? 뭘 또 그렇게 차려입었대?”김지영이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그래, 무슨 파티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데이트긴 하지만 내 집에서 만나는 건데 이렇게까지 차려입을 필요가 없지.’늦은 시간, 단둘이 만나겠다고 했다는 건 우해영도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에 만나자고 한 건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면서 김승엽은 목에 맨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고심 끝에 고른 양복마저 벗어 버렸다. 그러고는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또 봤다. 그러다 옷깃의 단추를 두 개 더 풀어 가슴이 보이게 옷깃을 헤쳤다. 김승엽은 이런 자기의 모습이 섹시하다고 생각했다.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두어 번 헝클었다. 거울의 비친 자기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씩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오늘 밤 우씨 가문의 아가씨를 손에 넣은 다음 마음 편히 그녀와 결혼해 우씨 가문의 가업을 물려받고, 그러고는 김서진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온 후 그 자식을 내쫓을 수 있다.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미래에 김승엽은 격동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방에서 나오며 좋은 와인 한 병과 와인잔 두 개, 와인에 곁들어 먹을 간식을 챙겨 쟁반에 놓고는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보고 우해영이 머무는 방에 가져다주라고 했다. 방문 앞에까지 가서는 생각을 바꾸었는지 아주머니 손에서 쟁반을 뺏어 들고 그만 가보라며 손짓했다.아주머니가 막 가려고 할 때 김승엽이 뭔가 떠오른 듯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에게 말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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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금방 샤워를 했는지 우해영은 가운을 입고 있었다. 넓은 가운이었지만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남김없이 드러내었다.항상 무술 연습을 빼먹지 않는 그녀였기에 가운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종아리는 가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근육이 잘 자리 잡고 있어 하얗고 매끈한 다리를 뽐내었다. 김승엽은 그런 그녀의 다리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우해영은 책상 앞에 다가가 의자에 걸쳐놓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슥슥 닦았다. 그녀는 머리를 감고 나서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극도록 싫어했다. 하지만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는 것도 싫어해서 마른 수건으로 최대한 물기를 닦아 낼 수밖에 없었다.“내가 도와줄게요!”김승엽은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내려놓고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 도와주려 했다.그러나 우해영은 몸을 한쪽으로 피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됐어요.”도와주려고 뻗은 손은 허공에서 멈추었고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김승엽은 조금 주눅이 들었다.하지만 앞으로 아름다울 미래를 생각하며 뒷걸음질 치려던 마음을 꾹 참고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아요. 우린 이제 곧 결혼할 사이인데 너무 낯선 거 같잖아요. 당신처럼 그렇게 세게 닦으면 머리카락 다 상해요. 내가 해줄게요.”“필요 없다고 했잖아요!”말하는 사이 우해영은 머리카락을 다 닦고 뒤로 한번 쓸어 넘기고는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아직 덜 닦인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김승엽은 얼굴에 튄 물기를 닦지도 않고 눈을 감으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아, 정말 향기로워!’우해영은 자기의 머리카락을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머리카락을 말리거나 헤어스타일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머리카락 길이는 항상 어깨를 넘은 적이 없다.아무렇지 않게 두어 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그제야 김승엽을 바라보았다. 한껏 도취해 있는 그의 표정을 보자 갑자기 그를 방으로 부른 이유가 생각났다. 우해영은 잠시 고민했다. 만약 자기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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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김승엽은 피식 웃었다. 조금 의기양양해하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해영 씨, 우리 집을 너무 얕본 거 아닌가요? 밖에서 보기엔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우리 집의 보안 시스템은 국내 최고의 보안업체에서 만든 시스템이에요.”“감시 카메라가 여기저기 다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레이저와 도둑을 잡을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여긴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에요.”그는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한마디 덧붙였다.“하지만 당신이 여기에서 지내는 게 싫다면 나가서 살아도 괜찮아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 부근에 집 한 채 사서 당신이 하고 싶은 스타일로 인테리어 하고 우리 둘만 사는 거죠.”말하면서 김승엽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내려가 쇄골을 지나서 더욱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다만, 그의 손이 더 내려가기 전에 우해영이 그의 손을 잡아챘다.그가 더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손을 꾹 누르고 입술을 삐죽이며 살짝 웃었다.“그렇게 대단해요?”김승엽이 더 자랑하기도 전에 우해영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내가 듣기론, 어젯밤 당신 집에 도둑이 들었다던데...”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김승엽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가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이 일이 발생하고 김승엽은 바로 소식이 외부로 흘러 나가지 못하게 봉쇄했다. 김씨 가문 내부의 몇몇 사람만 알고 있을 뿐이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도록 단단히 경고했었다. 그러면 우해영은 어떻게 알았을까?그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헛기침을 몇 번 했다.“소식이 당신에게 빨리도 전해졌군요.”“그저 좀도둑 몇 명 들어온 거뿐이에요. 딱히 비싼 물건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해서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을 걱정했나 봐요?”김승엽은 허리를 숙여 우해영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며 그녀의 속마음을 떠보았다.그는 우해영이 이런 말을 한 것이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화가 나서 파혼하려는 건가? 아니면 자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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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김승엽은 두 손으로 우해영의 어깨를 주무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밑으로 내려보면 그녀의 쇄골과 부드러운 피부가 보인다. 하지만 그 아래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우해영은 자기의 몸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샤워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빈틈없이 자기를 꽁꽁 감추었다.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던 김승엽의 손에 탄탄한 피부의 촉감이 전해져 왔다. 이건 늘 무술을 연습하는 사람의 그런 탄탄함이다. 다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때 키스를 했을 때 와도 다른 느낌이다.저번에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었을 때 자기의 품에 기대었던 그녀의 허리는 말랑하고 부드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몸이 후끈해질 만큼 그의 마음을 흔들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동일하게 스킨십을 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다.‘내가 잘못 느낀 것일 거야! 지금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서 그럴 거야.’김승엽은 그때의 그 키스가 다시 떠올랐다.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생각하니 마음이 간질거렸다. 그는 그때의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해영 씨...”김승엽이 허리를 굽혀 우해영의 귓가에 입김을 불었다. 그녀의 앙증맞은 귓불에는 다이아몬드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저번에 선물해 준 귀걸이를 하지 않은 게 조금 실망스러웠다.“왜 내가 선물해 준 귀걸이 안했어요?”“...”우해영은 무의식적으로 김승엽을 한 대 칠 뻔했다.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집에 잘 챙겨 두었어요. 중요한 건 잘 보관해 둬야죠. 당신네 집처럼 귀중한 물건은 잘 챙겨 두어야 좀도둑이 들었을 때 쉽게 훔쳐 가지 못할 거 아니에요?”우해영은 김승엽을 떠볼 생각이었다. 김승엽은 그녀의 말에 다른 뜻이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자기가 선물 해 준 귀걸이가 중요하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다.‘역시, 마음속에 내가 있으면서 일부러 고고한 척하는 거구나.’‘이렇다는 건 내가 뭘 더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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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지금 이 정도는 우해영이 김승엽을 많이 봐준 것이다.그녀는 남자와 접촉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아직 큰일이 남아 있기에 지금 당장 김승엽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작게 혼내는 것뿐이다.무방비 상태였던 김승엽은 그녀에게 입술을 물려 버렸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아파서 이를 악물다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소리를 질러 버렸다.“미쳤어요? 정말 정신이 이상한 거예요?”그냥 가볍게 혼내고 지나가려 했던 우해영은 그가 욕을 하자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녀의 눈빛도 서리가 어려있는 듯 한층 더 차가워졌다.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참지 못하고 욕을 했지만,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치자 김승엽은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사람도 잡아먹을 듯 소름 끼쳤다.“아니, 정말... 아프다고요!”김승엽은 자기도 모르게 기세가 약해졌다. 그녀를 마주 보고 있으니 약간 위축되는 것도 같았다.씁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손으로 입술을 만지려다 아플까 봐 만지지 못하고 이내 손을 내리며 엄살을 부렸다.우해영의 살기는 그를 남자답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살기 대신 한심한 느낌이 마음속에 가득했다.‘정말 못났어.’만약 김씨 가문에서 고서를 그렇게 꼭꼭 숨기지만 않았어도 자기 이렇게 직접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우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물 한 컵을 받아 그에게 전해 주었다.“그래요.”“???”마치 다음 순간 그녀가 자기 얼굴에 물을 뿌리기라도 할 듯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물로 좀 헹궈봐요. 그럼 덜 아플 거예요.”우해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여전히 차가운 태도였지만 조금 전까지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보다는 훨씬 나았다.그녀에게서 물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입을 헹구려던 순간 문득 무언가 떠올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소금을... 넣은건 아니죠?”우해영은 어이가 없었다.“내 방에 그런거 없는 거 당신이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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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김승엽이 김씨 가문을 이어받은 사람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다. 김서진과 비교하면 조금 어리석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가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을 확률도 높고 그에게서 비밀을 캐내기도 더욱 쉬울 것이다.화장실에서 입을 헹구고 있는 김승엽은 그녀가 이런 마음을 가졌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여자에 비해 우해영은 정말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했다.얼굴을 들어 거울을 보며 찢어진 입술을 연신 찬물로 헹궈 내니 이제는 덜 아팠다. 하지만 아직 붓기가 가시지 않아 입술이 도톰하게 부어올랐다.두 개의 선명한 이빨 자국이 그의 입술에 박혀있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입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김승엽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더 이상 이렇게 피동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수돗물을 닫고 그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문 앞에 서 있는 우해영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우해영은 단번에 그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렸을 때 그가 바로 자기의 코앞까지 다가온 걸 보고 조금 당황했다. 김승엽은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나섰다.‘이게 뭐 하는 짓이지?!’우해영은 곁눈으로 그의 팔을 한번 보고는 발로 그를 차버릴까 생각하다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치켜올려 한 번씩 웃고는 김승엽을 바라보았다.“왜요. 입술이 덜 아파서 한 번 더 물리고 싶은 거예요?”“뭐 하는 짓이에요?”김승엽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에게 되물었다.그의 물음에 우해영은 잠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웃었다.“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김승엽 씨,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우해영은 가만히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녀는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있었다. 만에 하나 그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면 당장이라도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차라리 이 결혼 파혼하는 건 어때요?”잠시 머뭇거리다 김승엽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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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김승엽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은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나와 있는 게 싫잖아요? 그런 거면 차라리 파혼해요. 무리하게 결혼할 거 없어요.”“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우해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누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솔직히 그녀는 정말 그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싫다거나 그와 결혼하기 싫다는 말을 한 적 없었다.“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싫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사실 당신은 내가 마음에 들지도 않고 이 결혼이 기대되지도 않은 거죠?”김승엽은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그녀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 같은 미모에 집안까지 갖춘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걸. 그래서 당신이 날 선택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난 당신이 날 좋아해서 선택한 줄 알았어요. 적어도 호감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죠. 전에 데이트할 때도 즐거웠고... 그래서 당신이 내게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늘 당신이 하는 걸 봐서는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요. 사실 난 강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정말 싫다면 이 결혼 없던 걸로 해요.”“파혼했다고 해도 우리 두 가문 사이의 거래는 계속 진행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필요한 게 있다면 말만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도울 테니까. 그저 난 당신이 행복했으면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말을 마치고 김승엽은 벽을 짚고 있던 팔을 천천히 내가 그녀의 어깨로 가져갔다. 하지만 끝내 그녀의 어깨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녀와 닿고 싶지만 주저하다 이내 팔을 내리고 한숨을 푹 쉬면서 밖으로 나갔다.“...”홀로 남겨진 우해영은 그 자리에서 멍해져 버렸다.지금껏 살면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우해영 주변에 있는 인간관계는 다소 간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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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우해영의 눈빛이 부드러워진 것을 발견하자 김승엽은 말을 덧붙였다.“혹시 다른 사람이 파혼한 걸로 뭐라 할까 봐 그러는 거면 안그래도...”“그 입 닥치라고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누가 감히 그런 거로 나 우해영에게 뭐라 할 사람 없어요!”그러고 나서 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당신도 마찬가지예요!”김승엽은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자기의 몸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앞으로 당겨져 갔다. 곧이어 그녀의 입술이 자기의 입술에 닿았다.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에 김승엽은 정신이 멍해졌다.‘이 여자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지금 우해영의 행동은 완전히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아까까지만 해도 지극히 그를 혐오하며 입술에 상처까지 냈다. 그런데 지금 왜 갑자기... 그에게 키스하는 걸까?김승엽은 그녀를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키스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우해영은 분명 키스 경험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무작정 두 입술을 세게 비비고 있다. 김승엽의 입술에는 아까 그녀가 낸 상처에서 다시 피가 스며 나오며 쓰라린 느낌에 피 맛까지 섞여 있었다.그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김승엽은 그녀를 밀어내야 할지, 아니면 고통을 참고 스킨십을 더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우해영의 행동에 흠칫 놀랐다.피 맛을 느낀 건지 우해영이 혀를 살짝 내밀고 그의 피를 핥았다.핥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김승엽의 입술을 한번 세게 빨았다. 그 행동에 김승엽의 입술에 난 상처가 더 찢어졌다.이런 젠장!‘이 여자 변태 아니야?’지금 김승엽의 머릿속에는 이 생각밖에 없었다. 순간 그녀가 했던 모든 행동이 납득이 갔다. 아무래도 그녀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걸 즐기는가 보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 여자와 결혼하고 나서 자기는 분명 매일 매일이 지옥이지 않을까 싶었다.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조금 공황 상태에 빠졌다. 두려움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어냈다.“해, 해영 씨, 이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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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김승엽은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이튿날 어떤 태도로 우해영을 대해야 할지 고민하며 한참을 몸부림치다가 옷을 가다듬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그의 어머니와 누나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조용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해영 씨는?”김승엽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러자 김지영이 괴상한 말투로 대답했다.“고귀한 아가씨께서 우리 집의 음식이 입에 맞겠어?”사실 어제 우해영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김지영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한소은 그 여자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김서진과 밖에서 살면서 고택에 오지 않으니, 평소에 마주칠 일이 없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해영은 달랐다. 결혼을 하기도 전에 김씨 고택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어제 그녀가 고고한 척 지시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얼마나 더 행패를 부릴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그래도 지금은 김씨 가문의 어르신인 어머니가 계시니 심한 짓은 못하겠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 여자가 김승엽을 꼬드겨서 이 못난 동생이 자기를 집에서 쫓아버릴까 봐서 걱정이었다.생각해 보니 집에서 쫓겨나기 전에 미리 대비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믿는 거 보다 자기를 믿는 게 낫겠다고 확신했다.“그만 해.”노 부인이 김지영을 꾸짖으며 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해영이가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갔어. 그 아이 혼자서 큰 가문을 관리하려고 하니 바쁘겠지. 너희 둘 결혼하고 나서 네가 해영을 많이 도와줘야 해.”“당연하죠.”김승엽은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며 내려왔다.방금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노부인이 발견하지 못했지만, 김승엽이 가까이 다가오니 그의 입술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노부인이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네 입술 왜 그래?!”김승엽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입술을 만져 보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그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물들었다. 어제 뜨거운 물에 뎄다고 말하려던 순간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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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검은색의 차가 한소은이 타고 있는 차 앞에 턱 하고 가로막았다.운전기사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푸념했다.“남의 집 앞에 차 세운 거 모르나?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네요.”그러고는 빵빵 하고 두 번 경적을 울리며 빨리 차 빼라고 경고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차를 빼줄 생각이 조금도 없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차 안에는 분명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일부러 막고 있단 말이지?’운전기사가 신경질이 나 경적을 한 번 더 울리자, 한소은을 보호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모두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검은색의 차가 움직이지 않는 건 누가 봐도 고의적이었다.모든 사람이 긴장감이 넘치게 경계하고 있을 때 검은색의 차가 갑자기 움직였다. 차를 조금 뒤로 빼더니 차 머리를 돌려 가버렸다.이 상황은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예상대로라면 검은색의 차에서 사람이 내려와 그들과 따지는 게 맞을 텐데 뜻밖에도 아무런 소동 없이 이렇게 가버렸다.하지만 운전기사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2분 정도 그 자리에서 대기 하다 검은색의 차가 멀리 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어이없는 사람이네요!”그러고는 다시 차에 시동을 걸어 별장으로 향했다.한소은은 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한번 보았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지금, 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방금 그 검은 차가 차 옆을 지나가면서 한소은은 차 안의 사람이 자기를 훑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은색의 차 유리창이 가리고 있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한소은은 문득 불안함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다행히 집에 도착해서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 김서진이 오늘 늦게 온다며 전화가 왔다.연말이 되어 회사 일이 얼마나 바쁜지 한소은은 잘 알고 있다. 국내의 업무는 물론 한소은이 거절한 해외의 업무도 그가 모두 대신 처리해 주고 있었다.김서진이 전화 왔을 때 아까 봤던 그 검은색의 차에 대해 한소은은 입을 열지 않았다.첫째는 이 일이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상대방이 자기에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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