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3109 챕터

제661화

부경리는 덤덤히 말했다.“장난치지 마십시오. 그대는 왕비입니다. 셋째 형님께서 그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정도 일도 결정할 수 없습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어찌 됐든 저랑 얘기해도 소용없습니다.”부운주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일곱째야,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거라.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왕부에서 잘 지내지 못한단다.”부경리는 살짝 놀랐다. 예전에 셋째 형님이 왕비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고 밖에서도 왕비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주제도 모르고 왕야를 넘본다는 얘기도 나왔었다.그는 다급히 말했다.“그것은 예전입니다! 지금은 다르지요!”“저랑은 상관없습니다. 전 이미 제 물건을 정리하라고 사람을 보냈습니다. 오늘 밤 바로 옮길 것입니다.”낙청연은 잠시 고민했다. 부경리는 어쩌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오려 하는 걸지도 모른다. 부진환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하지만 부경리는 오늘 태후의 눈 밖에 났고 그의 외조부님이 남기신 많은 자산은 태후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할지도 몰랐다.부경리도 어쩌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섭정왕부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부운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남각에서 지내는 건 어떻겠느냐?”“형님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너에게 지낼 곳을 마련해주기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러니 먼저 남각에서 지내거라. 그곳에 빈방이 많다.”그 말에 부경리는 미간을 좁혔다.“섭정왕부가 이렇게 큰데 굳이 남각으로 가서 형님과 같이 지낼 이유는 없지요. 셋째 형님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고작 정원 하나 내달라는 것뿐인데.”“됐습니다. 저 스스로 알아보겠습니다.”부경리는 좋은 것만 먹고 쓰다 보니 처소에 대한 요구도 까다로웠다.“제가 함께 가겠습니다.”낙청연은 곧장 몸을 일으켜 그를 따라가려 했다.부운주는 식탁 위에 남은 음식과 빈자리를 보더니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정적 속에서 누군가 서서히 그의 등 뒤로 걸어갔다.“오늘 밤 부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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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고요한 밤, 궤짝이 갑자기 요동치는 바람에 낙청연이 잠에서 깼다.지초도 잠에서 깼는지 문 밖에 달려와 섰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 무슨 일 있으십니까?”“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구석에 놓인 궤짝에서 ‘쿵쿵’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이 입을 열었다.“괜찮다. 넌 가서 쉬거라.”“정말 괜찮습니까?”지초는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꽤 크다고 생각했다.“괜찮다.”그 말에 지초는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궤짝 옆에 섰다. 틈새 사이로 대량의 검은 기운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궤짝 안에 있는 건 평소 그녀가 쓰던 일부 재료들이었다.그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이 부문구 안에 봉인 된 물건이었다. 그것은 예전에 종묘 제사 때 부진환을 습격했던 것이었다.지금까지 꽤 얌전했고 이렇게 큰 인기척을 낸 적은 없었다.낙청연은 열쇠로 자물쇠를 열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보려고 했다.그런데 그 힘이 갑자기 수십 배로 강해지더니 ‘쿵’ 소리와 함께 궤짝 문이 열렸고 그 바람에 낙청연은 충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졌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을 때 그것은 이미 방문을 박차고 나가 광풍을 몰고 있었다.어디로 가려는 것일까?혹시라도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면 큰일이었다!낙청연은 고민할 새도 없이 곧장 그것을 따라갔다.그렇게 섭정왕부를 나오게 됐는데 그 검은 형체는 목표가 있는지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고 낙청연은 길을 에돌아 미친 듯이 달렸다.작은 골목길 안.부경리는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장검은 그의 어깨를 베었고 검은 옷을 입은 자가 힘껏 검을 내리누르자 피가 줄줄 흘렀다. 부경리는 고통 때문에 짧게 앓는 소리를 냈다가 이를 악물며 온 힘을 다해 그를 막으려 했다.이제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을 때, 갑자기 차가운 광풍이 몰아쳤고 모래 바람이 검은 옷을 입은 자의 시야를 가렸다.부경리는 그 틈을 타 검은 옷을 입은 자의 복부를 걷어찬 뒤 벌떡 일어섰다.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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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낙청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보려 했지만 워낙 경계심이 높아 조금만 움직여도 주위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몇 번이나 시험해본 결과 낙청연은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했다.여인은 부경리를 보호하고 있는 듯했다.“셋째 형수님, 아직도 안 된 겁니까?”부경리는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로 머리도 들지 못했다.낙청연은 나침반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7황자께서 오시지요.”부경리는 살짝 당황했다.“이제 다 되었습니까?”그는 한 손으로 가슴팍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낙청연을 향해 걸어갔다.낙청연의 시선은 줄곧 여인에게 붙박여 있었다. 역시나 여인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조용히 부경리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검은색이었고 의식이 없는 듯 보였다.어쩐지 기괴했다.다행히 부경리는 무사히 낙청연의 앞에 도착했고 낙청연은 재빨리 부경리를 부축했다.“갑시다.”부경리는 가슴께를 꾹 누르며 고통을 견뎠고 빠른 걸음으로 낙청연과 함께 자리를 떴다.돌아오는 길에 낙청연이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그 여인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다행히도 여인을 잡을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누가 당신을 다치게 한 겁니까?”낙청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고 부경리는 고개를 저었다.“검은 옷을 입은 자였는데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무공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아마 왕부의 사람일 겁니다.”“그자는 제 마당과 당신의 마당을 지나쳐 갔습니다. 전 그자가 당신을 찾아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본인의 뒤를 밟는 걸 눈치채고는 절 왕부 밖으로 유인했습니다.”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였다.“어쩌면 7황자가 목표였을지도 모르지요.”“저를 죽이기 위해서라고요? 왜입니까?”부경리는 깜짝 놀랐다.“왜일까요?”부경리는 살짝 멈칫했다가 이내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그럴 리가요? 벌써 저를 죽여 후환을 없애려는 겁니까?”낙청연은 길을 걸으며 고민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맞으셨습니다. 그자는 먼저 그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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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분명 같은 사람이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옆에 있는 여인은 화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낙청연은 그녀의 표정을 빤히 바라봤다.대체 의식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예전에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었는데도 그녀의 의식을 깨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미친 상태였다.그런데 여전히 의식은 없는 것 같으나 어쩐지 무언가 알 것 같기도 했다.“다 그렸습니다.”부경리는 낙청연에게 화상을 건넸고 낙청연은 힐끗 보았다. 역시나 똑같았다.바로 그때 부경리가 손수건을 꺼내 그 위에 부주의로 묻은 핏자국을 조심스럽게 닦았다.옆에 있던 여인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 손수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 순간,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바로 그 손수건이었다!그것은 여안이 생전에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이끈 것이다.낙청연은 눈알을 굴렸고 갑자기 묘책이 떠올랐다.그녀는 부경리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고 부경리는 다급히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이상하군요, 이상합니다. 저기 탁자 앞에 앉으시지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긴 채로 그를 보았다.“부설루에서 유흥을 즐기실 때는 이렇게 쑥스러움이 많지 않으셨는데요.”부경리는 기함했다.“그것과 어떻게 같습니까? 그대는 지금 제 형수님이니 당연히 의심을 살만한 일은 없어야지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그녀는 화상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오늘 밤 당신을 구한 것은 이분입니다.”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부경리는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러나 화상을 본 순간, 부경리는 화들짝 놀랐다.“뭐라고요?”“이 사람이 절 구했다는 말입니까? 제 어머니가요?”“장난치지 마십시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부경리를 보았다.“제가 장난치시는 걸로 보입니까?”부경리는 몸이 굳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제... 제... 제 어머니는 이미...”“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그는 단 한 번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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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낙청연은 곧장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연 뒤 등 어멈을 불렀다.“등 어멈, 약방 쪽을 잘 살피거라. 누군가 약을 가지러 갔는지, 어떤 약을 가져갔는지 전부 기록해 두거라.”잠시 생각한 뒤 낙청연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남각 쪽도 유심히 살피거라.”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왕부의 사람이니 내상을 입었다면 약을 써야 할 것이다.낙청연은 의심되는 사람이 있었지만 검증이 필요했다.그녀와 부경리는 그렇게 방 안에 밤새 앉아있었다.날이 밝아도 부진한은 돌아오지 않았고 대신 낙운희가 먼저 도착했다.“요즘 무공은 어떠냐?”낙청연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낙운희는 주먹을 움켜쥐더니 그녀의 앞에서 주먹을 휘둘러 보였다.“많이 진보한 것 같습니다!”곧이어 우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부 다 제 덕분이지요!”낙청연은 웃었다.“잘됐구나.”낙운희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낙월영이 절 찾아왔었습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낙운희는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저와 약속을 잡았습니다.”“제가 대신 해줄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돈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고 제가 바라는 건 뭐든 들어준다고 하더군요.”낙청연은 눈을 살짝 가느스름하게 뜨며 고민하기 시작했다.낙월영은 절대 그렇게 많은 돈을 꺼낼 형편이 되지 못했다. 낙운희를 쓰고 싶어 하는 건 아마도 엄씨 가문일 것이다.낙청연은 눈이 번쩍 뜨였다.“가거라!”그 말에 낙운희는 살짝 놀랐다.“네?”“이건 적의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네가 나 대신 조사해줬으면 좋겠다. 엄씨 가문에 또 어떤 베일에 싸인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만약 태후의 곁에 누군가 있다면 아마 출궁을 거의 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눈에 띄기 때문이다.수희궁의 사람도 자주 출궁하지 않으니 궁 안에서 태후를 돕고 또 출궁해 엄씨 가문을 도울 사람은 없었다.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엄씨 가문에는 그런 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그녀는 엄씨 가문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낙운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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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일까 걱정됐는데 그들 중에서 아주 눈에 띄는 사람이 보였다.부경리였다!부경리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지금 이게 뭐 하는 것입니까?”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부경리를 보았다.“전 무공에 약하지만 돈이 많습니다. 제가 데려온 자들인데 앞으로 그대를 호위할 것입니다! 그대가 가는 곳이라면 전부 따라다닐 것입니다!”“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어딜 가든 안전할 것입니다!”부경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의 총명함에 감탄하는 듯했다.“몇 명이나 됩니까?”부경리는 힐끔 보고 말했다.“7, 80명쯤 될 겁니다.”“미치셨군요. 궁 안의 마마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다니지는 않습니다.”부경리가 또 물었다.“외출하시려는 겁니까? 같이 가시지요!”“따라오지 마세요!”낙청연은 부리나케 도망쳤고 부경리는 무관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기다리세요! 저는 상처를 입은 몸입니다!”그렇게 낙청연의 뒤에는 무관의 7, 80명 되는 사람들이 따랐다. 그들은 아주 기세 넘치게 성을 나섰고 가는 길 내내 많은 주목을 받았다.움직임은 컸지만 좋은 점이라면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성을 나서도 아주 안전했다.낙청연은 무영이 그녀를 데리고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성에서 나온 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부경리는 상처가 있었기에 걸음이 느렸고 낙청연이 먼저 산꼭대기에 도착했다.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꽃밭이었다.무영은 잔뜩 들뜬 어조로 말했다.“그녀가 돌아왔소!”“누구 말입니까?”“린부설 말이오!”그 말에 낙청연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걸음을 옮겨 앞으로 걸었다.꽃밭 중앙에는 확실히 린부설의 무덤이 있었고 무덤 주위는 꽃으로 뒤덮여있었다. 비록 이름도 없는 들꽃이었지만 함께 모여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금고가 죽은 뒤 린부설의 무덤이 여기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소. 당시 내가 왔을 때는 텅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지.”“그런데 며칠 전 다시 와 보니 꽃이 무성히 자라서 꽃밭을 이루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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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왕비 마마, 조심하십시오!”낙청연은 몰래 남각에 왔지만 감히 정원에 들어가지는 못해 살며시 벽을 타서 담벼락에 엎드렸다.고 신의는 방안에서 약을 달이고 있었고 약 냄새가 아주 진했다.냄새를 맡아보니 전부 비싼 약재들이었고 확실히 내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것들이 맞았다.검은 옷을 입은 자는 바로 고 신의였다!저번에 천매문의 자객을 잡았을 때도 검은 옷을 입은 자객이 암살하러 온 적이 있었다. 그를 상대해 보니 무공이 아주 뛰어난 자였다.당시 그의 뒤를 쫓아 후문을 나섰을 때 상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옥에서 나와 곧장 후문으로 도망친 걸 보면 왕부의 환경에 익숙한 사람인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분명 헤맸을 테니 말이다.어쩌면 그때 그자와 같은 사람일지도 몰랐다!낙청연은 몸을 돌려 뛰어내린 뒤 부진환의 서방으로 향했다.고 신의가 왕부에 남아있다면 후환이 걱정됐다. 그가 태후의 사람이라는 건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에게 있어 고 신의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 곁에 있던 사람이니 믿으려 할 것이다.무턱대고 부진환을 찾아가 얘기를 꺼낸다면 그는 분명 믿지 않으려 할 것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낙청연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다시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다시 남각에 도착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정정당당하게 정원에 들어섰고 고 신의의 방문 앞에 섰다.“왕비 마마, 무슨 일이십니까?”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막으려는 듯, 고 신의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일부러 고개를 빼 들어 안쪽을 살폈다. 그녀는 뒷짐을 진 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고 신의, 약을 달이고 있었소?”“누가 다쳤나 보오?”고 신의는 안색이 살짝 달라졌지만 이내 덤덤히 말했다.“5황자의 몸조리에 쓰일 약이라 달이고 있습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었다.“그렇소? 하지만 5황자의 병은 오랫동안 몸조리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고 신의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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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날씨가 풀리고 꽃이 피는 4월이었다. 황제는 갑자기 여산(驪山)으로 봄 사냥을 떠나겠다고 했다.그리고 높은 벼슬의 귀족 자제들도 함께 갈 수 있다고 허락했다.“봄 사냥이요? 폐하께서는 참으로 여유로우시군요. 왕야께서도 당연히 가시겠지요?”낙청연이 호기심에 물었고 부경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폐하께서는 엄씨 가문의 딸 때문에 골치가 많이 아파 봄 사냥으로 기분 전환을 하려는 것입니다. 평소였다면 셋째 형님께서 절대 가지 말라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허락하셨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고민했다. 예전에 종묘 제사 때 태후는 황제에게 엄씨 가문의 딸을 소개해주겠다고 했었다.황제가 그녀를 황후로 간택했으면 해서였다.그때 당시 황제는 낙청연이 태후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고 먼저 엄씨 가문의 딸을 만나보겠다고 얘기를 꺼냈었다.황제는 태후와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으니 절대 엄씨 가문의 여식을 황후로 세울 일은 없었다.엄씨 가문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낙청연은 흥미가 생겼다.“그럼 저도 가겠습니다.”부경리가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럼 저도 가서 구경 좀 해봐야겠습니다.”“얘기를 들어 보니 진씨 가문의 장남도 돌아왔다고 하던데 어쩌면 이번에 그도 갈지 모르겠군요.”진씨 가문의 장남, 진천리.낙청연도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낯설지는 않았지만 아직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남각.“이번 봄 사냥에 낙청연도 간다고 합니다. 저희에게는 마지막 기회입니다.”고 신의는 탁자 앞에 앉아 약재를 연마하고 있었는데 진지한 얼굴로 부운주를 보며 말했다.“더 이상 실수해서는 안 됩니다!”부운주의 창백한 얼굴 위에 근심이 떠올랐다.“난 내 계획을 시험해보고 싶네.”부운주는 떠보듯 고 신의에게 물었다. 그는 간청하는 눈빛으로 고 신의를 바라보았다.고 신의는 심각한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시험해보세요.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죽이겠습니다!”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군.”고 신의는 살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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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부진환은 눈빛이 싸늘해져서 소유에게 분부했다.“가서 마차 한 대를 더 준비하거라.”“5황자는 몸이 허약하니 고 신의가 함께 해야 한다. 마차 속도는 조금 늦어도 괜찮다. 우리는 먼저 떠나겠다.”그 말에 마차에 오르려던 부운주가 살짝 멈칫했고 표정도 굳어졌다. 그의 얼굴에 무안한 미소가 걸렸다.“그럼 먼저 가시지요.”부운주는 웃는 얼굴로 낙청연에게 말한 뒤 마차에서 내렸다.낙청연은 부운주의 암담한 표정에 왠지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출발하거라!”부진환의 명령이 떨어지자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마차는 그의 뒤를 바짝 뒤쫓았고 그렇게 그들은 떠났다.갑자기 속도가 붙어 마차가 심하게 흔들렸다.부운주는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출발한 마차 때문에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마차가 일으킨 모래바람을 들이킨 부운주는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고 한참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낙청연은 그 모습에 조금 화가 났다.“왕야, 굳이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발을 걷은 낙청연은 말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부진환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마음이 아프냐?”“마음 아프면 마차에서 내려 그와 함께 오거라.”말을 그렇게 했으나 마차를 세울 의지는 전혀 없었다. 이렇게 빨리 달리는데 낙청연이 뛰어내린다면 팔이나 다리가 부러질 것이다.“그렇게 막무가내로 굴지 않으면 안 됩니까?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지낼 수 있지 않습니까? 왜 굳이 그를 난처하게 만드시는 겁니까?”부운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그가 필요하다면 손가락이나 팔을 제멋대로 취할 수 있었다. 인질이라고 해도 이렇게 그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었다.“내가 말했지.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면 가서 그와 함께 오라고.”부진환은 차갑게 말을 마친 뒤 속도를 높이면서 말을 타고 떠났다.마차 또한 그를 따라 속도를 높였고 낙청연은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성을 나온 뒤 부경리는 말을 타고 마차 옆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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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마차에 오르거라.”낙월영은 그 말에 신이 났다.낙청연은 잠시 당황했고 이내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이미 확실히 거절했는데 부진환은 낙월영을 마차에 태우려고 했다.“하지만 그렇게 하면 언니께서 불쾌해하지 않겠습니까?”낙월영이 두려운 듯 물었다.“괜찮다.”부진환은 낙월영을 부축해 마차에 오르게 도와줬다.낙월영은 마차에 오르자마자 낙청연을 향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낙청연은 억지로 화를 억누르고 있었는데 부진환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내리거라.”낙청연은 놀랐다. 심지어 그녀에게 마차에서 내리라고 하다니?낙청연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마차에서 내렸다.부진환은 그녀와 같이 말을 타고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마차 한 대가 때마침 도착해 멈추어 섰다.“왕비 마마?”마차 안에서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눈앞의 남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눈에 익었다.곧이어 진백리가 함께 고개를 내밀었다.그제야 낙청연은 그것이 진씨 가문의 마차라는 걸 발견했다.조금 전 그 남자는 진백리의 형님 진천리인 듯했다.“왕비 마마, 마차가 망가진 것입니까?”진천리는 옆에서 수리하고 있는 마차를 발견하고 말했다.부진환이 입을 열려는데 낙청연이 먼저 말했다.“네, 마차가 망가졌습니다. 공자 차에 사람이 많으신가요? 제가 얻어탈 수 있을까요?”진천리는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가능합니다.”그렇게 낙청연은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부진환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자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끔 보더니 그의 손을 내쳤다.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진천리의 마차에 올라탔다.진천리는 눈치 빠르게 부진환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왕야, 왕비 마마에게 제 동생의 눈이 잘 회복하고 있는지 보이고 싶습니다. 그러는 김에 왕비 마마와 함께 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 왕비 마마를 잘 돌보겠습니다.”진백리의 눈을 보이고 싶다는 말에 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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